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스위스의 5개 주요 기독교 교파가 연합해 인공지능(AI) 기술 활용에 관한 10가지 윤리 가이드라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고 10월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기술적 능력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이 교회와 사회의 인공지능 활용을 결정하는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성'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는 스위스 개신교회, 스위스 주교회의, 스위스 기독교 가톨릭교회, 자유교회 연합, 스위스 복음주의 연맹 등 5개 단체가 공동으로 채택했다. 교단과 교파를 초월한 스위스 교회들의 이번 공동 지침은 급변하는 인공지능 기술 사회 속에서 종교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명에 참여한 단체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신앙 공동체를 넘어 첨단 기술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논의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리타 파모스 스위스 개신교회 회장은 인공지능이 인간이 학습하고 일하며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 중대한 기술적 변화에 대해 스위스 교회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 가치관 기반 인간 존엄성 원칙 및 극단적 기술 서사 경계
총 10가지로 구성된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은 인간이 기계와 다르며, 인격 형성을 기술에 떠넘길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문서는 모든 윤리 가이드라인이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피조물로 바라보는 기독교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명시했다. 인간의 존엄성은 기계가 달성할 수 있는 어떤 성과나 유용성이 아닌 신의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나오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결코 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작성에 참여한 전문가와 신학자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유토피아적 환상과 종말론적 공포를 모두 배격했다. 기술적 구원 서사나 재앙 서사 모두 기술을 역사의 주도적 원동력으로 취급하고 인간을 단순한 방관자로 전락시킨다고 지적했다. 극단적인 기술 서사는 알고리즘 차별이나 권력 집중, 막대한 환경 파괴 등 현재 사회가 직면한 실제 인공지능 관련 문제들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고 문서는 비판했다.
이러한 신학적 원칙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은 진실과 투명성 보장,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인간 참여 보호, 생태학적 책임, 디지털 권력 집중 경계, 인공지능 발전 방향에 대한 공적 책임 등의 항목을 폭넓게 규정했다.
목회 현장 실무 지침 확립 및 글로벌 기술 권력 독점 비판
가이드라인에는 스위스 교회들이 실제로 인공지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무 규칙도 담겼다. 설교나 교육, 상담 등에 인공지능을 사용할 경우 결과물의 원출처를 반드시 대조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칠 것을 요구했다. 특히 목회적 돌봄이나 상담에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기계가 아닌 실무자가 최종 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저장 위치나 보존 기간이 합의되지 않은 민감한 개인 정보의 입력을 차단하고, 영적 권위를 악용해 인공지능 도구로 사람들을 통제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했다.
글로벌 정의와 환경 문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제기됐다. 문서는 현재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시스템들이 소수의 거대 다국적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으며, 정부 기관과 학교는 물론 교회마저 통제할 수 없는 시스템에 종속되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빈곤 지역의 사람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 데이터 작업 및 원자재 채굴에 동원되며 막대한 환경적 비용을 떠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번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 초안은 참여 교파의 신학자들과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작성했으며, 향후 기술 변화에 맞춰 지속적인 검토와 수정을 거칠 예정이다. 해당 문서는 오는 10월 20일 취리히에서 열리는 전문가 회의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며 전문은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된다. 스위스 복음주의 연맹 측은 교회가 기술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술 이면에 자리한 인간의 삶에 대해 기독교가 오랜 해답을 제시해 왔다며, 이번 문서가 완성된 정답이 아닌 공적 논의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