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둔 서울 쪽방촌의 외로움… 쪽방 거주민 60.6% 가족·친지와 교류 없어

창신동·돈의동 주민들이 전한 가족 단절… “명절이면 생각나지만 부담 주기 싫어”
서울 종로구의 한 쪽방촌 모습. ⓒ뉴시스

추석을 앞두고 거리에는 선물세트와 귀성객을 맞는 현수막이 등장했지만, 서울 쪽방촌에서 만난 주민들은 명절이면 가족과의 단절을 더욱 실감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거나 어려운 형편에 가족에게 부담을 줄까 연락을 접은 이들에게 연휴는 평소와 다름없이 보내는 시간이었다.

동대문 쪽방촌에 사는 윤모(64)씨는 “명절이 제일 싫어 명절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명절이라고 해서 뭐 다른 게 없지. 감흥도 없고”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사는 게 어려우니까 가족도 의미가 없고… 그냥 명절이구나 하고 마는 거야”라고 했다.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골목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큰 마트나 편의점 대신 자리한 작은 가게에는 손님이 뜸했다. 쪽방상담소에 붙은 ‘명절 음식 만들기 참여자 모집’ 안내문이 추석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길가에는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고, 손님들로 붐비는 마트에는 고기와 과일, 통조림 등을 담은 선물세트가 쌓여 있었다.

◈“연락해서 부담 주기 싫어”… 오랜 단절 속에 맞는 명절

창신동 쪽방촌에서 5년째 살고 있다는 김모(60)씨는 가족의 근황을 자세히 알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 그는 “2남 3녀 중 둘째다. 큰형은 영월에 있고 여동생은 마산에 사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어려운 사정이 가족에게 부담이 될까 연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혼자 어렵게 살면서 가족들한테 굳이 연락해서 부담 주긴 싫다. 안 가고 안 보는 게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지면서 명절의 의미도 희미해졌다고 했다. 김씨는 “가끔 한 번씩 가족 생각이 들긴 한다. 하지만 하도 오래되다 보니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며 “그냥 여기 동네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랑 술 한잔씩 기울이면서 명절을 보낸다”고 전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지 30년이 넘었다는 이모(64)씨 역시 명절이면 가족을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가족 생각이 난다. 왜 안 나겠느냐”며 “다 사연이 있다. 포기하고 그냥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돈의동 쪽방촌에서도 오랫동안 가족과 연락하지 않고 지내면서 명절을 평소와 다름없는 휴일로 받아들이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 같이 한 번 모였으면”… 실태조사에서도 드러난 가족 단절

3년 전 돈의동 쪽방촌에 자리 잡은 정모(55)씨는 어린 시절 가정불화로 가족과 흩어져 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적 가정불화로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남동생 두 명과도 20대 무렵 헤어졌다”며 “그렇게 뿔뿔이 흩어진 뒤로 혼자 살고 있다”고 했다.

정씨는 “이젠 가슴 아플 것도 없다”고 했지만, 명절이면 아버지가 많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엔 다 같이 한 번 모였으면 좋겠지만…”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쪽방 거주민의 가족·친지와의 단절은 실태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서 만나거나 연락하는 가족·친지가 전혀 없다고 답한 쪽방 거주민은 60.6%였다. 교류하는 가족·친지가 1~2명이라는 응답은 32.2%, 3~5명이라는 응답은 4.7%로 집계됐다.

만나거나 연락하는 가족·친지가 없다는 응답 비율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높았다. 여성보다 남성에서, 비장애인보다 장애인에서 그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2024년 기준 서울 영등포·서울역·돈의동·남대문·창신동 등 5개 쪽방촌의 거주민은 227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3577명, 2021년 2755명보다 감소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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