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사역은 이제 부터가 진짜예요”

교회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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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김동욱 기자
[인터뷰] 아버지밥상교회 무디 고 목사

코로나19에 넘쳐나는 노숙자들 외면할 수 없어
노숙자들 변화돼 그리스도께 헌신할 때 큰 감격
추위 견딜 월동장비 마련과 노후차량 교체 시급

아버지밥상교회 무디 고 목사는 요즘 노숙생활을 마치고 제2의 삶을 시작하는 형제들로 즐겁다. ©미주 기독일보
코로나19로 예년에 비해 교회 사역이 눈에 띄게 줄어든 요즘 오히려 할 일이 더 많아져 분주한 곳이 있다. 바로 노숙자들을 돌보는 아버지밥상교회(Father's Table Mission)다.

펜데믹 기간 방역조치로 교계와 사회 많은 부분에서 활동이 축소되고 제한됐지만 자고 일어나면 늘어나는 엘에이의 노숙자들로 인해 아버지 밥상교회 무디 고 목사는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한다.

아버지 밥상교회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2시부터 크리스피크림 도넛 매장에서 도넛 수천 개를 픽업하고, 뜨거운 치킨 수프를 끓여 300여 명의 엘에이 다운타운 노숙자들에게 아침을 대접한다.

다 낡아 허름해진 옷을 입은 노숙자들은 이곳에서 새벽 매서운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옷과 양말을 얻는다. 거리를 떠돌며 찢긴 상처들, 이것저것 상한 음식을 먹다가 생긴 배탈도 이곳에서 해결한다. 노숙자들에게 아버지밥상교회는 눈치보지 않고 배부르게 먹으며 상처를 싸맬 수 있는 '아버지의 집'이다.

특별히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교회와 후원자들의 후원금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면서 따뜻한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지금까지의 사역을 돌아보면 정말 '기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더욱이 이런 어려운 시기에도 노숙자 된 형제 자매들을 섬길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역사하심과 은혜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 밥상교회의 아침은 언제나 엘에이 다운타운의 노숙자들로 북적인다. 대중집회가 제한되는 펜데믹 기간임에도 노숙자들의 건강을 돌보는 아버지 밥상교회의 사역은 경찰의 허가를 받고 진행된다. ©미주 기독일보
최근 아버지밥상교회에는 기쁜 소식이 있다. 마약과 알콜 중독으로 길거리를 헤매다 교회에서 생활하며 재활 훈련을 받고 있는 20여 명의 노숙자들 가운데 10명이 변화되어 새로운 삶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디 고 목사는 거리를 헤매던 노숙자들이 이제는 다른 노숙자들을 섬기고 아버지 밥상교회의 든든한 동역자가 된 모습을 볼 때 가장 기쁘다.

"중독에서 치유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데 말씀과 기도, 예배 훈련을 통해서 영혼이 소생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이들이 직업을 구하고 삶의 안정을 찾으면서 그리스도께 헌신할 때는 정말 마음에 감격이 밀려오거든요."

한 해 동안 열심히 달려온 고 목사는 정작 '노숙 사역은 이제 부터가 진짜'라고 말한다. 야외 노숙이 어려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아버지 밥상교회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이어지는 4개월 동안 노숙자들이 추위를 견딜 수 있는 월동장비 마련에 여념이 없다. 쉘터에 거하지 못하는 노숙자들에게 필요한 개인 텐트, 침낭, 겨울 잠바, 전기 히터, 비상약 구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잦은 고장으로 사역자들의 발을 묶어 놓는 노후된 차량도 교체가 필요하다.

엘에이 다운타운에서 진행되는 아버지 밥상교회 길거리 전도 ©미주 기독일보
고 목사는 "모두가 힘들어하는 이런 시기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이 일어날 빛을 발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싶다"며 "우리의 사랑과 관심을 통해 노숙자들이 하나님의 자녀이자 그리스도의 제자로 거듭나게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