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은 늘 흔들림 없는 확신과 눈부신 빛의 연속일까? 때로는 기도가 닿지 않는 듯한 하나님의 침묵 속에서, 삶의 비참함과 짙은 회의감에 짓눌려 길을 잃은 듯한 순간이 찾아온다. 무신론과 근본주의의 극단을 거쳐 의심과 질문, 기다림의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바라보게 된 한 그리스도인의 진솔한 여정을 담은 신간 에세이 『티끌은 어떻게 별이 되었나』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섣부른 확신 대신 모호함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을 향한 ‘가장 보통의 믿음’이라고 따뜻하게 다독인다.
빛으로 도망치지 않고 어둠에 머무르는 신앙
우리는 흔히 영적 성장을 의심이 사라지고 확신만이 가득한 상태로 규정하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획일화된 잣대를 내려놓고, 모순과 의심을 신앙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끌어안는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사랑과 용서 자체가 깊은 모순을 품고 있으며, 그리스도조차 빛의 자리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십자가라는 어둠의 바닥에 머무르셨음을 상기시킨다.
하나님이 태초에 빛을 창조하셨을 때 어둠을 완전히 삼키게 두지 않으시고 ‘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주어 하루의 일부로 부르신 것처럼, 우리 삶의 어둡고 고독한 시간 역시 결코 버려져야 할 무가치한 것이 아님을 묵직하게 역설한다.
창조주의 지문이 묻어 있는 연약함, ‘티끌’
저자는 성경 속 ‘티끌(흙)’의 의미를 새롭게 통찰한다. 하나님은 화려한 금이나 보석이 아니라 가장 흔하고 보잘것없는 티끌을 빚어 인간을 지으셨다. 따라서 창조의 새벽을 목격한 유일한 피조물은 티끌뿐이며, 자신의 끝없는 연약함과 비참함을 정직하게 직면한 사람이야말로 창조주의 손길에 가장 가까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밀려나고 절망한 사람의 눈동자 속에 먼지 위를 쓰다듬던 창조주의 지문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저자의 고백은 깊은 정서적 울림을 선사한다.
내가 부서진 틈으로 스며드는 타자와의 연대
이 책은 하나님 나라를 누군가를 밀어내고 홀로 거대한 전체가 되려는 완제품이 아니라, 초라해 보이는 한 조각들이 모여 제자리를 찾아가는 퍼즐에 비유한다. 저자는 참된 사랑을 십자가에 달리는 자기 부인의 과정으로 정의하며, 나의 욕망과 옳음을 증명하려는 억센 손을 놓을 때 비로소 타자를 초청할 빈자리가 생긴다고 말한다. 나아가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는 부재와 절망의 공간조차, 실은 주님과 함께 끌어안아야 할 ‘또 다른 한 사람’을 위해 남겨둔 자리일 수 있다는 놀라운 해석을 제시한다.
신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포기할 때 비로소 진정으로 하나님을 닮아간다는 겸허한 성찰이 빛나는 책이다. 맹목적인 믿음의 잣대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그리스도인들, 삶의 허무와 하나님의 침묵 앞에서 진실한 길을 묻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섣부른 정답 대신 묵묵히 곁을 걷는 다정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