[사설] 코로나19 백신, “시험에서 피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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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거리두기 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내달 4일까지 3주간 더 유지된다. 다만 축구장 등 실외 스포츠 경기장은 수용인원에 50%까지, 대중음악 공연장도 4,000명까지 입장이 가능해지는 등 일부 완화된 거리두기가 적용된다. 하지만 교회 대면예배는 종전 그대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1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상반기 1300만명 이상 예방 접종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전국 확진자 규모가 1000명 이하로 지속적으로 관리될 경우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로 이행이 가능하다”며 “내달 5일 이후 거리 두기 세부 방역 조치 내용은 이달 말 중대본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부 완화된 조정안에 교회 대면예배는 빠졌다.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 감염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부정적 영향을 미친 탓도 있다. 다만 내달 5일부터 새로운 거리두기가 시행될 경우 지금보다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김부겸 총리도 지난달 25일 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7월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종교행사시 방역수칙을 일부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적 모임 금지를 7월부터 완화하려는 것은 무엇보다 백신 접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그만큼 집단 면역 달성의 가능성을 높게 보기 때문이다. 또 국민이 느끼는 방역 피로도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감안한 점도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방역에 대한 의식이 해이해질 수 있음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언제든 급증할 수 있고, 아직은 집단 면역을 통한 억제 효과를 기대하기에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가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일상을 회복해 가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한때 세계가 K-방역을 부러워할 정도였으나 지금은 그 지위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모든 열쇠는 백신이 쥐고 있다.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다른 선진국과 단순 비교해 봐도 한참 늦었다. 정부가 백신 확보를 제때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면서 뒤늦게 백신 구매에 나서 겨우 확보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 FDA 승인도 나지 못한 데다 일부 접종자에게서 뇌혈전 등의 부작용 사례가 나오면서 국민적 불신을 일으켰다.

그러나 지금은 백신 수급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서 한 자릿수에 머물렀던 접종률도 최근 23%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400~6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백신 효과’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일단 급증세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방역 당국도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게 된 것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불안감이 시간이 가면서 점차 해소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 백신주사를 맞는 것이 안 맞는 것보다 훨씬 이익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이 나로 인해 가정과 사회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의식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백신 접종의 성패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차츰 젊은 층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도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미국이 지원한 100만 명분의 얀센 백신은 비록 예비군과 민방위대원에 국한되긴 했지만, 예약이 시작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두 완료됐다. 백신 특성상 1차 접종으로 끝나는 데다 무더운 여름에 마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된 탓이다.

이제 다음 달부터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일상 회복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백신을 1차 접종한 사람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고, 2차 접종까지 마치면 5인 이상 모임 금지에서도 풀려날 수 있다.

다만 이 모든 기대와 희망은 온전히 백신 접종률에 달려있다. 국민 6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마쳐야만 비로소 집단 면역을 기대할 수 있고, 집단 면역이 달성되지 않더라도 최소한 치명률은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생명을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 아니라 감기처럼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질환쯤으로 만들기 위해선 지금으로선 백신 접종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러나 아직도 백신에 대한 불신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 교계 일부에서는 백신을 맞아서는 안 된다는 음모론까지 무성하다. 이에 대해 샬롬나비는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백신 거부감 또는 음모론은 근거 없으며 백신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온 국민이 조속히 백신 접종하는 것만이 코로나 방역과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신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정부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에 있다. 특히 교계에서 근거 없는 음모론까지 퍼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교회를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여론몰이하며 예배를 통제해 온 것과도 무관하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현실적으로 감염병 확산을 차단하고 궁극적으로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서는 백신밖에 다른 길이 없다.

성경에 “사람이 감당할 시험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10:13)고 하셨다. 말씀에 비쳐볼 때 코로나19 백신은 하나님께서 온 인류에, 그리고 온갖 희생과 고통을 견뎌온 모든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신 “시험에서 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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