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목사가 헬라어 원문을 5년간 연구하고 번역한 『로마서, 풀어쓴 성경』을 출간했다.
이 책은 기존 한글 성경의 표현을 단순히 쉽게 바꾼 번역서가 아니라 헬라어 원문의 문법과 문맥, 1세기 로마교회의 역사적 배경을 종합해 바울의 논리와 정서를 오늘의 한국어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강 목사는 헬라어 원문의 단어뿐 아니라 전치사와 접속사, 반복되는 표현과 문장의 연결 구조까지 살피며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국내외 주요 번역본과 주석도 비교·검토했으며, 번역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수정하면서 원문의 의미를 정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책은 로마서를 두 가지 방식으로 제시한다. 헬라어 원문의 의미와 문법 구조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정밀 직역’과 이를 오늘의 독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 ‘의역과 해설’이다. 원문의 정확성과 독자의 이해를 함께 고려한 구성이다.
강 목사는 로마서를 몇몇 유명 구절이나 신학적 명제를 모아 놓은 ‘응고된 교리집’으로 읽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로마서는 실제 갈등과 분열을 겪고 있던 로마교회 성도들을 향해 바울이 보낸 ‘살아 있는 편지’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책은 로마서 1장부터 16장까지 이어지는 바울의 논증과 감정, 목회적 권면을 하나의 흐름으로 읽도록 구성했다. 개인의 구원에 관한 교리뿐 아니라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성도들이 복음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과정도 함께 다룬다.
‘그리스도(Christos)’와 ‘믿음(Pistis)’에 대한 해석도 책에서 비중 있게 다뤄진다. 강 목사는 ‘그리스도’를 단순히 예수의 이름에 붙는 종교적 호칭으로만 읽지 않고, 가이사가 ‘주(Kyrios)’로 불리던 로마제국의 역사적 상황에서 참된 왕과 통치자가 누구인지를 선포하는 의미로 설명한다.
‘피스티스(πίστις)’에 대해서도 단순한 지적 동의나 내면적 확신에 한정하지 않고 ‘믿음’, ‘신실함’, ‘충성’이라는 관계적 의미를 함께 살핀다. 이를 통해 믿음과 순종, 신앙과 삶을 분리하기보다 왕 되신 그리스도를 향한 전인격적 응답이라는 관점에서 로마서를 읽도록 한다.
로마서 9~11장에 대한 해석도 주요하게 다룬다. 유대인과 이방인,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약속을 다루는 이 부분을 로마서의 부수적인 논의가 아니라 전체 메시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대목으로 바라본다. 인간의 실패에도 하나님의 약속이 어떻게 성취돼 가는지를 이 부분에서 살핀다.
12~16장 역시 앞부분의 신학적 논증에 덧붙은 단순한 ‘윤리적 부록’으로 보지 않는다. 복음을 믿는 사람이 실제 삶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성도들이 어떻게 서로를 받아들이며 한 몸을 이룰 것인지 보여주는 복음의 실천적 결론으로 연결한다.
책에서는 1세기 로마교회의 역사적 상황도 본문과 함께 다룬다. 바울이 고린도에서 로마교회를 바라보며 예루살렘을 거쳐 서바나까지 복음을 전하려 했던 선교 계획과 함께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음식과 절기 문제, 서로 다른 신앙적·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한 공동체의 갈등 등을 로마서의 내용과 연결해 살핀다.
번역상 논쟁이 있는 구절에 대해서도 하나의 해석만을 제시하기보다 원문의 문법과 가능한 해석을 설명하고 번역 선택의 이유를 제시한다. 로마서 2장 14절의 ‘본성’을 비롯해 믿음과 행위의 관계, ‘강한 자’와 ‘약한 자’의 문제 등 난해한 본문도 로마서 전체의 문맥에서 살핀다.
책의 문제의식은 서문 ‘안티테제(antithesis·反定立)의 곡용(曲用)’에 담겼다. 강 목사는 어린 시절 가족이 겪었던 상처와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잠언 전체의 흐름보다 특정 구절을 반복해서 붙들었던 경험을 소개하며, 이를 종교개혁 이후 로마서를 읽어 온 방식에 대한 성찰로 확장한다.
그는 종교개혁의 역사적 가치와 신학적 공헌을 인정하면서도 당시의 논쟁 구조가 로마서 전체를 읽는 시야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특정 구절만 떼어내 읽기보다 로마서 처음부터 끝까지 바울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다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의 회복도 책에서 중요한 주제로 제시한다. 유대인과 이방인이 그리스도 안에서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 서로 다른 신앙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한 식탁에 앉을 수 있는지를 살피며 로마서의 공동체적 의미를 다룬다.
강 목사는 『로마서, 풀어쓴 성경』을 통해 독자들이 익숙한 교리적 언어에서 성경 본문의 언어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새로운 번역 자체를 내세우기보다 기존의 해석 틀과 원문 사이를 연결해 독자가 직접 로마서를 깊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거룩한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취지다.
책은 모두 32개 단락으로 구성됐다.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의 의’(1:16~17), ‘아브라함의 재발견’(4장), ‘평화와 화목’(5장), ‘생명의 성령의 법’(8장), ‘유대인·이스라엘의 문제’(9~11장), ‘예배의 삶, 연합된 삶’(12장), ‘로마교회의 약한 자와 강한 자 문제’(14~15장) 등을 차례로 다룬다. 부록에는 그리스어 성경 NA28과 강산 문자역(MLT)을 수록해 원문을 직접 대조할 수 있도록 했다.
강 목사는 성결대학교 해외선교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06년 십자가교회를 개척해 20년간 담임목회를 이어오고 있다. 성경 전체를 순서대로 원문에서 번역하고 강해 설교하는 한편 이를 책으로 펴내는 작업도 진행해 왔다.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을 비롯한 성경 번역 작업에 참여했으며 여러 기독교 출판사의 원문 감수와 편집 작업에도 참여했다. 저서로 『말씀이 길이 되려면』, 『기도를 시작하는 당신에게』, 『결국 나는 무엇이 될까』, 『말씀 앞에 선 당신에게』, 『부활의 아침을 향하여』 등이 있다.
‘풀어쓴 성경’ 시리즈로 『이사야서, 풀어쓴 성경』, 『누가복음, 풀어쓴 성경』, 『욥기, 풀어쓴 성경』, 『사도행전, 풀어쓴 성경』, 『고린도전서, 풀어쓴 성경』, 『고린도후서, 풀어쓴 성경』, 『사사기·룻기, 풀어쓴 성경』, 『옥중서신, 풀어쓴 성경』 등을 펴냈다. 『로마서, 풀어쓴 성경』에 이어 『사무엘서, 풀어쓴 성경』과 『목회서신, 풀어쓴 성경』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