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유엔 인권 전문가들이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기독교 등 소수 종교 출신 소녀들을 납치와 강제 개종, 강제 결혼으로부터 보호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고 10월 5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사법 당국의 일관된 법 집행과 피해자의 사법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기존의 법률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인권 옹호 단체인 주빌리 캠페인과 유럽법과정의센터(ECLJ)는 지난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부대행사를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파키스탄 내 기독교 소녀들이 무슬림 남성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혼인까지 강요받는 실태가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행사에서는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2025년 7월 자택에서 실종된 13세 기독교 소녀 마리아 샤바즈의 어머니는 영상 증언을 통해 피해 상황을 고발했다. 마리아는 실종 후 납치범으로 지목된 30세 남성과 자발적으로 개종 및 결혼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바 있다. 마리아의 어머니는 딸이 어디에 갇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마리아의 아버지 샤바즈 마시 역시 딸의 구출을 위해 수많은 법원을 찾아다녔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파키스탄 사법부 종교 편향성 비판 및 강력한 법 집행 촉구
이날 행사에는 니콜라 르브라 유엔 소수자 문제 특별보고관, 림 알살렘 여성 및 여아 폭력 문제 특별보고관, 카타리나 슈바르츠 현대적 형태의 노예제 및 인신매매 문제 특별보고관이 참석해 파키스탄 당국의 대처를 지적했다. 르브라 특별보고관은 파키스탄이 아동권리협약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강제 개종 가해자들에 대한 면책 관행은 새로운 법률 제정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교적 소수자들의 사법 접근성을 높이고 사법 및 수사 기관의 주류 종교 편향성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으로 참석한 슈바르츠 특별보고관은 미성년자의 강제 결혼이 노예제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파키스탄 정부가 아동 보호 책임을 다하고 실효성 있는 예방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살렘 특별보고관은 펀자브주가 최근 최저 혼인 연령을 18세로 상향하고 미성년자 결혼을 비보석 범죄로 규정한 아동결혼제한법 개정 사실을 언급했다. 펀자브주는 파키스탄 내에서 기독교 소녀 납치 및 강제 개종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알살렘 특별보고관은 판사와 변호사의 성향에 따라 법 집행이 일관되지 않으며, 가해자나 법 집행 당국이 피해자 가족에게 고소 취하를 종용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잃어버린 재산보다 못한 인권 보호 실태 및 긴급 구출 호소
현장 인권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당국의 소극적인 대처와 종교적 압박의 폐해를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크리스토프 폴첸로겔 ECLJ 옹호 담당관은 12세에 납치된 마리아가 국제사회의 거듭된 호소에도 여전히 30세 납치범의 통제 아래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파키스탄 당국이 도난당한 물건을 찾는 데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한 인간의 생명이 납치된 사건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종교적 극단주의가 사법 절차에 미치는 악영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폴첸로겔 담당관은 2017년 16세의 나이로 신성모독 혐의로 체포된 샤흐자드 마시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고위 경찰관이 소년의 발언에 모욕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강경파들의 압박 속에 법원은 그를 성인으로 재판해 2022년 11월 사형을 선고했다. 샤흐자드는 구금 기간 동안 변호인에게 매일 기다리는 고통을 견딜 수 없다며 차라리 사형을 집행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셉 얀센 주빌리 캠페인 옹호 담당관은 파키스탄 사회의 극심한 종교적 압력을 지적했다. 그는 앰버 나딤 사건을 거론하며, 가해자 측 변호인들이 소녀가 이미 이슬람으로 개종했으므로 기독교인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것은 이슬람법상 배교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아동의 기본권을 철저히 묵살했다고 폭로했다.
유엔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비무슬림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을 보여준다고 규정하며, 파키스탄 당국이 강제 개종을 독립된 범죄로 처벌하고 실효성 있는 인권 보호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얀센 담당관은 법적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파키스탄 정부가 즉각적으로 납치된 소녀들을 구출해 안전한 정부 보호 시설로 옮겨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