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박태연 선교사 재판 또 연기… 종교활동·신념 심문

검찰 반대 심문 질문 약 70% 종교 활동 및 신념 관련… 9월 22일 심문 재개 예정

박태연 선교사 ©한국VOM
러시아에서 선교 활동을 해온 박태연 선교사의 재판이 다시 연기된 가운데, 검찰의 반대 심문에서 종교 활동과 신념에 관한 질문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이하 한국VOM)에 따르면 박 선교사에 대한 검찰의 반대 심문은 오는 9월 22일 재개되며, 판결은 10월 8일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선교사는 지난해 1월 한국으로 돌아와 은퇴할 예정이었으나 귀국을 일주일 앞두고 러시아에서 체포됐다. 현재 외국인 구금시설에 수감된 상태이며, 3건의 이민 관련 혐의로 최대 17년의 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함께 기소된 러시아인 친구 지나이다 우스티노바(Zinaida Ustinova)는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구금되지는 않았다.

당초 박 선교사에 대한 판결은 8월에 내려질 예정이었으나 법원 인력 문제로 연기됐다. 지난주에는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요청하면서 재판이 다시 연기됐다.

한국VOM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이번 검찰 반대 심문에서 질문의 약 70%가 이민 관련 혐의가 아닌 종교 활동과 신념에 관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검찰과 재판부는 박 선교사가 활동했던 어린이전도협회(CEF)와 러시아 복음주의 신앙(오순절) 기독교연합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이들 단체의 활동과 차이점, 핵심 신념, 기도와 설교, 규칙, 복음 교리를 전파한다는 것의 의미,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 등에 관한 질문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항을 모두 종합해 판결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 목사는 이 같은 질문이 피고인들이 러시아 당국이 ‘극단주의’로 간주할 수 있는 신념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정 종교만이 진리이고 다른 종교는 악하다고 믿는지, 활동하는 국가의 법을 따를 필요가 없다고 믿는지 등이 그 예로 제시됐다.

박 선교사의 재판 초기에는 박 선교사의 집에 머물렀던 뒤 딸의 행동이 이상해졌다는 한 어머니의 서면 증언도 법원에 제출됐다. 지난 1월 박 선교사가 체포될 당시 러시아 측에서는 그가 어린이들을 세뇌하고 성경 암송을 강요했으며, 어린이들을 러시아 밖으로 데려가려 했다는 혐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VOM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반박해 왔다. 박 선교사와 다른 사람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성경 활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어린이들이 웃으며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 등을 근거로, 강요나 압박이 있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고 설명했다.

폴리 목사는 어린이전도협회가 75년 넘게 전 세계에서 활동해 왔으며, 복음 전도 방법을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린이전도협회가 어린이에게 압력을 가하거나 강요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으며, 부모와 보호자의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복음을 들을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 당국이 기독교인들을 악의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33년 동안 러시아에서 사역한 박 선교사가 은퇴를 앞두고 체포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VOM은 박 선교사가 지난 1월 15일 하바롭스크에서 체포된 이후 석방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러시아 당국은 박 선교사에게 비자 체류 기간 초과를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으며, 한국VOM은 박 선교사가 구금된 상태였기 때문에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 선교사는 현재도 외국인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온라인 청원에는 한국에서 4,000명 이상, 여러 국가에서 1,000명 이상이 서명했다. 4월에는 한국VOM 대표 현숙 폴리와 CEO 에릭 폴리 목사가 해당 청원서를 주한 러시아대사관에 전달했으며, 한국 외교부와 유엔(UN) 자의적 구금 실무그룹에도 사본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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