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태영 목사, 청와대 간담회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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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청와대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영 목사(맨 오른쪽)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님께서 국정에 바쁘신 데도 오늘 기독교 지도자를 초청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코로나와 수재와 태풍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리며 교회 예배자중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와서 죄송합니다. 특별히 방역을 위해 노심초사하시는 대통령님과 정부 관계자들, 일선에서 수고하시는 의료진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드리며, 모든 환자들도 빠른 쾌유를 기도합니다.

이 자리는 기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교계의 목소리를 듣고 또 전달하는 자리이기에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감염병 시대에 정부와 교회의 뉴노멀 협력관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불행하지만 감염병 학자들은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진단합니다. 그렇다면 문명사적인 대 전환적 위기의 시대에 이제 정부와 교회가 감염병과 함께 가야 할 뉴노멀(새 일상, 새 기준)의 방향이 제시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정부가 방역을 앞세워서 교회를 행정명령하고, 또 교회는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국민들께 민망할 뿐입니다.

대통령님과 언론이 ‘기독교의 특수성’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신교의 구조는 피라미드식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닙니다.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하고 공문 한 장이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닙니다. 한 부모님 슬하에 여러 명의 자녀가 있듯이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 등 여러 교파가 있고, 또 같은 장로교 안에서도 지향점과 교리를 조금씩 다르게 하는 여러 교단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분열처럼 비치지만 ‘다양함 속에서 일치를 추구’하는 것이 기독교의 특성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과 다양함이 인권을 신장시켰고,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독교 교파와 교단들이 모여서 연합단체를 조직했지만, 거기에서 결정되는 것은 강제력은 없고 소속 교단에 ‘권고’하는 형태라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코로나19와 예배>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신천지 집단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었을 때,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곧 종식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상이 깨지면서 대부분의 교단과 교회들이 최선을 다해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으며, 현재 교회는 모이는 것보다, 모이는 장소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정부는 코로나 종식과 경제를 살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 종식과 예배를 지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24일 대통령께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그 어떤 종교의 자유도, 집회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도 지금의 엄청난 피해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3단계 격상을 고민하는 대통령님의 고심과 종교단체들이 보다 더 방역에 협조해 달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종교가 어떤 이들에게는 취미일지 모르지만,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 <종교의 자유>라는 것은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입니다.

그 ‘종교행위·종교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습니다. 물론 기독교도 코로나 종식을 위해서 당연히 방역당국의 지침을 따르고 노력할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들께서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인입니다. 물론 종교단체들의 활동이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여러 역할은 물론, 실제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저는 오늘 방역과 경제라는 두 축의 난제를 붙잡고 해결을 위해 노력하시는 대통령님께 ‘정부와 교회의 협력 기구’를 제안합니다(주지하다시피 정부는 코로나19를 종식하고 경제를 살려야 하며, 교회 역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예배를 지켜야 합니다. 정부와 교회 공히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교회는 정부의 방역에 적극협조할 것입니만, 교회의 본질인 예배를 지키는 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19가 한 두 주, 혹은 한 두 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없이 교회문을 닫고 예배를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지속할 수는 없는 것이 교회의 현실입니다.

이에 다음과 같이 ‘정부와 교회의 협의기구’가 할 일을 제시합니다.

첫째, 방역 인증제도입니다. 기독교 연합회와 중대본, 지자체가 협의기구를 만들고, 방역을 철저하게 잘하는 교회에 대하여는 차별화하여 <방역인증> 마크를 주는 제도입니다.

인증을 받은 교회는 방역수칙에 따라 현장 예배를 드리고, 만일 수칙을 어기거나 확산이 되면, 그 교회에 분명한 책임을 묻고, 또 그 지역에서 몇 교회가 확산 되면 기초 자치단체장이 엄격한 원칙을 갖고 제지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정부도 이 방식은 부담이 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개척교회, 농어촌교회가 70% 넘는 것을 꼭 감안하여 주십시오. 이 교회들이 온라인 예배 드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철저한 방역을 강조해 주시고 지도해 주십시요(‘종교자유’라는 기본법이 있는 종교단체에 대한 폐쇄 명령을 내리는 것은 민주 정부가 바라는 바는 아닐 것입니다).

둘째, 집회 인원을 교회당 좌석 수에 따라 유연성 있게 적용하는 방안입니다. 교회당의 단위 면적에 따라 예배드릴수 있는 숫자의 유연성입니다(1000명이 모이는 공간에 300명 정도가 들어가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면 안전하다고 봅니다).

물론 2단계의 경우 소모임과 식사는 일체 하지 않을 것입니다(만일 정부가 앞으로 한 달간 교회가 비대면 예배로 전환하여 바이러스가 끝난다고 하면, 그 요구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미래를 모릅니다). 국민 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계시는 대통령님의 너그러운 판단을 바랍니다.

이밖에도 교회가 갖고 있는 현안들이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19를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간단하게 제목으로만 언급하겠습니다.

남북의 평화대로의 수축, 종립학교의 사학법 개정안,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하여 대통령님께서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며, 대통령님과 국가 지도자들에게 국난극복의 지혜를 주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태영 목사(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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