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버클리공공신학포럼센터가 공동 주최하는 ‘위르겐 몰트만 탄생 백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둘째 날 행사가 29일 한신대학교 서울캠퍼스 신학대학원에서 열렸다. 오는 10월 1일까지 열린다.
‘공공신학, 시민사회, 그리고 사회생물학’을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크레이그 L. 네산(Craig L. Nessan, 워트버그 신학대학원) 교수와 테드 피터스(Ted Peters, 버클리 GTU) 교수가 온라인 화상회의(Zoom)를 통해 발제를 진행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크레이그 L. 네산 교수는 ‘과학과 신학의 인터페이스: 사회생물학과 종교·문화의 통합적 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네산 교수는 방법론적 전제에 대해 “우리는 과학과 신학을 통해 세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더 나은 근사치(ever better approximations)에 도달할 수 있다”며 “권위로서 과학계의 합의된 위치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매우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안 바버(Ian Barbour)의 4가지 관계 모델(갈등, 독립, 대화, 통합)을 인용하며 “갈등 접근법은 신학과 과학을 화해 불가능한 투쟁으로 보는데, 신학 측면에서의 갈등은 성경 권위에 대한 문자주의적이고 때로는 근교주의적인 이해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립 모델에 대해서는 “과학이 측정 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신학은 역사 속 인간 삶의 의미에 집중한다”고 구분했다.
네산 교수는 “통합은 인간의 지식과 신성한 진리(divine truth)에 대한 통일된 이해를 목표로 한다”며 “신학적 관점에서 하나님을 모든 진리의 저자로 이해한다면, 자연과학의 합의된 위치에 따라 신학적 견해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정당화된다”고 언급했다.
우주론(Cosmology) 영역에서 네산 교수는 “인류학적 원리는 팽창률, 원소의 형성, 입자-반입자 비율 등을 참조하여 인간의 출현을 설명하는 디자인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편다”고 전했다.
이어 “과학자들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특이점(Singularity)’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성경에서 창조 기원의 특이점은 하나님의 말씀”이라며 “빅뱅의 조건과 창조 시작점에 있던 하나님 말씀의 조건이라는 특이점에서 과학적 기원 이야기와 성경적 기원 이야기가 수렴한다”고 설명했다.
종말론과 관련해서는 “과학이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엔트로피를 고려할 때, 기독교 종말론은 미래가 하나님의 영원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며 “영원은 공간과 시간의 기원인 빅뱅의 특이점 이전뿐만 아니라, 우주 종말에 있을 유한한 피조물들의 죽음 이후에 존재하는 하나님의 초월적 임재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네산 교수는 “화이트헤드에게 하나님은 ‘위대한 동반자이자 이해하는 고통의 동반자’”라며 “하나님은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생명을 주는 결과를 실현하도록 현실을 유도하고 설득하는 방식으로 깊이 관여하신다”고 설명했다. 또한 “언어는 하나님과의 인식 및 소통을 포함하는 인간의 자의식에 목소리를 부여한다”며 “계시는 하나님의 자체 소통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을 칭하는 신학적 범주”라고 덧붙였다.
네산 교수는 “진리가 궁극적으로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면, 신앙인들은 과학적 발견을 자신의 신학적 세계관에 통합하는 것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며 “새로운 발견과 과학의 합의된 위치를 받아들임으로써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더욱 확장되며, 동시에 우리는 이러한 과학적 발견과 기술적 가능성을 사회와 피조 세계의 생명을 위해 사용해야 할 윤리적·도덕적 책임을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테드 피터스 교수는 ‘공공신학 내에서의 과학과의 대화와 자연신학(Theology of Nature) 구축’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피터스 교수는 “공공신학이란 교회에서 구상되고, 학문 공동체(아카데미)에서 비판적으로 반성되며, 공공의 선(Common Good)을 위해 세상에 제공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연 세계는 공적(public)이며, 우리가 자연 세계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학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며 “공공신학은 생태적 의식과 세계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위해 과학과 필연적으로 대화해야 하고, 그 안에서 자연신학(Theology of Nature)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독교 중세와 현대에는 ‘자연계시’와 ‘특별계시’라는 두 가지 지식의 원천, 즉 ‘자연의 책’과 ‘성경’이라는 두 권의 책 전통이 존재해 왔다”며 “현대 신학에서 과학은 ‘사실(Fact)’의 언어를 말하고, 신학은 ‘의미(Meaning)’의 언어를 말하며 두 개의 서로 다른 지식 체계가 창조적·상호적 작용(Creative Mutual Interaction)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터스 교수는 방법론과 형이상학의 구분에 대해 “과학자가 실험 과정에서 자연적 원인만을 찾는 ‘방법론적 자연주의(Methodological Naturalism)’를 채택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자연적 원인만을 찾는다고 해서 ‘물질적 원인만이 실재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형이상학적 물질주의나 ‘과학주의(Scientism)’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의 견해를 비판하며 “도킨스는 ‘물리적 힘과 유전자 복제만이 존재하는 우주에서는 누군가는 상처받고 누군가는 행운을 얻을 뿐, 아무런 목적도, 디자인도, 선도, 악도 없으며 오직 맹목적이고 무자비한 냉담함뿐’이라고 주장한다”며 “도킨스는 자연의 사실(is)로부터 당위(ought)나 의미의 부재를 끌어냄으로써, 자격증 없이 신학을 수행하는 ‘자연주의적 오류(Naturalistic Fallacy)’를 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 “헤르베르트 스펜서(Herbert Spencer)는 생물학적 진화 법칙이 사회, 정부, 언어, 예술 등 모든 발전의 법칙이라며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 개념을 만들어 냈다”며 “이는 자유방임주의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1차 세계대전 당시 국가 간 침략 명분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이어 “리처드 위카트(Richard Weikart) 등의 역사학자가 지적했듯, 다윈주의와 우생학은 나치의 확장주의, 전쟁, 인종 투쟁, 그리고 인종 제거의 길을 평탄하게 만들었다”며 “히틀러와 나치는 아리아인이 가장 적합한 인종이라 믿었고, 1936년부터 가스실을 만들어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소수자들을 유전자가 전달되기 전에 살해했다”고 언급했다.
반면 피터스 교수는 크리스티앙 드 뒤브(Christian de Duve)의 말을 인용하며 “드 뒤브 교수는 ‘창세기의 저자들이 인간 본성에 잠재된 이기심을 발견하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원죄 신화를 만들어 냈다‘면서도, ‘우리는 자연선택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선택에 맞서 싸우고 우리의 유전자에 적극적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선언했다”고 소개했다.
피터스 교수는 “신학은 성경적 원천을 중심 규범(Norm)으로 삼되, 자연과학이 밝혀낸 성과들을 소중한 원천(Source)으로 삼아 현대인의 세계관과 공명하는 신학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유전자가위, 인공지능(AI), 우주생물학 등 급변하는 과학기술 시대 속에서 공공신학은 창조 세계를 보존하고 피조물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윤리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크리스찬아카데미, 칼바르트와공공신학센터,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 한국민중신학회, CBS 기독교방송 등이 협력하여 오는 10월 1일까지 나흘간 기독교회관과 한신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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