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회가 결의하고 무산시킨 ‘여성 강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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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에 지대한 관심을 모았던 예장 합동 교단의 ‘여성 강도사’ 제도가 끝내 물거품이 됐다. 지난 14일 개막된 합동 제111회 총회에서 헌법 개정안 노회 수의 결과를 발표했는데 가결에 필요한 수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예장 합동 측이 ‘여성 강도권’ 인허를 결의한 건 지난 2024년 제109회 총회에서다. 곧바로 이듬해 제110회 총회에서 관련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목사후보생’을 ‘목회자후보생’으로 바꾸고, 목사의 자격을 ‘남자’로 한정한 게 골자다. 여성의 강도권을 허락하는 대신 목사는 오직 남성만 될 수 있도록 못을 박을 때만 해도 여성 안수는 불가해도 ‘여성 강도사’ 는 무난하게 시행될 것으로 봤다.

그런데 헌법 개정안이 올봄 노회 수의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여성 강도권’ 제도 자체까지 날아가고 말했다. 총회 서기 유병희 목사가 총회에 보고한 데 따르면 헌법 개정안 수의에 전국 165개 노회 가운데 140개 노회가 참여했다. 총 투표수 8,318표 중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3분의 2인 5,546표 이상(66.7%)의 찬성이 필요한데 집계 결과 16개 개정 항목 모두 기준에 미달한 거다. 결국, 헌법개정이 무산되면서 ‘여성 강도권’도 자동적으로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사실 합동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이 간절히 원한 건 ‘강도권’이 아니라 ‘여성 안수’였다. 매년 총회 때마다 청원이 반복되자 고심 끝에 일종의 절충안으로 제시된 게 이른바 ‘여성 강도권’ 인허다. 그런데 이마저도 헌법개정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게 된 거다.

총회장 정영교 목사는 총회 셋째날 회무 시작에 앞서 ‘여성 강도사’ 헌법 개정안 부결에 대해 언급하며 총회장으로서 여성 교역자들의 처우에 대해서는 적극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총회장이 자세를 한껏 낮추고 교단 내 여성 사역자들의 처우 개선 의지를 밝혔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쉬운 건 지난해 총회에서 통과된 헌법 개정안에 ‘여성 강도권’을 꼭 넣어야만 했나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교단 내에서 여성 안수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총회가 헌법을 고치지 않아도 여성 강도사 제도를 시행할 수 있었다며 자신들은 목사 자격을 '남성'으로 못 박은 헌법 개정안에 처음부터 반대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안추 회원들은 ‘여성 강도권’ 무산이라는 차가운 현실을 총회 밖에서도 마주해야 했다. 총회장 밖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던 회원들을 사랑의교회 관계자들이 교회 경내 밖으로 쫓아낸 것이다. 총회 안팎에서 이런 일들을 겪은 여성 사역자들의 마음 한구석에 교단이 우리를 제도적 틀 안에 가두고 아예 ‘선 밖’의 사람 취급을 한다는 섭섭한 감정이 들지 않았을까.

그런데도 신임 총회장은 총회 석상에서 여성 사역자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이 그저 빈말이 아니라면 제도적인 문제를 떠나 교단 안에서 여성 사역자의 목소리를 차단하는 구조적인 문제점부터 손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