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교육부와 공동 제작 중인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에 빠졌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 성 소수자 관련 내용을 다시 담은 수정안 마련을 검토 중이어서 논란이다. 교계는 법적·윤리적·교육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개념을 ‘혐오·차별의 판단 기준’으로 공식화하는 것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학교 현장에 새로운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했다.
‘혐오·차별 표현 대응 가이드북’을 둘러싼 논란은 서울시교육청 초안에 들어있던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이 교육부 검토 과정에서 빠진 게 발단이 됐다. 성 소수자 학생의 피해 사례와 학교 대응 지침 등도 삭제됐다.
교육부는 지난 8월 18일 각 교육청 담당자에게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초안을 보내 찬반 의견을 물었다. 당시 전남광주교육청 등이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 표현을 명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일부 교육청도 종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발과 학교 적용 과정에서의 민원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보냈다.
교육부는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관련 내용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일부 시도교육청의 반대 민원과 학교 배포 부담을 고려한 것이며, 현장 수용성을 중시했다는 설명이다. 특정 집단을 배제하려는 결정이 아니라 교육과정 밖 내용을 다룰 때 발생할 수 있는 민원과 교사의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거다. 하지만 전교조와 성 소수자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서울시교육청이 ‘혐오·차별 표현 대응’에‘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다시 삽입한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하자 시도 교육청에 다시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에 대해 ‘거룩한 방파제’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등 법적·윤리적·교육적인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개념을 국가교육기관이 ‘혐오·차별의 판단 기준’으로 공식화하는 것에 근본 문제를 제기했다. 교육 당국이 전교조 등 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성적 지향을 ‘혐오 차별’로 규정한 가이드북을 제작 배포할 경우, 스스로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학교 현장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녀교육권부모연합도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단체의 압박에 밀려 이미 삭제한 내용을 다시 집어넣으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가이드북’을 일선 학교 현장에 제작 배포하려던 당초 취지는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스타벅스 응원’ 논란 이후 제기된 학생들의 혐오 표현 사용에 ‘매뉴얼’을 만들어 대응·관리하려는 데 있었다. 그런데 ‘성 소수자’ 관련 표현이 빠졌다는 일부 단체의 반발에 검토에 재검토를 거듭하는 자세로 불신을 자초한 거다.
‘가이드북’을 만들려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라나는 세대에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바른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데 있다. 그런데 엉뚱하게 ‘동성애’ 불똥이 튀면서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모욕·폭력·괴롭힘과 부당한 차별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는 본래의 원칙까지 흔들리는 꼴이 되고 말았다. ‘성적 지향’이 우리 사회 논란거리지만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무슨 수로 막나. 교육 당국이 이걸 거스르면 본말이 완전히 전도된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