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코미디 영화의 한 장면을 재현한 틱톡 영상을 게시했다가 종교 모독 혐의로 체포된 기독교 청년 6명이 석방됐다. 국제 종교자유 및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비판하며 당국에 종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집트 인권단체 이집트 개인권리 이니셔티브(EIPR)는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검찰이 청년 6명의 후속 절차 진행을 전제로 석방을 명령했으며, 현재 6명 모두 석방 절차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국제 기독교 법률단체 국제자유수호연맹(ADF International)에 따르면, 체포된 청년들은 17~23세로, 이슬람 기도문에 익숙하지 않은 죄수들이 이슬람 기도를 따라 하려는 장면을 재현한 영상을 제작했다.
EIPR은 해당 장면이 2018년 개봉한 이집트 코미디 영화 ‘칼라위스(Khalawis)’에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4일 틱톡에 게시된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청년들과 가족을 향한 위협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집트 미냐주(州)의 한 마을 주민들이 해당 영상이 이슬람을 모독했다며 당국에 신고했다.
EIPR에 따르면 청년 5명의 가족과 교회 관계자들은 종파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10월 6일 이들을 경찰에 인계했다. 당시 당국으로부터 상황이 진정되면 석방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건은 이후 이집트 국가안보최고검찰로 넘겨졌다. 청년들은 종교 모독과 종교를 이용한 극단주의 사상 선전 혐의 등에 관해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10월 10일 이들의 구금을 4일간 허가했으며, 다음 날 판사는 구금 기간을 추가로 15일 연장했다. 이후 검찰이 석방을 명령하면서 청년들은 풀려났지만, 수사와 후속 절차가 종결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DF International의 국제 옹호 담당 부대표이자 수석 법률고문인 켈시 조르지(Kelsey Zorzi)는 이번 체포를 비판했다.
그는 “이 청년들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인기 영화의 음성을 활용해 가벼운 영상을 공유했을 뿐”이라며 “다른 많은 이용자들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같은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을 기소하거나 투옥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EIPR도 유사한 영화 장면 재현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유통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소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원작 영화는 이집트 검열 당국의 승인을 받았고 지금도 텔레비전에서 방영되고 있는데, 청년들이 재현한 영상에는 형사 절차가 적용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이집트의 종교자유 상황과 신성모독 및 종교 모독 관련 법률의 적용 문제를 다시 부각했다.
이집트 인구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15%로 추산되며, 콥트 정교회가 이집트 최대 기독교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집트 헌법 제64조는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인권단체들은 종교적 표현에 대한 법적 제한과 종교 소수자 차별, 종파 간 폭력 사건 등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 왔다.
2025년 1월 유엔 인권이사회의 이집트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에서도 종교 소수자들이 겪는 예배 장소 관련 제한, 신성모독 혐의에 따른 기소, 소수 종교 공동체를 겨냥한 공격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ADF International은 이집트에서 온라인 종교 표현을 이유로 기독교인들이 기소되거나 구금된 다른 사례들도 소개했다.
기독교 유튜버 아우구스티노스 사만(Augustinos Samaan)은 자신의 채널에 게시한 종교 관련 콘텐츠와 관련해 중노동을 포함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또 다른 사례로는 다섯 자녀를 둔 기독교인 압둘바키 사이드 압도(Abdulbaqi Saeed Abdo)가 있다. 그는 2021년 페이스북 그룹에서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관해 평화적으로 대화한 뒤 구금됐다. 3년 넘게 구금 생활을 한 그는 국제사회의 구명 활동 이후 2025년 1월 석방됐으며, 이후 이집트 밖으로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ADF International은 이러한 사례들이 종교적 표현을 규제하는 법률 아래 종교 소수자들이 기소될 위험에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조르지는 “기독교인 박해는 이집트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라며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되고 처벌받는 사례를 수없이 목격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집트 당국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고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기독교인들이 게시물 하나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며 “당국이 청년 6명을 석방하고 이들에 대한 모든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청년 6명은 석방됐지만, 검찰의 후속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는지는 불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