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무너지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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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권분립이 무너지면 자유민주주의도 무너질 수 있다

양기성 교수

대한민국이 중대한 헌정적 갈림길에 서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선거를 통해 권력을 맡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권력을 가진 사람도 헌법과 법률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데 진정한 민주주의의 가치가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형사사법제도와 사법부를 둘러싸고 일련의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국민이 우려하는 이유는 제도 개혁 그 자체보다 그 개혁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약화시키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첫째,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폐지되었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했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한 권한 분산을 개혁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관의 이름이나 조직의 변화가 아니다.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수사기관이 여러 곳으로 나뉘었다고 해서 반드시 권력의 남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관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거나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엄격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

둘째, 법 왜곡죄가 도입되었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 등이 법을 왜곡하여 적용하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법 집행의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목적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법 해석과 판결의 차이를 어디까지 범죄로 볼 것인가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법관과 검사가 정치적 고발이나 형사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소신 있는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법치주의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

셋째, 재판소원제와 이른바 4심제 논란이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이는 기본권 구제의 확대라는 긍정적 취지가 있지만, 재판의 종결성과 대법원의 최종심 기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일반적인 4심 법원제도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국민이 이를 사실상의 4심제로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넷째, 대법관을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문제다.

2026년 2월 국회에서 대법관 증원법이 통과되었으며,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증원하도록 했다. 상고심 사건의 적체를 해결하고 재판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 추진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대법관의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특정 정권이 임명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장을 둘러싼 탄핵 주장과 국회 차원의 압박 논란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사법부 수장 역시 법과 헌법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로 사법부를 압박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다섯째, 대한민국의 미래는 권력분립에 달려 있다.

헌법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권력을 분리하고 서로 견제하도록 설계했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는 법을 집행하며, 법원은 법에 따라 판단한다. 이 세 기관 중 어느 한 곳이 다른 기관을 사실상 지배하게 되면 민주주의의 균형은 무너진다. 권력이 선거에서 다수를 얻었다고 해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수의 의석은 국정 운영의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지 헌법적 한계를 없애는 면허가 아니다. 2028년 국회의원 선거 역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권력분립을 점검하는 중요한 정치적 과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국민이 헌법과 법치주의의 가치를 얼마나 소중하게 지키느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사회주의 국가나 절대군주국가로 변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고 사법부의 독립성이 약화된다면 자유민주주의의 실질적 내용이 훼손될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사법부는 권력의 시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판사는 정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하며, 검사와 수사기관도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법과 원칙에 따라 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은 권력을 위임할 수 있지만, 헌법적 권리와 자유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권력을 독점하려 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스스로 공정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법치주의이며, 권력의 독점이 아니라 권력의 분산이다.

검찰개혁도 필요하고 사법개혁도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개혁도 헌법 위에 있을 수는 없다. 대한민국을 지켜온 것은 특정 정권이나 정당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의 자유, 그리고 법치주의였다. 사법부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파제도 흔들린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사법부의 독립을 지키고, 헌법을 수호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국가적 과제다.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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