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방문, 北 포로 위한 인도주의 활동이었던 점 고려를”

외교부의 여권법 위반 혐의 고발에 “방문 목적·최선 다한 승인절차 참작”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북한군포로구출국민운동

외교부가 북한군 포로의 인도적 보호를 위해 지난 5월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이들을 고발한 것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인도주의 활동에 대한 사법적 참작”을 호소했다.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대표 도희윤)와 우크라이나북한군포로구출국민운동(공동대표 이용희)은 4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시 방문단이 우크라이나 방문을 위한 과정을 최대한 이행했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인도적 인권활동을 위해 정부가 요구한 승인절차에 최선을 다했다”며 “사건의 공익적 목적과 예외적 여권사용 승인 신청 경위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요청했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와 강동완 통일한국 이사장 등으로 구성된 민간 방문단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를 찾아 북한군 포로를 위한 영치금 2,000달러(약 270만 원)와 국내 탈북민들이 직접 쓴 위문 편지 150여 통 등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

또 현지 당국 및 시민사회와 북한군 포로 문제를 논의했으며, 포로들이 수용된 시설로 이동해 이들의 생명 보호와 자유를 위한 기도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들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역은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돼 있어서 당국의 허가 없이 입국하거나 체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이번 방문의 공익적·인도주의적 성격과 방문단이 예외적 여권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취한 구체적인 절차와 노력을 충분히 고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부가 요구한 예외적 여권사용 승인절차를 밟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적인 여행이나 관광이 아니라 북한인권민간단체협의회 소관 북한군자유송환비상대책위원회의 공식 인권활동으로 추진됐다”며 “방문의 목적은 우크라이나에 억류된 북한군 포로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비강제송환 원칙에 따른 인도적 보호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의회·국제기구 및 시민사회와 협의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방문단은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 자유민주연맹, 국제인권옹호위원회 등 현지 시민사회와 장기간 협의하면서 공식 초청장, 방문일정, 현지 안전·경호대책 등을 준비하고 항공권과 국제 이동계획까지 마련한 뒤 2026년 3월 30일 외교부에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정식으로 신청했다”고 했다.

“그러나 신청 후 24일이 지난 4월 23일 외교부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의 추천서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완을 요구했다. 방문단은 이를 이행하기 위해 즉시 통일부 장관 명의의 추천서를 발급해 달라는 긴급 협조민원을 제출했으나 통일부의 최종 답변은 추천서 발급이 어렵다는 것”이었다는 것.

단체들에 따르면 이 같인 통일부의 답변은 방문단이 우크라이나로 출국을 사실상 하루 앞둔 5월 4일 오후 6시 9분경에야 이루어졌다.

통일부는 “인권 증진을 위한 민간단체의 활동과 노력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여행금지국가라는 이유로 추천서 발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단체들은 “결국 방문단은 예외적 여권사용 승인을 받기 위해 정식 신청에서부터 외교부의 보완 요구에 따른 통일부 장관 추천 신청까지 민간단체가 취할 수 있는 행정적 절차를 단계적으로 진행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방문 목적이나 준비의 미비가 아니라 해당 지역에서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이유로 추천서를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전쟁·분쟁지역에서 수행되는 인도적·인권활동의 경우 민간단체가 공식 초청과 안전대책을 갖추고 정부가 요구하는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더라도, 소관 행정기관이 해당 지역의 위험성 자체를 이유로 추천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 민간 차원에서 예외적 여권사용 승인을 위해 추가로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도적 한계를 보여준다”고 했다.

단체들은 “이번 북한군 포로 인도적 보호활동에는 국내외 166개 인권·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뜻을 모은 것”이라며 “그런 만큼 이번 고발과 수사는 방문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활동에 함께했던 시민사회에도 무거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이러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국제 인권현장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와 인권활동가들의 참여를 위축시키고,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국제적 인권연대와 민간외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건은 방문의 전체 경위와 공익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인권과 정의를 위해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 행동한 시민사회의 헌신이 폄훼되거나 범죄화되는 선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