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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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인류의 미래(2)

- 휴머니즘과 사이언스의 불편한 동거 -

* 중세의 대학, 졸업식 사각모의 유래

김광연 교수

중세시대까지 신본주의가 시대를 움직였다. 교황 중심의 사고, 신(神) 중심적 세계관은 인간을 무대 뒤에 머물게 했다. 교황 무오류설, 즉 교황의 가르침은 오류가 없다는 것으로서 당시 시대를 지배했던 흐름이었다. 당시 교황의 권위는 황제보다 위에 있었고, 서임권(敍任權) 또한 교황이 가지고 있었다. 교황이 황제의 서임권을 가질 정도로 권위는 하늘을 찌를 듯 했고, 황제가 교황에게 무릎을 꿇는 카노사의 굴욕 사건까지 역사에 남게 되었다.

하지만 신중심의 세계관과 교황의 권위는 서서히 그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교황의 부패와 함께 루터는 95개조 반박문으로 조목조목 당시 교황의 가르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교황의 권위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세 시대에 대학이 생겼다. 사람들은 이제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접할 수 있었다. 중세 시대에 처음 개설된 학과는 철학, 신학, 법학, 의학이었다. 4개의 학과를 이수하면 졸업을 하게 된다. 오늘날 대학 졸업식에 참여한 졸업생들이 사각모를 쓰는 데 사각모의 유래가 중세시대 개설된 4개의 학과를 이수했다는 의미를 상징한다.

대학의 탄생은 인간의 지적 장(場)을 마련해 준 터전이었다. 사람들은 대학에서 라틴어를 배우고 서서히 철학과 신학을 배우면서 이성과 신앙 사이의 균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라틴어와 같은 언어(고전어)를 배우는 과정은 성서 해석의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성서를 읽는 문턱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교황이나 성직자들의 가르침에 왜곡이 있는지 없는지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성서를 읽고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면서 신앙의 성숙은 물론 인간의 이성 또한 서서히 싹을 틔우게 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 휴머니즘이 꽃피다

중세의 신중심적 세계관과 달리 근대 이후, 인간의 이성이 꽃을 피우고 황금기를 맞이했던 시기가 절정을 이루었다. 당시 인간이 사물이나 대상을 판단하고 규정하는 가치관이 팽배하면서 휴머니즘(humanism) 사상이 시대를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휴머니즘, 즉 인본주의 가치관은 모든 대상을 인간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판단을 한다. 심지어 신(神)과 같은 초월적인 존재도 인간의 기준으로 대상을 규정한다.

신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신의 절대적인 권위 앞에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다. 하지만 인본주의는 신 앞에 나약한 모습으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 중심적으로 신을 해석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 신본주의 즉 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신의 존재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세계관과 달리, 인본주의는 계속 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인간은 신은 어떠한 존재이고, 정말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꾸 품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생각이 신의 존재를 앞지르기 시작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에 의해 초월적인 존재가 뒤로 밀리게 되는 것은 어쩌면 예상했던 일일 것이다.

* 휴머니즘과 사이언스의 불편한 동거

휴머니즘이 대상을 엄밀성으로 판단하는 과학 기술과 연결되면서 신의 존재를 서서히 밀어내게 되었다. 인간의 경험을 최고의 기준으로 여겼던 경험론의 발달 이후, 휴머니즘의 화려함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인간은 끊임없이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드는 데 최고의 목표를 두었다. 그렇다보니 인간은 과학 기술을 스스로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과학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인본주의 가치관과 같이 항해를 하고 있었다. 인류는 과학을 신을 위협하는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인류는 과학 기술로 서서히 신놀이(playing God)를 시도하고 있었다.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의술과 생명공학 기술은 어느새 인간의 편이 되어 가고 있었다.

1996년은 유전공학 기술의 획기적인 선을 그은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체세포 복제 기술로 복제양 돌리(Dolly)가 탄생한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생명의 탄생은 생식세포를 통해 출생한다. 하지만 복제양 돌리의 탄생은 좀 다르다.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 복제로 태어났다. 체세포는 생식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를 말한다. 쉽게 말해 체세포는 머리카락에서도 찾을 수 있고, 우리의 침에서도 체세포를 찾을 수 있다. 생식세포로 태어나는 출생 다시 말해 자연스러운 수정을 통해 출생이 이루어지는 방식이 아니라, 체세포 복제 기술, 즉 신체의 일부에서 추출한 체세포를 전기 자극으로 수정란을 만드는 기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 기술을 시작으로 인류는 서서히 복제 기술에 자신감을 가지고 유전공학 기술을 발전시켰다.

이후 복제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맞춤아기 기술까지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우수한 유전자를 선별해서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맞춤형 아기 기술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야말로 생명공학자들은 서서히 아이를 제작하는 신(神)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수한 유전자를 골라 마음대로 유전자를 편집하여 태어난 디자이너 베이비(designer baby)를 우리 눈 앞에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영국과 중국에서는 이 기술이 성공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영국은 유전질환을 가진 부모에게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제한적으로 이 기술을 허용했다. 치료용 목적에 한해서 유전자 가위로 수정란에 있는 질병의 유전자를 잘라 낼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부분적으로 허용되었다. 과학자들은 이제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골라 아이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인류는 이제 유전 공학 기술을 넘어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 바로 인류는 인공지능 기술로 신의 역할을 대신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계속)

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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