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석좌교수를 역임한 김순권 박사((사)국제옥수수재단 설립자 겸 이사장)가 몽골의 짧은 생육기간과 저온·건조한 기후에 적응하면서 수량성을 높인 조생 다수확 하이브리드 옥수수 ‘MCP × 원종 3’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2004년부터 시작된 한·몽 공동 옥수수 육종 연구가 20여 년 만에 하이브리드 개발 단계로 발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해 국제옥수수재단(ICF)이 참여를 선언한 몽골의 ‘화이트 골드(White Gold)’ 국민운동과 연계해, 겨울철 가축 사료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지난 2004년 몽골 제2의 도시인 다르항(Darkhan)의 식물농업과학연구소(IPAS)와 공동으로 몽골 현지 기후에 적응하는 옥수수 품종 육종 연구에 착수했다. 이후 생육기간이 약 100일에 불과하면서 저온과 건조에 강한 ‘몽골 옥수수 집단(MCP·Mongolian Corn Population)’을 개발했다.
MCP는 2022년 몽골 최초의 옥수수 품종으로 등록됐다. 방임수분종(OPV)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어 농가가 수확한 옥수수에서 종자를 받아 다음 해 다시 파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MCP × 원종 3’은 MCP에 우수 원종을 교배해 만든 1대 잡종(F1) 하이브리드 옥수수다. 축산 사료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품종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시험에서 기존 MCP보다 알곡 수량은 약 30%, 식물체 수량은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생종 특성을 유지하면서 MCP가 가진 저온·건조 적응성을 이어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몽골의 사료용 옥수수 생산에 적합한 품종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옥수수재단은 올해 2년차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까지 3년간 시험한 결과를 종합해 해당 하이브리드 옥수수의 생산성과 재배 안정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올해 몽골 현지 시험에는 국제옥수수재단 몽골지부를 비롯해 은혜농장, 산림청 그린벨트 사업단, IPAS 등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하고 있다.
개발된 하이브리드 옥수수의 몽골 현지 종자 생산과 상용화는 동물질병 예방 백신과 동물용 의약품 전문기업 하나윈이 담당할 예정이다.
몽골은 광활한 초원을 기반으로 수천만 마리의 가축을 사육하는 대표적인 축산국가지만, 겨울철 기후재난인 ‘조드(dzud)’로 인해 가축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2023~2024년 겨울 조드로 몽골 전체 가축의 약 15%에 해당하는 940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했다.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인 캐시미어를 생산하는 염소의 피해도 컸다. 몽골의 후렐수흐 대통령이 캐시미어 산업 재건을 비롯한 축산업 회복을 위해 ‘화이트 골드’ 국민운동을 시작한 배경에도 이러한 상황이 자리하고 있다.
이 같은 몽골 축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겨울철 가축에게 공급할 양질의 사료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수입되는 하이브리드 옥수수 가운데 일부는 몽골의 짧은 생육기간과 저온·건조 환경에서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품종의 경우 매년 새로운 종자를 구입해야 하는 부담도 농가에 존재한다.
이에 따라 국제옥수수재단은 몽골 현지에서 개발한 MCP를 기반으로 조생성과 저온·건조 적응성은 물론 알곡과 식물체의 높은 생산성을 함께 확보하는 하이브리드 옥수수 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지 시험과 종자 생산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MCP × 원종 3’은 사일리지와 농후사료 원료 생산성을 높이고, 몽골 축산업의 사료 자급 기반을 확대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순권 박사는 “몽골 축산업이 안정적으로 발전하려면 겨울철 가축에게 먹일 양질의 사료를 현지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몽골 기후에 적응한 조생 다수확 하이브리드 옥수수가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생산·보급된다면 몽골 축산업의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옥수수재단은 이번 하이브리드 옥수수의 북한 고산지대 적용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MCP 육종 과정에서 북한 대홍단 등 고산지대에서 유래한 옥수수 유전자원이 활용됐기 때문이다.
재단 측은 이러한 유전적 배경과 저온 적응성을 고려할 때 대홍단과 같이 생육기간이 짧은 북한 고산지대에서도 ‘MCP × 원종 3’을 활용해 알곡과 식물체 수량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에 앞서 지난해 8월 사료 소화율과 바이오에너지 생산성을 동시에 높인 ‘bm3+leafy 하이브리드 옥수수’를 선보이는 등 재배 환경과 이용 목적에 맞춘 맞춤형 옥수수 육종 연구를 지속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국가브랜드진흥원이 주관하는 국가브랜드대상에서 인류공헌 리더십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국제옥수수재단은 앞으로 몽골에서 3년간 진행되는 시험 성적을 종합해 품종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현지 종자 생산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MCP × 원종 3’이 몽골 축산업의 사료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농가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실용적인 품종으로 자리 잡도록 연구와 보급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