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한국왔지만 결국 제3국으로 脫南하는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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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3만명 시대…사회통합과 통일 준비

▲탈북민 출신 이애란 박사가 북한인권을 위해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자료사진

1. "먼저 온 통일" 북한이탈주민

지구상에서 가장 철저한 장벽으로 가로 막힌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아무리 혈연으로 이어진 가족이지만 남보다 더 철저하게 담을 쌓고 살아온 한국인들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점차 깃발을 내리고 사회주의 철조망들을 걷어내면서 분단된 한반도에도 일련의 변화가 일어났다.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생사의 기로에 놓인 북한주민들이 대거 탈북하여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국가들을 떠돌게 되면서 남한에도 3만 명에 이르는 북한주민들이 입국하여 새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분단 반세기 만에 서로 만났지만, 남한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에 익숙해진 사람들과 사회주의 배급경제체제에 익숙해진 북한이탈주민들 간에는 많은 이질감과 문화적 차이를 경험하게 되고,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문제들이 발생되는 것도 현실이다. 많은 탈북자들이 학교와 일터와 마을에서, 친구와의 관계와 사회적 존재로서의 위치에서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고,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적 갈등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것은 너무도 평범한 일상이 되었고, 탈북학생들의 대부분이 대안학교를 전전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말로는 탈북민들을"먼저 온 통일"이라고 추켜세우지만 현실에 있어서는 사회복지수혜 대상자에 지나지 않는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이 또한 북한이탈주민들의 현 주소다. 세미나와 포럼, 출판물과 뉴스에서는"먼저 온 통일"이라 부르며 각종 지원과 보호 대책이 난무하지만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의 현장에서는 별로 나아지는 대책도, 희망 있는 정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환경 속에서 많은 탈북자들이 또다시 보따리를 싸들고

유럽으로, 북미주로, 호주와 남미에 이르기까지, 탈남 대열이 늘어나고 있고, 캐나다로 탈남한 탈북자들은 3천 명 이상이 된다고 한다.

한국에 입국하는 탈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해외로 탈남하는 탈북자의 수도 늘어날 것이며 심지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탈북자들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에 입국한 약 3만 명에 해당하는 북한이탈주민은 정말 "먼저 온 통일"인가?, 우리는 통일을 정말 원하고 있는가? 북한이탈주민들이 진정으로 "먼저 온 통일"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3만 명의 북한이탈주민들과도 화합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들거나, 떠나가야 한다고 하는 북한이탈주민들을 보면서 우리는 향후에 통일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현재는 북한이탈주민들이 탈남을 하고 있지만 통일이 되어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유하지 못하고, 각자의 이해관계만을 끌어안고 서로를 배척한다면, 물리적인 통일에 상관없이 남과 북은 더욱 공고한 분단선을 형성하게 될 것이며,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먼저 온 통일"을 논하기 전에 통일을 논하는 모든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에 대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며, 우리의 통일논의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2. 남한 내에서 탈북자들의 사회적 위치

현재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주민등록증을 부여받고 생활하는 탈북민이 무려 3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탈북자가 사회적 편견과 소외감 등을 호소하며 유럽이나 북미주와 남미, 호주 등 세계 여러 지역으로 탈남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 캐나다에 체류하는 탈북민에 따르면 캐나다의 밴쿠버 시에만도 3천여 명이 입국해 있다고 한다.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생활할 때에는 물론 옥수수밥만 마음 놓고 배불리 먹어도 부자라고 생각하고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았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면서는 쌀밥에 고깃국을 먹어도 가난하다고 느끼게 된다. 탈북민사회의 평균연령은 35세 정도이고 70% 이상은 여성이며 이들은 한국사회에서 배고픔이 아닌 심리적인 아픔을 호소하고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자유와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도 없이 한국사회에 인입된 탈북민들에게 있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찾아서 해야 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져야만 하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 데다가 한국사회의 취업시장도 형편이 만만치 않아서 탈북자들의 설자리가 마땅치 않은 형편에서 인간관계형성이 여의치 않은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한국사회의 장벽이 너무 높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남북하나재단이 전국 북한이탈주민 1만 2,77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2.6%가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으며, 69.9%가 문화적 차이로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다 보니 취업이나 자립보다는 한국의 사회복지시스템에 안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탈북자들이 결혼 후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못하고 사실혼 관계로 살아가거나 부부임에도 서류상으로는 이혼을 한 채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탈락이 될까봐 걱정하며 아르바이트나 용역직을 전전하게 되는데,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수년이 지나도 올바른 사회관계를 형성하거나 경제적인 자립의 조건을 만드는 데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장경제체제에서 전문성을 확보해야 하고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찾아야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민들은 일용직을 비롯한 비 기능적, 비정규적 일자리만 찾다 보니 생활보호대상자를 유지하는 데는 성공하나 실제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유인으로 자리매김 하는 데는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편에서 탈북자들의 자존감이나 문화적인 유능감, 등은 더욱더 상실되게 되고,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서 보다 사회보장제도가 잘 마련되어 있다고 알려진 유럽이나 캐나다와 미국 같은 미주지역으로 탈남하게 되는 것이다.

▲철조망 너머로 보이는 북한 땅. ©오픈도어선교회

그러나 문제는 사회보장이 아무리 잘 되어 있는 국가라고 할지라도 탈북민들이 그곳에 정착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난관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만, 임대주택을 이미 국가에 반납했기 때문에 주택의 구입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탈북민들 중에는 북한으로 돌아가거나 돌아가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러한 원인은 가족들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왔지만 경제적인 자립이 되지 않고 여러 가지 원인으로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경우 막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탈북민 여성인 A씨의 경우 중국 방문 시에 동생의 권유로 한국에 왔지만 한국에 입국하여 일하던 어느 한 회사에서 퇴직을 당하게 되자 북한의 자식들에게 돈도 보낼 수 없고 자신 때문에 북한에 남아있는 자식들이 더욱더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하자 북한으로의 재입북에 나서기도 했었다. 그리고 탈북민 사회에는 이런 일들이 꽤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탈북민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너무 없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탈북민들은 국가의 세금이나 축내는 사회보장대상자로서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3. 통일 후 사회통합을 위한 준비와 한국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로 불리고 있고 탈북민을 위한 전시성 행사는 꽤 많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탈북민들은 "먼저 온 통일"이라는 용어에조차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한국사회와 융합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반세기 이상을 다른 이념과 체제에서 생활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나서 그처럼 빨리 융합이 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남북한 주민간의사회적 갈등은 상당히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며 그러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오히려 분단시대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시킬 것으로 사료된다. 현재에 나타나는 탈북민들의 남한사회 부적응과 사회적 갈등은 탈북민의 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부각되지도 않고 너무 큰 문제로 전이되지 않지만 통일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갈등과 분열을 겪으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될 수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반세기 이상을 아무런 교류도, 정보의 교환조차 하지 못하고 살아온 한 민족이 서로 만나서 좌충우돌 부딪치면서 겪어내야 할 분단의 앙금들은 분명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드시 이러한 분열과 갈등과 분단의 찌꺼기들을 씻어내고 자유민주주의 기치 아래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힘을 모아 함께 훌륭하고 번영하는 자유 대한민국을 세워나가야 하는 것만은 분명한 진리이다.

사회통합을 준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과 함께 관심을 가지는 것이며 서로를 인정하고 서로에게 신뢰를 보내며 함께 가려는 노력일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는 각자가 스스로의 책임에 기초한 자유를 누리며 자신을 위해, 또 타인을 배려하는 가치관이기 때문에 이러한 가장 중요한 원리를 탈북민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교회가 이들과 함께 하면서 본을 보여야 한다고 사료된다. 요한복음 8장 32절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하리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우상과 독재, 절대자가 사라진, 그래서 가치관이 무너지고 원칙과 상식이 혼돈을 겪게 될 통일과 사회통합의 공간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기초한 진리를 깨닫는 것이 정말 필요할 것이다. 그것을 위하여 먼저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자유와 민주주의의 홍수 속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 탈북민들에게 진정한 자유는 진리 위에서 가능하고 그 진리는 하나님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우칠 수 있도록 하며, 향후 이들이 북한주민들을 위한 자유의 전도사, 하나님의 복음의 전달자로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말로만 떠드는 통합이나 통일준비가 아닌, 서로에게 역할을 주고, 그러한 역할을 통해 더 가깝게 알아가고 서로를 신뢰하는 관계 형성을 하는 것이며 탈북민들이 자유와 책임과 복음과 진리의 진수를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탈북민이나 한국교회나,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조금씩 내려놓고 서로에 대해 좀 더 신뢰하고 서로를 좀 더 배려하며, 서로를 인정하며 서로에게 좋은 역할을 맡기기 위해 노력하며, 서로에게 조금씩 어깨를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ㅣ이애란 박사(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오픈도어선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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