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교황 방한 관련 샬롬나비 논평

교회일반
교단/단체
편집부 기자
국빈으로 오신 교황 반대운동은 기독교인의 도리가 아니다

- 개신교 지도자들은 교황으로부터 낮아짐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공감의 리더십을 배우라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장·샬롬나비 회장·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설립원장)

세계 로마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하여, 가톨릭 순교자 124위 시복식을 포함한 4박 5일의 일정을 마친 후 18일 출국한다. 가톨릭 신자만이 아니라 비신자들까지도 그의 방한을 환영하고 있다. 청빈과 겸손과 관용의 삶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향한 따듯한 공감의 리더십으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준 교황이, 남북분단의 질곡으로 고통당하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고, 사회갈등과 분열로 고통당하는 한반도에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 보수진영의 일부 목회자들과 성도들은 교황의 방한이 미칠 영적이고 교회적인 영향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교회 일부 보수진영은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로마 가톨릭&교황 정체 알리기 운동연대'와 'WCC 반대운동연대' 주최로 반대 대성회을 개최한 데 이어, 16일에는 교황 방한대책협의회 주관으로 광화문 옆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8.16 기도 대성회'를 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가톨릭이 예수님 외에 마리아는 숭배하는 이단이며, 교리적이고 신학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 또 WCC와 동일하게 그리스도 외에 다른 종교를 통해서도 구원이 가능하다는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한다는 것, 종말의 적그리스도가 세계평화를 가장하여 한국을 영적으로 집어삼키려 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들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반대운동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황은 한국 천주교 청소년대회에 초청을 받아,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분단된 한반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하여 왔다. 세계인들의 존경을 받아 400여명의 해외보도진들이 그분의 방한 여정을 보도하고 있다. 그분을 반대한다는 것은 개신교의 사회적 신뢰성을 실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샬롬나비는 교황 방한과 관련하여 다음 사항을 천명하는 바이다.

1. 교황을 세계의 영적 지도자 중 한분으로 존경하는 마음으로 환영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세계 12억 명 되는 로마 가톨릭 신자들의 수장이요 동시에 바티칸이라는 한 나라의 국가수반으로, 전 세계가 인정하는 존경할만한 정신적 지도자로 방한한다. 그의 방한은 한국정부에서 국가적인 경사로 인정하여 대통령이 서울 공항에 마중까지 나가서 환영하고 있고, 그를 국빈에 준하는 예우를 하고 있다.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손님을 잘 접대해 온 우리가 방한하는 교황을 합당한 예우로 맞는 것이 마땅하다.

2. 교황의 겸허하고 섬기는 태도에서 한국개신교 지도자들은 섬김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교황은 신앙적 품격이 훌륭하며, 높은 도덕성을 가졌으므로 비단 가톨릭 교인들만이 아니라 개신교인들과 일반 무종교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오늘날 교황은 5백 년 전 종교개혁 시기의 교황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로마 교황이 권좌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데는 2천년이 걸렸다. 프란치스코는 2천 년 만에 권좌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온 교황이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의 행동이다. 언론은 그를 가난한 자의 벗이라고 칭한다. 프란치스코도 전임 교황들 못지않은 노인이지만 중세교황처럼 권좌(權座)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종교적 속인(俗人)이 아니라 겸허하게 권좌에서 내려와 서민들에게 다가간다. 그러므로 그는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 개신교 지도자들도 대형교회 당회장이라는 명예의 권좌와 욕망에서 내려와 겸허한 목자의 태도로서 소외된 자들과 낮은 처지의 신자들에게 다가가는 자성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3. 교황 방한을 반대하는 자들은 박애가 교리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한다

교황은 일주일전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사랑과 희망의 복음을 나누려고 한국에 간다"고 전했다. 비단 천주교인만이 아니라 무신론자들에 의하여 존경을 받고 가장 낮은 이들과 눈 맞추고, 가장 약한 자들의 손을 잡는 교황의 삶을 전 세계가 존경한다. 믿음의 본질은 사랑과 평화다. 종교·인종·계층 간 화해다.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믿지 않는 자들의 삶의 방식까지 존중하는 것이다. 이웃 종교에 대한 배척 태도는 모든 사람들과 화평과 성화를 좇으라는 성경의 말씀에 거슬리는 독선적 태도이다.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따르라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히 12:14). 하나님은 제사보다도 인자와 사랑을 원하신다고 하였다. 교리가 다르다고 배척하는 것은 진정한 기독교인의 태도가 아니다.

4. 가톨릭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상호간의 교류가 필요하다.

종교개혁시대 이후 가톨릭 교회가 많은 변화를 했음에도 그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채,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이 타락한 중세 교회를 바라보았던 그 시각으로 현대 로마 가톨릭 교회를 본다면, 판단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화란의 칼빈주의자 아브라함 카이퍼는 오래 전에 개신교가 삼위일체론의 대적을 만날 때는 삼위일체 교리를 믿는 로마 카톨릭 교회는 "동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것은 로마 가톨릭 교회 역시 개신교처럼 사도신경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개신교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가톨릭을 이단이나 적그리스도의 집단으로 비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한국 개신교는 로마 가톨릭 교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그 이해가 대부분의 경우 매우 피상적인 수준이다. 우리는 이제 같은 기독교인으로서 천주교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와 상호 간의 심정적인 교류가 필요하다.

5. 가톨릭에 대해 종교개혁 교회의 관점에서 교리적 다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루터나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은, 도덕적인 행위로 의롭다 함을 얻을 수 있다는 가톨릭의 견해에 반대하며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의롭다 함을 얻을 수 있다는 이신칭의의 진리를 천명함으로 중세 천 년간 가려져 있던 복음을 회복하여 교회를 진리의 토대 위에 놓았다. 우리는 종교개혁자들이 로마 가톨릭의 성경관, 인간론은 물론 기독론 나아가 구원론과 교회론에서 큰 차이점 때문에 심각한 논쟁을 한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종교개혁 이후에 가톨릭은 그들의 교리적인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종교개혁의 전통에 서 있는 우리는 오늘날 천주교가 여전히 비성경적인 구원론이나 교회론, 특히 타종교에도 구원의 문이 열려 있다는 종교다원주의적인 입장에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럼으로써 교리적 다름을 분명히 한다.

6. 교황 방한을 개신교 지도자들은 자기 성찰의 귀한 기회로 삼아야한다.

한국 개신교는 지금 사방으로 공격을 당하며 전도의 문이 닫혀 있는 상태인데, 그 이유는 개신교 지도자들이 세속화 되어 도덕성과 공공성, 섬김의 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한국 개신교 선교 초창기에는 사회적인 지지와 신뢰성이 있었다. 또 그로 인해 오늘날 주도적인 종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개신교 지도자들이 초창기 섬김의 정신을 상실함으로써 교회풍토는 세속화 되었고 나아가 세상 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다. 낮은 데로 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높다란 종교 권력의 성(城)을 쌓아 왕 노릇 하는 한국의 개신교 지도자들과 대조된다.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개신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한 개신교의 사회적 실추에 대한 깊은 책임감을 통감하고 무너진 정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적인 책임을 감당하여 대사회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참 신앙은 교리로 증명되지 않고 삶의 실천과 열매로 증명된다.

2014년 8월 14일

샬롬을꿈꾸는나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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