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정제유 불법 수입↑…中, 제재 회피 지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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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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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노동자 최소 1000명…사이버 외화 획득 우려
일본 외무성이 방위성으로부터 입수해 지난 2월7일 공개한 불법환적 의심 북한 선박 천마산호와 국적 불명의 '명파5' 모습. ©일본 외무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가 정한 한도인 50만배럴 보다 8배나 많은 정제유를 수입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럽에 진출한 북한 축구선수들도 송환 대상 노동자라고 했다.

18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전날 공개된 연례 최종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정제유 수입과 석탄 수출, 사이버 공격, 노동자 파견 등 불법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북한의 가장 대표적인 불법 활동은 정제유 불법 수입이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이전부터 지속해 오던 '선박 대 선박' 간 불법 환적뿐 아니라, 외국 선적의 선박들이 북한 남포항에 직접 드나든 정황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센린 01호와 티안유호 등 외국 선적의 선박들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10개월 동안 북한 남포항에 총 64회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6월과 7월, 10월에는 북한 유조선이 정제유를 운반한 횟수보다 외국 선박들이 운반한 횟수가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 선박들은 운항 과정에서 깃발을 내리거나 이름을 바꾸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고 전문가패널은 설명했다.

아울러 남포항에 드나들었던 선박에 정제유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면 지난해 1~10월 북한이 수입한 정제유가 안보리가 정한 연간 한도인 50만 배럴의 8배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선박들이 북한의 불법 활동인 석탄 수출에도 적극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 불법 환적에는 주로 유령 회사에 소속된 배들이 동원됐는데 이제는 중국 해운사의 선박까지 가담했다는 설명이다.

북한 석탄 불법 환적에 관여된 중국 선박은 라오 추안 장 717호와 푸싱 9호, 푸싱 12호 등으로 모두 중국의 합법적인 해운사에 소속돼 있다.

특히 푸싱 12호는 중국 정부 소속 기업 소유의 배였다가 다른 곳에 팔린 것으로, 전문가패널은 중국이 북한의 불법 환적에 이 선박이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로 불법 환적이 일어난 장소 역시 중국과 관련돼 있다. 보고서가 공개한 인공위성 사진에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항구 중 하나인 닝보 저우산항 앞바다에 북한 선박 무려 10척이 정박해 있다.

전문가패널은 이들 북한 선박이 불법 환적 중인 선박이라며 북한의 불법 활동이 비밀리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안보리 관계자는 VOA에 "중국 정부가 유엔의 금지된 활동을 적극 지지하거나 최소한 의도적으로 눈감아주고 있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상당히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중국 기업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등 불법 행위에 연루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했다.

지난해 1~8월 북한이 수출한 석탄은 370만t으로, 3억7000만불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중국에 100만t 상당 모래를 수출해 2200만달러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15일 북한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예선 한국 대 북한의 경기에서 북한 한광성이 패스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패널은 해외 프로리그에 진출해 있는 북한 축구선수들 역시 노동자로 판단했다. 보고서가 지목한 북한 축구선수는 한광성, 박광룡, 최성혁 세 사람으로, 이들은 모두 유럽 프로축구팀에 진출해 있다.

IT 노동자 해외 파견 문제도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은 지난해 1~11월 군수공업부 소속 IT 노동자 최소 1000명이 각 최대 월 소득 5000달러를 올렸으며, 그중 3분의 1을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이 사이버 외화 획득에 주력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버 공격을 '저위험 고소득' 수단으로 보고 수법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를 탈취해 수천번 세탁을 거쳐 현금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이후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여러 차례 발사하고 SLBM 개발을 하는 등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전용차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2대 및 렉서스 LX570 차량, 보드카, 위스키, 코냑 와인 등도 북한에 반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우 이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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