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픈 손가락’ 싸매고 치료해야지 다 잘라낼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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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선교회가 운영하는 대전의 IEM국제학교와 광주의 TCS국제학교 등 전국 5개 시도 유관 시설에서 총 36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교회 관련 시설 방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방역당국은 IEM국제학교와 연결고리가 있는 전국의 유관시설에서도 이와 유사한 집단감염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일제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한꺼번에 많은 수의 확진자가 나온 대전 IEM국제학교와 광주의 TCS국제학교는 모두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로 겨울 방학기간 중에 학생들을 24시간 기숙하는 형태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수 백 명의 청소년이 협소한 공간에서 밀집 접촉하면서 마스크 쓰기와 같은 기본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최근 하루 누적 확진자 수가 전월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자 설 연휴 기간에 ‘5인 집합금지’ 등 일부 규제를 해제 또는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그러나 대전 IEM국제학교를 통한 집단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두 차례 발표를 연기한 끝에 (31일 ‘5인 집합금지’ 등 현 조치를 설 연휴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결국 IM선교회 관련 집단 감염의 책임은 또 다시 고스란히 한국교회가 떠안게 됐다. 당장 광주광역시가 30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12일간 시내 모든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하고 비대면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수도권 10% 그 외 지역 20% 대면예배를 허용한지 12일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대안학교와 관련된 일부 교회에 국한된 문제로 인해 그 지역의 모든 교회들을 다 규제하는 조치는 과잉 행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첫 확진자가 나온 대전의 IEM국제학교만 해도 이로 인해 대전 시내 전체 교회에 행정조치를 하지는 않았다. 마치 학급에서 학생 하나가 잘못했다고 반 학생 모두에게 벌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IM선교회 집단감염 사태가 한국교회에 끼치는 피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언론, 방송이 IM선교회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교회 이름과 교단 마크까지 그대로 노출하는 바람에 해당 교단에까지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교회에 쏠리는 부정적 여론에 대놓고 부채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주요 방송 메인뉴스에는 광주의 한 시민이 확진자가 나온 교회 외벽에 걸린 성경 말씀에 계란을 투척하는 장면을 마치 생중계하듯 보도하며 교회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또 교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거친 언사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며 교회에 편파적인 방역에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도 여과없이 보여줬다.

이런 장면들은 우발적인 해프닝에 가깝다. 현장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일이지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는 말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니 기독교가 책임을 지라는 의도에서 이런 영상을 내보내는 것이라면 언론 스스로 일반화의 오류를 조장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아무 잘못 없는 기독교인 전체가 느낄 무력감과 모멸감은 그렇다 치더라도 의도적인 ‘여론몰이’는 우리 사회에 갈등과 분열이라는 더 큰 폐해를 낳을 뿐이다.

한교연이 26일 성명을 통해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한교연은 “최근에 교회 유관 시설에서 집단 감염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일부 언론과 방송매체들이 마치 기독교 전체가 무지몽매한 반사회적 집단인양 매도를 일삼거나 편파 왜곡 보도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일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보며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교회에 대한 2차 가해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계 내부의 이런 소리는 기독교 책임론에 파묻히는 분위기다. 이런 때에 교회 개혁을 자처한다는 교계 일부 인사들이 방송에 출연해 한국교회를 향해 내부 ‘총질’을 해대고 있는 현실은 허탈하다 못해 자괴감마저 들게 한다. 최근 한 종편에 출연한 모 인사는 IM선교회를 비난하며 “대형교회들이 백화점식, 문어발식 운영을 했다. 부모의 교육열을 교묘히 이용해 성도들의 자녀를 현혹시켜서 대안학교 교육에 맡기는 아주 안 좋은 모습”이라는 식으로 대형교회와 교인들까지 싸잡아 비난해 논란을 야기했다.

선교회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점검하고 반성하자는 의미라면 쓴 소리라도 달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형교회들이 문어발, 백화점식 운영을 했다는 말은 자초지종도 따지지 않고 모든 대형교회를 일반화해 공격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입할 위험성도 크다.

사랑제일교회, BTJ열방센터에 이어 IM선교회까지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어떤 대상을 지목해 탓하고 원망하고 비난하는 건 아무나 다 하는 일이다. 특히 지도자들은 교회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나 사건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네 탓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럴거면 차라리 침묵이 낫다.

한 시민이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하나님과 교회를 조롱하며 계란을 던졌다. 이것은 냉소와 비판을 넘어 기독교를 향해 망해라, 차라리 없어져라 하는 저주에 가깝다. 그걸 지켜보는 한국교회와 1천만 성도들은 가슴에 피멍이 든다. 지금이 누구를 탓하고, 너 때문이라고 삿대질 할 때인가. 손가락이 아프면 싸매고 치료해야지 다 잘라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