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과 뇌경색의 동시 발생

사회
식품·의료
나도 남도 괴로운 병(6)

홍삼이 공범?

뇌출혈과 뇌경색이 동시에 올 수도 있다. 뇌경색과 뇌출혈의 상황은 달라도 원인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분당 모 병원 환자복을 입은 60대 후반의 남자 환자가 들어왔다. 외견상으론 심한 편마비 등의 특이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봐야 약간 멍한 눈과 언어장애, 기억장애, 살짝 흔들리는 걸음걸이가 보일 뿐이었다. MRI와 CT로 촬영한 자료에 따르면 좌측 뇌는 뇌경색, 우측 뇌는 뇌출혈이라는 진단이 나와 있었다.

병원에서는 뇌경색 치료를 위해 혈전용해제를 쓰면 출혈이 악화될까 염려된다며 기다려보자고 했단다. 그는 한 달 반 동안 특별한 치료 없이 병실 밥만 축을 내고 있다며 투덜댔다. 담당 의사는 이해가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고개만 갸웃거린다고 했다. 그는 어이없는 일이 아니냐며 핏대를 세우기도 했다. 뇌출혈 때문에 뇌경색을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터지는 뇌출혈은 증상은 달라도 원인은 동일하다. 뇌혈관이 좁아진 곳이나 뇌혈관 벽이 얇은 곳에서 병목현상이 생겨 막히면 뇌경색, 터지면 뇌출혈이 된다. 좌우 뇌에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좌뇌는 경색, 우뇌는 출혈을 보이는 것이다.

필자는 유전적으로 뇌혈관의 가장 얇은 곳이 좁아져 막히면 뇌경색, 부풀어 올라 꽈리(동맥류)가 생겨 터지면 뇌출혈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심장에서 나간 혈액은 45초 안에 다시 돌아와야 하니, 혈관이 좁아져 저항이 증가하는 상황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심장은 강하게 펌프질을 하게 되는데, 쉽게 지치는 약한 심장의 소유자는 뇌경색을, 강한 심장의 소유자는 뇌출혈을 겪게 된다"라고 덧붙였더니 다행스럽게도 이해를 했다.

통뇌법은 뇌혈관질환의 1차 원인인 좁아진 혈관을 열어 혈액순환을 정상화시키므로 뇌경색과 뇌출혈을 막론하고 치료한다. 그를 그렇게 치료했다. MRI와 CT로 찍어봤더니 양쪽 뇌혈관이 정상으로 회복되었다는 판정이 나왔다.

그리고 그 병원에 있던 환자 네 명이 동시에 내원했다. 서로 알고 있는 그들로 말미암아 갑자기 대기실이 시끌벅적해졌다.

매 회차 치료를 끝낸 후 이분들을 모셔놓고 식생활에 특이점이 있나 추적해보려고 질문해보았다. 흥미로운 답이 돌아왔다. 모두 홍삼을 장기간 복용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중파 방송에 여러 한의사가 나와 '인삼과 달리 홍삼은 고혈압 등 모든 병에 좋으며 부작용이 없다'라고 열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참고로 이분들은 한의원이나 가정에서 홍삼을 직접 달여 만들던, 사포닌 농도가 높은 탕약을 즐겨 먹던 시절에 오셨다. 믿을 수 있으니 홍삼을 달여 팔라고 사정하던 환자들도 많았던 때였다.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해왔다. 오랜 임상과 연구 끝에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인삼 사포닌은 모닥불, 홍삼 사포닌은 숯불'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인삼은 복용 즉시 강심작용이 일어나 몸이 그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필자는 마신 뒤 바로 목덜미가 뻐근해질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한다. 홍삼은 지속해서 복용해야 반응이 나온다.

장복한 홍삼은 천천히 심장의 파워를 증가시켜 혈관 전체의 압력을 높인다. 이러한 혈압이 결국은 '어둠 속 킬러' 역할을 해 중풍을 유발할 수 있음을 임상으로 검증한 바 있다.

간디는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만병통치약은 없다. 정확한 방향성을 가진 약만이 질병에서 빨리 벗어나는 열쇠가 된다.

홍삼을 장기간 복용하면 체질에 따라서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고 했더니 한 환자가 선물로 들어온 홍삼이 많아 온 가족이 꾸준히 복용 중이라며 걱정을 했다. 얼른 그를 안심시켜주었다. '요즘 판매되는 홍삼 제품은 효과가 거의 없다'고.

시중에 판매되는 홍삼은 홍삼 함유량이 너무 적은 '말만 홍삼'이다. 약효는 무시하고 판매 이익만을 고려한 탓에 사포닌 계열의 주성분이 미량이라, 효과도 부작용도 거의 없다.

필자가 시험 삼아 복용해봐도 홍삼 추출물은 거의 없고 다른 한약과 단맛뿐이다. 적은 사포닌 함유량 덕분에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약품이 상품화된 웃기는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통뇌법 혁명: 중풍 비염 꼭 걸려야 하나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