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달러의 기적과 스마트폰 성경 번역: 언어 공포증을 극복한 한 선교사의 위대한 여정

메리 레더라이트너. ©www.om.org

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메리 레더라이트너의 기고글인 '연약함도 하나님의 손에 맡겨지면 열방을 축복할 수 있다'(Weakness placed in God's hands can bless nations)를 9월 28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메리 레더라이트너는 휘튼칼리지(Wheaton College)에서 문화간연구(Intercultural Studies) 석사학위를,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TEDS)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두 학교의 대학원 과정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으며, 현재는 TEDS의 목회학박사(D.Min.) 과정에서 가르치고 있다. 또한 위클리프 글로벌 얼라이언스(Wycliffe Global Alliance)와 SIL 글로벌(SIL Global)에서 20년 동안 다양한 국제 리더십 역할을 맡아 섬겼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로빈 렘펠(Robin Rempel)은 삼남매 가운데 한 명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의 부모는 볼리비아 선교사가 되기를 꿈꿨지만, 하나님은 그 길을 열어주시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는 르투르노대학교(LeTourneau University)에서 교수로 일했고, 이후에는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로빈은 규칙적으로 교회에 출석했고, 양가 조부모 모두 신앙인이었으며 여러 이모와 삼촌도 성경학교에서 만났을 만큼 신앙이 깊은 가정에서 성장했다고 회상한다.

로빈은 선교사들이 집을 방문할 때마다 그들에게 방을 내어주느라 자신의 침실에서 종종 ‘쫓겨나야’ 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웃는다. 그러나 그것은 조금도 싫은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세계 곳곳에서 사역하는 다양한 선교사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사랑과 환대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던 가정환경 속에서 하나님은 어린 로빈과 그의 형제자매들의 마음에 선교를 향한 비전을 심어주셨다.

하나님의 첫 인도하심을 분별하다

어린 시절 로빈은 자신이 언젠가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로 사역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한동안은 학업에 집중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 대학 졸업을 불과 2주 앞두고 한 선교사가 학교를 방문했고, 그 만남을 통해 로빈은 자신이 성경번역가로 섬겨야 한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분명하게 느끼게 됐다.

그러나 그 부르심은 로빈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언어를 배우는 일에 자신이 없었다. 로빈은 당시를 떠올리며 “저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너무 두려워 하나님과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언어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모세가 핑계를 댔을 때 주셨던 것과 같은 대답을 제게 주셨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로빈은 하나님께 “하나님께서 언어 문제를 책임져 주신다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자신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꼈던 영역으로 하나님이 부르셨을 때, 자신의 능력보다 하나님의 능력을 신뢰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그의 예상 밖의 긴 선교 여정이 시작됐다.

 

로빈이 사역하는 동안 멘토링하고 또 그들로부터 배울 수 있어 영광으로 여겼던 여러 언어 공동체 출신의 우간다인들의모습. ©Christian Daily International

 

 

수많은 언어 공동체와 함께하다

사역 초기 10년 동안 로빈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섬겼다. 당시 성경번역 사역은 선교사 부부가 특정 언어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 오랜 시간 주민들과 삶을 나누며 언어를 배우고, 문자 체계를 개발한 뒤 성경번역과 문해교육을 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자 언어가 정립되지 않은 공동체도 많았기 때문에 번역뿐 아니라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일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로빈의 역할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의 언어 공동체에 장기간 머무르는 형태보다 여러 지역을 오가며 다양한 팀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그는 50개가 넘는 언어 공동체를 오가며 여러 팀과 함께 일했고, 현장에서 배우는 동시에 사람들을 훈련하고 멘토링했다.

파푸아뉴기니 사역을 마친 뒤 하나님은 로빈을 동아프리카로 이끄셨다. 그는 그곳에서 15년 동안 수십 개 언어 공동체의 현지인들과 함께 일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은 세계 여러 지역을 오가며 70~80개가 넘는 언어 공동체와 협력했다.

우간다에서 함께 사역했던 한 현지 여성은 로빈에게 ‘열방의 어머니(Mamma of the Nations)’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여러 문화와 언어권을 오랫동안 경험한 로빈은 점차 개별 프로젝트를 넘어 전체적인 흐름을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bird’s-eye view)’을 갖게 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외부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이 성경번역과 문해교육에 더욱 주도적이고 독립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현장의 필요에서 시작된 혁신

파푸아뉴기니의 정글과 여러 섬을 오가며 사역하던 시절, 로빈은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실용적인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간단한 ‘알파벳 개발 가이드(Alphabet Development Guide)’였다.

핵심은 외부 언어학자가 모든 것을 분석해 문자 체계를 만들어주는 대신, 어느 정도 학교교육을 받은 현지인들이 직접 자신의 모국어로 이야기를 쓰고 읽어보도록 돕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다른 언어의 문자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고유한 소리를 자연스럽게 발견하게 됐다.

그다음에는 그 소리를 표현할 새로운 기호를 직접 만들고 시험해 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외부 전문가가 오랜 시간 언어를 분석해 알파벳을 설계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문자 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고,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직접 개발한다는 주인의식과 높은 수용성을 갖게 됐다.

로빈은 문자 체계가 없거나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언어 공동체를 위한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문해교육 모델도 개발했다. 현지 저자들이 며칠 안에 새로 정립된 문자를 가르칠 수 있는 읽기·쓰기 교재의 초안을 직접 만들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이 모델을 활용하면 경험이 많지 않은 현지인도 약 일주일의 훈련을 거쳐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었다. 최소한의 자원으로 비공식적인 교육 공간을 만들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수백 명의 어린이와 글을 읽지 못했던 성인들이 자신의 모국어를 보다 효과적으로 읽고 쓸 수 있게 됐다. 몇 년 뒤 로빈은 자신이 개발한 문해교육 도구가 다른 국가와 선교단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흔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말하지만, 로빈은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며 “제 경우에는 ‘피곤함’이 발명의 어머니였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수십 년 동안 열대 지역에서 생활한 로빈 역시 각종 풍토병과 기생충 감염을 피할 수 없었다. 건강이 크게 악화돼 오랜 시간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연약함마저 하나님께서 새로운 사역 방식을 발견하는 데 사용하셨다고 돌아본다.

로빈은 “주님께서 그 연약함의 시간들을 사용해 현지인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역에 참여시키고, 하나님의 말씀이 더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도록 혁신적이면서도 간단한 해결책을 찾게 하셨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100만 달러’의 기적

현장에서 약 30년 동안 사역한 뒤 로빈은 전 세계 성경번역 프로젝트에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미디어 부서로 사역지를 옮겼다. 마침 스마트폰이 빠르게 대중화되던 시기였고, 그는 모바일 앱이 성경번역 사역에 가져올 가능성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장비가 없는 평범한 사람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였다. 자신의 언어로 성경 전체가 번역되지 않았거나 문자 체계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동체에서도, 현지인들이 직접 성경 이야기를 번역해 영상으로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이었다.

로빈은 소속 단체 안팎의 동료와 프로그래머들에게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많은 사람이 가능성에 공감했지만 실제로 개발에 나설 역량과 자원은 부족했다. 한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던 기독교인 개발자들도 이 프로젝트가 가진 잠재력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제대로 된 앱을 개발하려면 약 100만 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로빈은 낙심했지만 프로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께 길을 열어주시기를 계속 기도했다. 그러던 중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시더빌대학교(Cedarville University)의 공학 교수 세스 해먼(Seth Hamman) 박사가 로빈의 지인에게 연락해 공대 4학년 학생들이 졸업 프로젝트로 수행할 만한 IT 과제가 있는지를 물었다. 그 지인은 해먼 박사를 로빈과 연결했고, 로빈은 자신이 구상한 앱의 목적과 기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해먼 박사와 학생들은 기꺼이 도전에 나섰다. 그 학기 동안 학생들은 상당한 규모의 개발 작업을 수행했고 프로젝트로 상까지 받았다. 결과적으로 ‘스토리 퍼블리셔(StoryPublisher)’의 첫 번째 기능 버전이 별도의 개발비 없이 탄생했다.

이 앱을 통해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도 비교적 사양이 낮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의 언어로 성경 이야기 영상을 직접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막대한 개발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던 프로젝트가 학생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를 통해 현실이 된 것이다.

또 하나의 판도를 바꾸는 도구

몇 년 뒤 로빈의 마음에는 보다 큰 비전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세계 어느 곳에 살든, 또 해당 언어의 문자화와 번역 작업이 어느 단계에 있든 현지 번역가들이 자기 공동체를 위해 성경 전체를 직접 번역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능을 하나의 앱 안에 통합하는 것이었다.

이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자원봉사자들이 연결됐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관리할 사람뿐 아니라 히브리어와 아람어, 헬라어 원문을 바탕으로 다른 언어로 옮기기 쉽도록 설계된 ‘번역하기 쉬운(Easy To Translate·E2T)’ 형태의 성경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로빈은 E2T에 대해 “문학적으로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영어 번역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다른 언어로 정확하게 옮기기 쉽도록 설계된 번역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의 ‘of(~의)’와 같은 표현은 문맥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어 수많은 언어로 번역할 때 어려움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 도구는 하나의 앱 안에서 성경 본문을 현지어로 구두 번역하고,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하며, 승인과 출판, 배포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작업 과정을 연결한다. 외부 전문가가 모든 과정을 주도하기보다 현지 교회와 언어 공동체가 번역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사용자 친화적인 오픈소스 도구를 지향한다.

성경번역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오랜 훈련과 상당한 재정, 전문적인 언어학 지식과 다양한 장비가 필요했다. 새로운 기술이 번역의 정확성과 검증에 필요한 전문성을 없애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공동체가 번역 과정에 접근하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문턱을 크게 낮춰줄 가능성이 있다.

평범한 사람을 사용하시는 하나님

우리는 때때로 하나님께 쓰임받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능과 뛰어난 능력을 갖춘 비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로빈의 이야기는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얼마나 특별한 사람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신뢰하고 따라가느냐는 것이다.

로빈은 자신의 긴 사역을 돌아보며 이렇게 고백한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돌아보면 제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저를 인도하시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셨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것을 두려워했던 제가 그렇게 많은 소수민족과 언어 공동체의 삶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시는 주권적인 지휘자(orchestrator)이십니다.”

그의 삶에서 가장 두려워했던 약점은 결국 사역을 가로막는 장벽으로만 남지 않았다. 언어에 자신이 없던 사람은 수많은 언어 공동체를 섬기게 됐고, 몸이 약해져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일하기 어려웠던 시간은 오히려 현지인들이 더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계기가 됐다. 막대한 자금이 없어 멈출 것 같았던 기술 프로젝트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과 자원이 연결됐다.

연약함 자체가 능력인 것은 아니다. 두려움이나 질병을 미화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것들이 하나님의 손에 맡겨질 때 반드시 사명의 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 하나님은 인간이 가장 부족하다고 느끼는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열고, 한 사람의 한계를 다른 사람들을 세우는 통로로 바꾸어 가신다.

로빈의 이야기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두려움과 연약함은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에 맡겨질 때 그분의 일을 막는 마지막 말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하나님은 평범한 한 사람의 순종을 통해 언어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자신의 말씀이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해지도록 사용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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