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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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샘병원 미션원장,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국회는 올해 말까지 낙태법개정을 하도록 되어 있어, 정부는 이미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으며 국회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다섯 개의 법안을 발의하였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처리에 밀려 법사위원회에서조차 이를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한 채 올해 국회 본회의는 막을 내리게 되었다.

국회는 1년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정쟁에 모든 시간을 허비했다. 급기야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자체가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매년 잉태되는 수백만의 태아들이 낙태의 위협 앞에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무차별 폭력에 노출되는 끔찍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대로라면 내년부터 우리나라는 임신주수에 관계없이 마음껏 낙태를 해도 막을 수 없는 낙태천국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를 알고도 정부와 여당은 악의적으로 낙태법개정 논의를 미루어 자연스레 낙태죄폐지로 몰고 가려 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제는 34주 다 자란 태아를 제왕절개술로 낙태해도 죄를 물을 수 없는 희한한 나라가 되고 만 것이다.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연대 62개 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낙태법개정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하며 집권 여당은 법사위원회와 임시국회를 즉시 소집하여 법정 기한 내에 책임지고 낙태법개정 입법을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법사위원회가 가동되지 못한다면 마지막 방법으로 국회의장은 직권으로라도 가장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낙태법개정 법안을 본회의에 즉각 상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기독교를 위시한 종교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 사회지도층은 적극 나서서 낙태법개정 입법을 국회와 집권 여당에 강력히 촉구해야 할 것이다.

이제 곧 성탄절이 다가 오는데 하늘보좌를 버리시고 우리를 구원하시려 연약한 배아의 모습으로 마리아 태중에 잉태하신 태아 예수님을 묵상하며 죽음의 위협 앞에 아무런 보호막도 없이 노출된 수많은 태아들을 위해 아기 예수님께 간절히 기도드린다.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가장 연약한 태아를 작은 예수님이라 여기며 그들을 지켜내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온 교회가 경주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화려한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하지 못하겠지만 오히려 골방에서 태아와 함께 애통하시는 아기 예수님을 깊이 묵상하는 성탄 시즌이 되었으면 한다. 여관마다 손님이 가득하여 그 어디에도 누울 곳 없었던 예수님처럼, 태아들이 낙태의 위협 앞에 놓여 있는데, 모든 엄마의 자궁이 태아가 안전하게 누울 수 있는 가장 안락한 거처가 되도록 우리 모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태아였으며 낙태의 가능성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는 결정을 내리신 부모님 덕분에 우리 모두는 올해도 성탄을 맞이하는데, 하나님께서 이 땅에 보내신 한 생명 한 생명이 우리처럼 아름다운 성탄절의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산모와 태아의 생명 모두를 지켜내는 낙태법개정이 올해 안에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도드린다.

박상은(샘병원 미션원장,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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