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가 신앙인가… 이민진 신작 '아메리칸 학원'

이민진 작가가 세 번째 장편소설 '아메리칸 학원(American Hagwon)'을 이달 출간했다. 작품은 한국의 사교육과 명문대 입시를 둘러싼 부모의 희생과 신앙적 책임을 다뤘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과 '파친코'를 잇는 이번 신작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무렵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을 비롯해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를 무대로 10여 명의 인물이 겪는 가족의 궤적을 좇는다.

기업 변호사로 일했던 이 작가는 철저한 조사를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 한국계 대학생 약 100명을 인터뷰하고 한국과 여러 국가의 학원을 찾아가 학생과 부모, 교사를 만났다.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 일본, 호주를 비롯해 미국의 뉴저지와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등이다. 아울러 '바시티 블루스'로 불리는 미국 대학입시 비리 재판과 하버드대의 소수인종 우대정책 관련 재판도 방청했다. 계층 상승 욕망이 부모와 자녀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 파고들었다.

[사진=뉴시스]

소설 초반부는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장로교회 예배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9살 딸을 홀로 남겨둔 부모는 딸이 UCLA에 진학해 의사가 된 뒤 가난한 가족을 구하기를 기대한다. 자녀 학원비에 저축을 모두 쏟아붓는 부모들의 사연도 교차한다. 이 작가는 찰스 디킨스와 조지 엘리엇 등 19세기 사실주의 작가들의 기법을 빌려 사회 구조 속 개인의 선택을 묘사했다.

작품 속 장로교회 목사는 자녀를 이방 신에게 제물로 바친 구약성서 속 일화를 언급한다. 이어 신도들에게 “당신은 자녀보다 무엇을 더 사랑합니까”, “하나님보다 무엇을 더 사랑합니까”라고 묻는다. 이 작가는 체면을 버리고 미국의 생선튀김 가게에서 일하는 아버지의 사연을 그리며 가족을 위한 책임감을 탐구했다. 매일 아침 성경을 읽으며 신앙과 책임의 문제를 오래 고민해왔다는 그는 “희생은 늘 나쁜 평가를 받지만 언제나 나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문대 입시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가족을 위해 어떤 것을 포기하고 지켜야 하는지 묻는 질문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