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퓰리즘이 초래한 유럽 부유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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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고물가와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며 일부 지역에서 약탈과 방화 등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 요구에서 촉발된 시위는 생활비와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노동자들과 합세해 전국적인 사회운동으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이번 프랑스 시위는 고교생들이 교사 부족과 열악한 교육 환경에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그런데 여기에 치솟은 생활비와 연료 가격 급등에 항의하는 노조와 반정부 시위대 등 수십만 명이 가세하면서 전국적인 총궐기로 확산하게 된 거다.

심각한 건 평화적으로 시작된 시위가 시청 점거와 방화, 상점 약탈 등 폭력 사태로 번지고 있는 점이다. 시위 과정에서 폭력에 연루된 2,000명의 시민이 체포되고 상점 1,500여 곳이 파손되는 등 막대한 재산 피해가 발생하자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선 책임 공방이 한창이다.

시위의 배경에는 교육 환경에 대한 불만뿐 아니라 급등한 생활비와 에너지 가격 부담이 자리 하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과 정부의 긴축 정책에 대한 반발이 맞물렸다. 국가 부채가 GDP의 120%에 달하는 심각한 재정 위기에도 정부의 개혁 시도가 노조와 정치권의 반발에 막힌 게 근본 원인이다.

프랑스 정부의 심각한 재정 위기는 정치권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감세와 연금 수령 연령 하향 등 포퓰리즘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 건 데서 초래됐다. 마크롱 정부가 가장 만만하게 생각한 교육 예산 긴축을 들고나온 건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거다.

프랑스의 재정 위기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화려했던 국가에 경제 사회적 몰락을 가져왔다. 올해 6월 17일부터 7월 2일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만 5천7백여 명에 달했는데 그중 75세 이상의 노인이 3,719명으로 전체의 64.5%를 차지했다. 부유한 프랑스에서 낮은 냉방 보급과 요양시설의 낙후로 이런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게 프랑스에 닥친 위기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다.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는 올해 처음으로 GDP의 50%를 돌파했다. 최근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어나는 속도를 늦추지 못하면 지금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똑같이 겪을 수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선거철만 되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민생회복 지원금, 전쟁피해지원금, 소비쿠폰 등 각자지 명목으로 국민 세금으로 거둬들인 돈을 물 쓰듯 쓰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정신 차리지 못하면 곳간이 거덜 나는 건 시간문제고 국민은 한순간에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