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설치, 과연 옳은가?"

위헌성 여부 논의하는 세미나,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임기간 중 법원행정처와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농단 사건은 연일 이슈화 되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사법 농단 수사를 위해 연루된 법관들에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발부했으나, 법원에 의해 영장 청구가 기각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선 법원이 방어를 위해 의도적으로 기각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 8월 14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이하 특별재판법률안)’을 발의했다. 특별재판법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에 있다.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 7간담회의실에서 ‘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성’이라는 제목으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먼저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특별히 현 체제가 전복되고 새 체제를 세우려는 상황이 아닌 이상, 특별재판부 설치는 명백한 헌법파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특별재판부의 도입은 대한민국헌정사를 돌아볼 때, 혁명적 정치변혁기에나 등장했다”고 첨언했다. 예로, 그는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돼 곧바로 1945년 8월 15일, 법치국가 건설을 위해 설계된 제헌헌법은 그 부칙에 ‘친일파 처벌에 관한 특별재판부 설치법 제정’을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5.18 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벌법’도 이에 해당하며, 통칭 ‘개발사건법률로서 특별재판’이라 불리고 있다.

그러나 최대권 명예교수는 “특별재판부 설치는 헌법 제 27조제1항의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제101조 이하의 법원에 관한 조항들을 침해 한다”며 “특별입법이라면 이러한 헌법위반을 정당화 할 정도의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를 반문했다.

최대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나아가 그는 “재판거래 등 전직 대법관·판사의 잘못이 헌법이나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면,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하면 된다”며 “만일 그 잘못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한다면, 뇌물죄·직권 남용죄 등으로 기소해 재판을 받게 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마저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절차법상 재판에서 그들과 연관 있는 법관을 배제하는 법적 장치인 ‘제척·기피·회피’를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제척·기피·회피 제도는 형사소송법 17조에 명시된 조항으로,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제정됐다. 특히 제척은 불공정 재판을 할 우려가 있는 사유를 적시해, 이 사유에 해당되는 판사는 그 직무에서 배제시킬수 있다. 기피 제도 또한 제척 제도와 동일하나, 소송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판사를 제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이어 음선필 홍익대 법대 교수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관견’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 의혹사건을 특별재판에 넘기는 건, 전형적인 개별사건법률(Einzelfallgesetz)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그는 “개별사건법률의 입법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그러나 법률은 보편적으로 적용돼야 하며, 어떤 개별사건에만 적용된다면 평등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제 2조는 개별사건법률에 해당하지만,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가 있기에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헌재는 판시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음선필 교수에 의하면 특별재판법을 정당화할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며, 앞서 최대권 명예교수가 지적했듯 정치적 변혁기에 발생된 사건들은 특별재판을 허용할 중대하고 합리적 근거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렇다면 특별재판법안이 발의된 취지는 무얼까? 음선필 교수는 “아마 대상사건의 재판을 담당하게 되는 서울중앙지법 및 서울고법이 현행 재판을 담당할 경우, 사법농단 사건과 연관된 법관이 재판에 관여할 가능성 때문”이라며 “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특별 발의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그는 “재판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형사절차법상 이외, 특별 규정을 따로 명시하려는 입법취지가 과연 목적에 합치될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특히 그는 “현재 사건배당의 무작위성 및 법관의 제척·기피·회피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더 공정한 재판을 하리라는 보장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왼쪽부터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음선필 홍대 법대 교수,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아울러 그는 “현재 특별재판법률안 제7조는 재판관 후보를 추천할 때,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매우 크도록 조항을 설정했다”며 “사실상 대법원장의 주도하에 구성된 특별재판부가 더 공정한 재판을 보장할지는 의심스럽다”고 재차 지적했다. 나아가 그는 “대법원장에게 특별 재판법 판사 임명권이 있기 때문에, 인사권 견제를 위해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건 일응 타당하다”며 “그러나 대법원장은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며 느슨한 법망을 설명했다.

또 그는 “9인 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법 추천위원회조차 대한변협에 3명, 서울중앙지법 및 서울고법 판사회의에 3명, 대법원장에 3명을 위촉할 권한이 부여된다”며 “대법원장은 추천위원회에 3명 위촉을 통해 사실상 추천위원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그는 “대법원장이 사실상 양승태 사법 농단 사건에 사건을 배당하는 셈”이라고 역설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특별재판법률안 11조는 특별재판부 판결문에 합의에 관여한 모든 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 규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그는 “2004년 故노무현대통령탄핵심판 사건에서 소수의 의견을 표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적 차원으로, 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 3항은 모든 재판관은 의견을 표명하도록 규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그는 “법원조직법 및 형사소송법은 이러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유로, 그는 “재판 합의 결과는 당연히 공개해야 하지만, 합의과정에서 재판관 고유의 양심을 보장하고 나아가 여론에 따른 압력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즉 그는 “자신의 의견을 판결문에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재판관도 사람이기에 여론의 강한 압력을 의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된다면, 재판관 양심에 따른 주체적 판결 의지를 위축시키게 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하여, 그는 “법원조직법 및 형사소송법의 이러한 규정을 무시한 채, 특별재판법률안이 모든 판사 의견을 공개하도록 하는 건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특별재판법률안 제12조가 공판과 변론의 모든 과정을 생방송 촬영중계까지 허용하도록 명시한 건 통상 재판공개의 원칙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재판 과정에서 녹음·촬영을 금지한 법원조직법 제59조와 달리, 재판 과정에 생중계 촬영까지 허용하는 규정은 재판부에게 여론의 압력을 그대로 전달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며 “이는 자칫 여론재판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여, 그는 “그 결과 재판의 독립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그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기간 동안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각종 사법농단 의혹사건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고, 법원 내부 자체의 조사가 부실하다는 비판 때문에 이런 특별재판법률안 발의 의도는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보다 선명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의 요구는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헌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그는 “특볍재판법률안 제7조는 대법원장이 재판부를 직접 구성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농후해, 또 다른 사법부 내부의 간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재판상 독립 훼손 문제를 규명하려다, 역설적으로 또 다른 차원의 재판상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요지인 셈이다. 이어 그는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세력의 영향 못지않게, 사법부 내부의 간섭이 재판상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건 엄연한 현실”이라며 “‘보이지 않은 듯하나 보이는 손’인 대법원장에게 재판부 구성권한을 막대히 부여하는 건, 재판의 독립성 및 공정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그는 “사법권의 독립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원이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돼야 하며,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도 법관의 재판상 독립도 철저히 확보돼야 한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종래 사법부의 그릇된 행태에 의해 사법권 독립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했다 해도, 이를 바로 잡는 과정에서 위헌적 조치가 허용 되서는 안 된다”고 재차 지적했다. 때문에 그는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면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다시 강조하면, 그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단초가 재판 공정성의 훼손일진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는 더욱 공정해야 한다”며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지 않음으로, 특별재판법률안에서 드러난 불공정성은 공정성을 결코 바로 세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안으로, 그는 “사법농단 사건을 재판할 수 있는 판사들을 무작위로 추첨하고,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통해 배제될 경우 재판부를 다시 구성하면 된다”고 제안했다. 다시 말해 특별재판법률안 발의로 법 조항을 따로 제정할 필요 없이, 현재 형사소송법 17조 등이 보장하고 있는, 재판부 구성에 있어 공정성 확보를 명시한 조항으로도 이미 충분하다는 셈이다.

또 그는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웠던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비정치적이었던 기관은 사법권 이었다”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특별재판법안이 제시한 특별재판부 구성방식이, 만일 ‘사법부 적폐 청산’을 외치면서 또 다른 정치 세력화 진입을 위한 통로로 활용된다면 이는 또 다른 사법농단의 시작”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발제를 마무리했다.

이번 ‘특별재판부 설치의 위헌성’ 세미나에는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상현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 자유와 인권연구소장 고영일 변호사도 토론에 참여했다.

©기독일보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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