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학원(설립자 장종현 박사)이 건학 50주년 및 하은 장종현 박사 육영 50년을 기념하여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백석비전센터 하은홀에서 제2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선언의 의미와 과제’를 대주제로 삼아, 지난 2003년 장종현 박사가 선포한 역사적 선언의 신학적·교회사적 의미를 심층 조명하고 한국교회가 나아갈 개혁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격적인 학술 발표에 앞서 드려진 개회예배는 건학 50주년 준비위원장 장동민 박사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개혁주의생명신학회 회장 박찬호 박사의 기도에 이어 백석학원 설립자 장종현 박사가 요한복음 17장 3절과 요한복음 6장 63절을 본문으로 설교를 전했다.
장종현 박사는 설교를 통해 “오늘날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영적 침체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성경을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이 아닌 단순한 지식과 학문으로만 다루었기 때문”이라며 “신학 연구나 학문적 수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학문은 오직 성경을 바르게 깨닫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참된 신학은 머리에 머무는 지식에 그쳐서는 안 되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을 온전히 소유하고 성령의 능력으로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믿음의 역사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2003년 선언은 내 자신의 깊은 회개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한국교회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이성적 사변주의에서 벗어나 무릎 꿇는 기도로 성령의 역사를 구하고, 신학교육 현장에서 복음의 야성과 예수 생명을 다시 회복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신학자들이 대거 발제자로 참여해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선언의 당위성을 신학사적, 역사적, 실천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 기조강연에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숭실대 명예교수)는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21세기 신학의 새 패러다임’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서구 신학이 세속화와 과도한 이성주의에 함몰되어 영적 생명력을 잃고 쇠퇴해 갔다. 현대 신학이 하나님의 살아있는 계시보다 인간 이성의 지적 만족과 사변적 정밀성에 몰두하면서, 신학교가 영적 사역자를 양성하는 기관이 아닌 순수 학문 연구소로 변질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학문적 세속화가 결국 교회 현장의 무력화와 유럽 교회의 붕괴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성경 말씀과 기도가 철저히 동반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의 확립과 실천이 요구된다. 학문적 도구로서의 신학 연구를 인정하되, 그것이 성령의 조명과 인격적 경험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며 “즉, 신학은 지식의 체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만남이자 성령 안에서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이어야 한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김 박사는 “교부들의 경건한 영성과 루터의 십자가 신학적 유산을 오늘날 신학교육과 목회 현장에 긴밀하게 접목할 것”을 촉구하며 “장종현 박사의 선언은 21세기 세속화된 세계 신학계를 향해 경종을 울리는 시대적 메시지”라고 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메마른 지성주의를 탈피하여 기도와 회개, 말씀 순종이 어우러진 살아있는 영성 신학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어 이상규 박사(고신대 명예교수)가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 선언의 교회사적 의의’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한국장로교회의 역사적 뿌리를 다각도로 추적하고 보수·개혁주의 신학의 정통성 계보를 교회사적으로 정리했다. 이 박사는 “한국 초기 교회가 보여준 강력한 신앙 역동성이 신학적 논쟁이나 학문적 정밀함보다는, 말씀에 대한 단순한 믿음과 성령의 역사를 사모하는 경건 훈련에서 비롯되었다”며 “특히 초기 평양신학교의 청교도적 영성 전통과 박윤선 박사로 이어지는 개혁주의 신학 계승의 맥락 속에서 장종현 박사의 선언은 뜻깊다. 특히 정통주의 신학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교조화되고 제도화되면서 복음의 순수성과 뜨거운 열정을 상실했던 역사적 전례들을 되짚을 때 한국교회 역시 유사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장종현 박사의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선언은 화석화되고 메말라가는 신학교육과 교회 제도를 강력하게 일깨우는 개혁주의적 자각”이라며 “이 선언이 신학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신학이 마땅히 서 있어야 할 본래의 자리인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한국교회를 재선풍할 역사적 동력원”이라고 피력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 주도홍 박사(백석대 명예교수)는 ‘17세기 독일 경건주의의 신학이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17세기 교리적 정통주의 신학이 사변화되고 엄숙주의에 빠지면서 교회가 영적 생명력을 잃었던 역사적 과오를 조명할 때, 정통 교리의 수호에만 몰두했던 당시 신학이 성도들의 삶과 분리되고 목회 현장과 단절되면서 신앙의 형식화와 세속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어났던 슈페너(P. J. Spener)와 프랑케, 운데어아익 등 독일 경건주의자들의 운동이 일어났다. 경건주의자들이 제시한 ‘작은 모임(ecclesiola in ecclesia)’은 성경 읽기, 회개와 삶의 변화, 만인사제직의 실천 등을 내걸며 교회를 다시 살려냈다”며 “신학이 단지 학자들의 논쟁거리가 아닌, 성도들의 경건한 삶을 돕는 유용한 도구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박사는 “성령의 인도 아래 삶의 구체적인 실천과 회개로 이어지지 않는 신학은 죽은 신학에 불과하다”며 장종현 박사의 선언을 경건주의적 쇄신 운동과 연결지었다. 그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지적 유희로서의 신학을 버리고 성령의 조명 아래 성경을 읽고 실천함으로써, 교회의 본질적 부흥과 성도의 거룩한 삶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은 박사(서울장신대 조직신학)는 ‘생명, 복음 그리고 기도, 개혁주의생명신학의 길 - 왜 신학은 학문이 아닌가’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교회는 인간이 만든 조직이나 단순한 사회적 제도가 아니라, 성령의 역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세상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유기적 생명 공동체”라며 “신학이 학문적 체계 구축과 지적 우월성에만 몰두할 때, 교회가 영적 능력을 잃고 세상의 논리와 세속화에 노출된다”고 경고했다.
이 박사는 “신학의 대상은 객관화된 연구물이 아니라 인격이신 하나님이시기에, 신학은 인간의 이성적 학문적 틀 안에 가두어둘 수 없으며 오직 무릎 꿇는 기도와 말씀 순종을 통해서만 참되게 인지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박사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의 복음’과 ‘기도’만이 교회를 교회 되게 만드는 유일한 생명수”라며 “장종현 박사가 제창한 개혁주의생명신학의 7대 실천운동(신학회복, 권위회복, 회개개혁, 나눔, 기도, 성령, 신앙전수)이 학문주의로 흘러가는 한국교회를 다시 복음과 기도의 자리로 돌아오게 만드는 명확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인섭 박사 (총신대 역사신학)는 ‘칼빈에게 신학과 경건은 왜 분리될 수 없는가? ‘기독교 강요’와 서신에 나타나는 살아있는 신학’이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종교개혁의 거장 장 칼뱅(John Calvin)의 신학 사상을 역사신학적 문헌 분석을 통해 밀도 있게 다루었다. 안 박사는 “칼뱅의 대작인 기독교 강요와 그가 주고받은 수많은 목회 서신들을 분석할 때, 칼뱅 신학의 핵심 정수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경건(Pietas)’에 있다”고 했다.
그는 “칼뱅에게 있어 신학은 결코 책상물림의 사변적 이론이나 지적 유희가 아니었다”며 “칼뱅은 하나님에 대한 바른 지식이 반드시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과 사랑, 그리고 그분의 말씀에 대한 철저한 순종과 삶의 경건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았으며, 신학과 경건이 분리되는 순간 신학은 우상숭배나 지적 오만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고 했다.
안 박사는 “칼뱅의 신학은 성령의 조명 아래 목회 현장과 성도들의 삶을 살리는 ‘살아있는 신학’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장종현 박사의 선언이 칼뱅을 비롯한 개혁자들의 정통 신학 유산과 완전히 궤를 같이하며, 종교개혁 신학의 본질적 정신을 오늘날 한국교회 현장에 다시금 계승·구현하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박찬호 박사(백석대 조직신학)는 ‘조엘 비키의 ‘신학의 학문론’에 대한 평가 -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현대 개혁신학계 및 청교도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조엘 비키(Joel Beeke) 박사의 신학론을 비평적으로 검토했다. 박 박사는 “조엘 비키가 강조하는 ‘청교도적 개혁주의 신학’은 머리(지성)와 가슴(영성), 손(실천)이 어우러진다. 조엘 비키가 말하는 신학의 학문적 성격과 장종현 박사의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선언 사이의 접점이 있다. 조엘 비키 역시 신학이 단순한 세속 학문이 되어서는 안 되며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경건에 목적인 있다고 인정한다”고 했다.
나아가 “장종현 박사의 선언은 세속화된 인문학적 학문 개념에 직탄을 날리며 신학의 신성함과 생명력을 극대화한 결정판”이라고 설명했다. 박 박사는 “참된 신학이 지적 탐구라는 단순한 학문적 범주를 뛰어넘어,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과 뜨거운 경건, 그리고 죽어가는 영혼을 살리는 실천을 추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장종현 박사의 선언은 개혁신학의 진수를 현대적 언어와 목회적 열정으로 재선언한 것”이라며 “한국교회가 학문주의를 극복하고 예수 생명의 복음으로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