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서 벌어지는 낙태 전쟁, 한국 사회는 어느 길을 택할까?

사회
사회일반
노승현 기자
shn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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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위헌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헌재의 최종판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낙태 찬반의 목소리가 뜨겁게 분출되고 있다. 지난 2012년 헌재의 합헌 판결 이후 7년만에 제기된 낙태죄에 헌법소원에 대해서 헌재는 다음 달 초 판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생명윤리단체들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여성의 인권을 위해 낙태를 절대 합법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낙태찬성단체들은 여성의 선택권과 역시 여성 인권을 주장하며 낙태를 합법화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낙태죄의 형사처벌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문재인 정권 하에서 헌재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낙태반대운동연합 함수연 회장은 지난 25일 낙태법 유지 토론회에서 "자기결정권이란 자신에게 속한 부분에 한정되는 것인데, 태아는 모체와 별개의 생명체이기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낙태문제를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대립구도로 보는 것은 잘못된 관점이라고 주장했다.


생명운동연합의 김길수 목사는 "낙태를 개인의 권리라고만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며 태아의 생명보호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구체적인 방안으로 남성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입법 활동과 미혼모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 그리고 생명윤리와 성 윤리에 입각한 성 교육 실시 등을 제시했다. 


한국 천주교측에서도 현재 낙태죄 폐지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공식 온라인 매체인 '바티칸 뉴스'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생명 존중 운동을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바티칸도 한국의 낙태죄 위헌소송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낙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여성의 인권과 선택권을 위해, 특히 여성의 학업, 직장 등 사회생활에 대한 지장, 경제적 어려움, 자녀 계획,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이유로 낙태가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낙태가 불법화되어 은밀하고 안전하지 않은 방법으로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여성, 특히 산모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지난 15일 낙태죄 처벌 조항이 여성의 자기 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해 사실상 정권 차원에서 헌재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무엇보다 성과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이 약화되면서 낙태를 지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국내 총인구가 10년 후 감소할 것이라는 정부 전망까지 나온 가운데, 사회 전반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되고 있고, 이로 인해 낙태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도 점점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낙태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낙태를 홍보·촉진하거나 낙태시술을 제공하는 외국 단체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이른바 '멕시코 시티 정책(Mexico City policy)' 확대를 발표했다.


이른바 '멕시코 시티 정책'은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선포했던 것으로, 비정부기구들을 향해 연방기금 수령 조건으로 다른 나라에서 가족계획의 방편으로 낙태 시행을 돕거나 증진하지 않을 것에 동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 기금을 받기 위해 앞으로 단체들은 자신들이 가족계획의 한 방편으로 낙태 시술이나 낙태 장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 정책은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 취임 후 폐지됐다가 2017년 공화당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부활됐고,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해서 낙태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강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계속해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발표에 대해서도 전 세계 여성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법화되어 있는 낙태를 합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오히려 합법화되어 있는 낙태를 위헌으로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는 역방향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낙태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헐리우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이 역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언플랜드(Unplanned)'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오는 29일 미국 전역에 개봉될 예정이다. 제목에서부터 미국 최대 낙태단체인 가족계획연맹(Planned Parenthood Federation)을 겨냥한 느낌을 강하게 주는 이 영화는 (실제로 영화 '언플랜드'는 가족계획연맹에서 디렉터로 일하다가 생명존중운동에 뛰어든 애비 존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영화 등급을 매기는 영화 등급 판정 기관 미국영화협회(MPAA)으로부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후 '언플랜드' 영화 소개 웹사이트(www.unplannedfilm.com)에 한장의 공식 항의 서한이 공개됐는데, 이 서한은 MPAA에도 공식적으로 전달됐다.


서한은 "이 영화는 R등급을 받을만한 욕설이나 폭력, 선혈 등이 낭자하는 장면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청소년을 포함해 오늘날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전달돼야 하는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마이크 허커비(전 아칸소 주지사), 팻 분(가수), 그레이 프레드릭슨(영화 대부 2 프로듀서), 제럴드 몰린(쉰들러리스트 영화 제작자) 등 총 31명의 유명인들이 서명을 했다. 
하지만 MPAA는 역시 성명을 발표해 "등급 변경은 없다"고 못박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낙태 반대 움직임에도 기존의 낙태 합법화를 유지하기 위한 기득권의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지는 낙태를 둘러산 찬반 싸움의 결과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한국 헌재의 낙태죄 판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1972년 낙태를 합법화한 판결이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과 영향을 일으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