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개혁주의교회협의회(ICRC)가 15일 베스트웨스턴 프리미어 인천에어포트호텔에서 제11회 총회를 개회했다. 총회는 오는 21일까지 이어진다.
총회 첫날 오전 회의는 더우 브리드(Douw Breed) 목사의 개회 선언과 환영사, 회원 자격 점검 및 신원 확인 보고로 시작됐다. 이어 진행된 집행부 선출에서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소속으로 고신대 교수인 배아론(Aaron Bae) 목사가 의장으로 선출돼 회기를 이끌게 됐다. 부의장에는 로렌스 덴 버터(Laurens den Butter, CGK/CRC) 목사, 서기에는 알버트 콧세(Albert Coetsee, GKSA/RCSA) 목사와 카를로 얀센(Karlo Janssen, CanRC) 목사가 각각 임명됐다.
이날 개회식에는 국내 주요 교계 인사들이 참석해 총회 개최를 축하하고 전 세계 개혁교회 대표단에 환영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자문위원회(Finance, Press Release, ICRC 2030, Membership, Publication, Regional, Theological Education, Diaconal, Missions 등) 구성 및 발제 패널 선정이 완료되며 본격적인 회무 행정이 기틀을 잡았다.
오후 회의에서는 주요 교단 보고와 함께 비중 있는 회원권 심의 안건이 다뤄졌다. 특히 오후 4시부터는 우간다 개혁장로교회(RPCA)의 회원권 해지(Termination) 건이 안건으로 상정돼 논의가 이뤄졌다. 정통장로교회(OPC)와 남아공 개혁교회(GKSA)는 RPCA가 2022년 가입 당시 세계개혁교회교의회(WCRC) 회원교단이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ICRC 헌장과 규정상 WCRC 이중 회원권은 ICRC의 교리적·조직적 기초와 상충된다는 점을 들어 회원권 해지 안건을 제출했다. 이어 페루 에반젤리컬 장로교회(IEPP)와 네덜란드 복원개혁교회(HHK)의 신규 회원 교단 가입 신청서 발표 및 자문위원회 추천 보고, 가입 승인 투표가 잇따라 진행됐다.
첫날 저녁 주제발표는 오후 7시부터 진행됐다. 고신대 이성호 교수가 ‘한국에서의 개혁신학 수용과 발전: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을 중심으로’(The reception and development of Reformed Theology in Korea with Special Reference to the Kosin Presbyterian Church in Korea)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성호 교수는 발제를 통해 19세기 말 선교사들의 입국부터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거부 운동, 그리고 6·25 전쟁 이후 교단 분열과 성장에 이르기까지 한국 장로교가 걸어온 길을 개혁신학적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19세기 말 한국에 도착한 장로교 선교사들의 주요 관심사는 복음 전도와 교회 설립이었다”며 “선교 효율성을 위해 감리교 등 타 교단과 적극 협력했으나 이 과정에서 명확한 교리적 구분의 중요성은 다소 간과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장로교가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한글 성경 번역’과 ‘성경공부(사경회)’ 문화”라며 “한글의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대중이 성경을 쉽게 읽을 수 있었고, 사경회를 통해 말씀 중심의 기독교 신앙이 한국 교회에 깊이 뿌리내렸다”고 했다.
또한 “1901년 설립된 평양신학교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따르며 ‘성경 무오성’에 대한 강력한 신념을 바탕으로 발전했으나, 일제 탄압과 자유주의 신학의 유입으로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며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와 평양신학교 폐쇄, 그리고 해방 후 자유주의 신학과의 갈등 속에서 1946년 고려신학교가 설립되었고, 이는 1952년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총회의 출범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고려신학교가 초기의 극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개혁주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었던 3가지 결정적 요인은 첫째, 한국 개혁신학의 기초를 놓은 탁월하고 경건한 신학자박윤석 박사의 존재. 둘째, 주남선·한상동 목사 등 일제의 박해 속에서도 신앙의 정절을 지켜낸 신실한 목회자들의 영적 리더십. 셋째, 미국 정통장로교회(OPC) 및 브루스 헌트(Bruce Hunt, 한부선) 선교사의 지속적인 지원과 동역”이라고 했다.
특히 “넷째로 1960년대 이후에는 네덜란드 개혁교회(해방, Liberated)와의 교류가 강화되면서 한국 개혁신학이 한층 더 발전했다. 이근삼 박사의 네덜란드 유학을 시작으로 허순길 박사 등이 뒤를 이었고,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파송한 거트뉴스(Nicholas Gootjes) 교수 등의 사역을 통해 고려신학대학원은 신학적 유산을 견고히 보존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지원과 교류가 없었다면 고신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은 근본주의, 오순절 운동, 혹은 세속적인 교회 성장론의 영향으로 약화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맞이한 현재의 위기상황과 과제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한국 교회의 감소세가 가속화된 가운데, 초저출생과 급격한 인구 고령화는 교회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제 한국 교회의 과제는 단순히 교회의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숙’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우리가 받은 개혁주의 신앙을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아름답고, 매력적이며, 설득력 있게 전수할 것인가’가 가장 시급한 질문”이라며 “이 거대한 과제는 결코 한 교단이나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완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개혁교회가 함께 모여 지혜와 경험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며 깊이 있는 논의를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발제 후에는 전 세계 대표단이 참여하는 패널 토론과 패널 질문 응답이 이어졌으며, 합심 기도와 폐회 경건회로 대회 첫날 일정을 마쳤다.
한편, 이번 ICRC 2026 총회에서는 구제, 신학교육, 세계 선교 등 다양한 분과 보고와 함께 세계 각국 개혁교회 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양자 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