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건물은 세월이 흐르면 낡고 허물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마음에 심어진 믿음은 세대를 넘어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회가 가장 힘써 세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웅장한 예배당인가, 아니면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인가?
교회 건축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예배당에는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 공동체의 역사가 담겨 있다. 예배와 교육, 교제와 봉사를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다만 건물이 커지는 만큼 성도들의 믿음도 깊어지고 있는지, 교회의 외형적 성장만큼 이웃을 향한 사랑도 자라고 있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부모가 들려주는 성경(신약)』 개정판을 집필하던 중 히브리서 8장 5~6절에 눈길이 머물렀다. 구약의 제사장들이 섬기던 것은 하늘에 있는 것의 모형과 그림자이며,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더 좋은 언약의 중보자가 되셨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을 묵상하며 교회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모형과 그림자가 실체보다 중요할 수 없듯이, 예배를 위한 건물이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할 신앙의 본질보다 앞설 수는 없지 않은가.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3장 16절에서 성도들의 공동체가 하나님의 성전이며, 하나님의 성령이 그 가운데 거하신다고 가르친다. 교회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는 건축물이 아니라, 말씀과 사랑 안에서 함께 자라가는 믿음의 공동체다.
신명기 30장 11~14절에서 모세는 하나님의 말씀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입과 마음 가까이에 있다고 전한다. 바울은 로마서 10장에서 이 말씀을 인용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얻는 구원을 설명한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종교적 성취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주어진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다. 그 은혜를 마음으로 믿고 입으로 고백하는 신앙은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까? 새로운 시설을 마련하는 일만큼 성도들이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돕고 있는가? 교회의 규모를 자랑하는 일만큼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는가? 무엇보다 다음 세대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우고 삶에서 실천하도록 이끌고 있는가?
신명기 6장 6~7절은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 권면한다. 이는 오늘날 가정과 교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사명이기도 하다.
나는 목회자도 신학자도 아니다. 오랫동안 성경을 읽고 연구하며 자녀에게 말씀을 전하려 애써 온 평신도다. 성경을 공부할수록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음을 깨닫고, 말씀을 아는 것과 그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 사이의 거리도 절감한다.
그렇기에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된다. 좋은 시설과 다양한 프로그램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이 믿음의 의미를 깨닫고 사랑과 정직, 용서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일이 아닐까.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요한복음 4:23~24). 이 말씀은 예배당의 가치를 부정하기보다, 참된 예배의 본질이 장소와 형식에만 있지 않음을 돌아보게 한다.
건물은 교회가 사용하는 공간이지만, 사람은 교회가 품고 길러야 할 생명이다. 우리가 세운 건물은 언젠가 낡겠지만, 한 사람의 마음에 심어진 말씀이 그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면 그 열매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제 교회의 성장을 이야기할 때는 건물의 크기와 성도의 숫자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말씀을 따라 살아가고 있는지도 함께 물어야 하지 않을까.
교회가 남겨야 할 가장 위대한 유산은 높이 솟은 건물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살아 내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