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그림자와 황금 그림자를 함께 품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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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민 목사(새생명비전교회 담임)

강준민 목사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그늘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빛이 있는 곳에는 그늘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밝은 곳에 서 있어도 그늘은 우리 곁에 머뭅니다. 우리는 자신의 밝은 모습은 드러내고 싶어 하지만, 어두운 모습은 감추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감추고 싶은 모습까지 정직하게 마주할 때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자신의 그늘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님의 빛 앞으로 가져갈 때 우리는 은혜 안에서 더욱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칼 융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그림자(Shadow)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그가 말하는 그림자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지 않거나 의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작은 일에도 화가 나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부러워하며, 인정받지 못할 때 서운함을 느낍니다. 이런 감정을 외면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성경도 인간이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르칩니다. 예레미야는 “만물보다 거짓되고 심히 부패한 것은 마음이라 누가 능히 이를 알리요”(렘 17:9)라고 말씀합니다. 우리는 때로 자신을 속입니다. 자신의 동기를 선하게 포장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잘못은 쉽게 발견하면서 자신의 잘못은 보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예수님은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보기 전에 자신의 눈 속에 있는 들보를 살피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 7:3-5).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는 가르침입니다.

융의 통찰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그림자에 부정적인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과 가능성도 감추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후대의 융 심리학에서는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거나 인정하지 못한 자신의 긍정적인 특성과 잠재력을 ‘황금 그림자(Golden Shadow)’라고 부릅니다. 자신의 그늘을 정직하게 마주할 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두운 그림자와 황금 그림자를 함께 품는 데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어두운 그림자를 품는다는 것은 죄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하나님의 은혜 앞으로 가져가는 것입니다. 황금 그림자를 품는다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은사와 재능을 발견하고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연약함 앞에서는 겸손하고, 하나님이 주신 가능성 앞에서는 감사하는 것이 참된 성숙의 모습입니다.

심리학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소중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정과 상처를 발견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욱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성경은 이러한 자기 이해를 넘어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참된 변화를 경험하도록 초대합니다. 사도 바울은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롬 12:2)라고 권면합니다. 자신을 깊이 이해하는 일은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풍성하게 깨닫는 소중한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은혜 안에서 우리는 상처의 치유를 경험하고, 점점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갑니다.

시편 기자는 이렇게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시 139:23).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다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은 우리를 아십니다. 우리가 감추고 싶은 연약함도 아시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도 아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숨길 필요가 없습니다. 죄는 회개하고, 상처는 치유받으며, 하나님이 주신 은사는 감사함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자신의 그림자와 연약함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쉽게 정죄하지 않습니다. 자신도 은혜가 필요한 존재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상처를 이해하는 사람은 상처 입은 사람의 아픔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인생 후반부에는 이러한 지혜가 필요합니다. 인생 전반부에는 무엇을 이루었는지가 중요했다면, 인생 후반부에는 어떤 사람으로 성숙했는지가 더욱 중요합니다. 얼마나 높이 올라갔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낮아져 섬겼는가가 중요합니다.

사도 바울은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 12:10)고 고백했습니다. 자신의 약함 가운데 역사하시는 그리스도의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우리의 연약함보다 큽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어두운 모습까지 아시면서도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의 그늘을 밝히시고, 상처를 치유하시며, 감추어진 아름다움을 드러내어 빛나게 하십니다.

그늘을 아는 사람은 겸손하게 살아갑니다. 은혜를 아는 사람은 감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겸손과 감사가 만나는 자리에서 사랑은 더욱 깊어집니다. 우리의 그늘까지 아시고 품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신뢰하십시오. 그 은혜 안에서 더욱 온유하고, 더욱 자유로우며, 더욱 사랑이 풍성한 사람으로 성숙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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