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봄, 먼저 기다리신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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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식 선교사(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총연) 캐나다 노회 파송, 세계 순회 의료복음 선교사)
주재식 선교사

아열대 고원 기후로 ‘영원한 봄’이라 불리는 과테말라의 제2도시 비야 누에바에 와 있다. 한 목사님의 가정에 마련된 아늑한 방을 진료소로 바꾸고 있었다. 방을 넓혀 침대를 놓을 자리가 마련될 즈음, 힘겹게 균형을 잡으며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 들어오는 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칠순을 넘긴 야윈 모습의 그는 한때 이웃 나라에서 선교사로 헌신했던 분이었다. 그러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다리의 통증이 심하고 균형을 잡기도 어려워, 선교 현장에서 돌아오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마음 깊은 곳에서 같은 부르심을 받은 한 종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를 품고 함께 기도하며 주님 앞에 엎드렸다. 치료를 시작하기에 앞서, 각자의 삶을 이끌어 오신 주님 앞에 함께 서는 시간이었다.

침을 놓으며 내 손에 붙들린 침 하나를 바라보았다. 침이 내 손을 떠나지 않고 손의 움직임을 따라가듯, 나의 전부도 주인의 손에 붙들려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순종뿐 이었다. 결과는 주님의 손에 맡겼다.

치료가 이어지면서 굳어 있던 그의 얼굴에서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평안이 찾아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걸어 보시겠습니까?”

그는 잠시 내게 시선을 멈추더니 대답했다.

“예.”

그는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겼다. 어느새 줄곧 짚고 다니던 지팡이도 잊은 채 진료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조용하던 대기실이 놀라움과 감사로 가득 찼다.

그는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바라보며 고백했다.

“하나님이 여기서 나를 만나 주시고 계십니다!”

그 순간, 내 마음에 더 깊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가 이곳에 와서 그를 만난 것이 아니었다. 주님께서 먼저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작은 방을 진료소로 준비한 것은 나였지만, 그 자리를 한 종과 다시 만나시는 처소로 삼으신 분은 주님이셨다.

‘영원한 봄’이라 불리는 이 땅의 날씨처럼 그의 얼굴에도 해맑은 미소가 피어났다. 나는 밝아진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며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다.

주님은 우리가 가는 곳보다 언제나 먼저 그곳에 계신다. 우리가 만날 사람을 우리보다 먼저 만나고 계신다. 오늘도 나는 그 사실을 마음에 품고, 나의 전부를 주님의 손에 맡긴 채 종의 삶으로 다시 순종의 길을 향한다.

#주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