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기독교인들, 탈레반 아래서 ‘집단학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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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mklee@cdaily.co.kr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무관). ©기독일보 DB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이 탈레반 정권 아래에서 ‘집단학살(genocide)’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종교 자유와 이슬람 극단주의 전문가이자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마틴 파슨스는 영국 시사매체 더 크리틱(The Critic)​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파슨스는 1990년대 탈레반의 첫 집권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경험을 회고하며 당시 기독교 신앙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처형됐으며, 음악은 비이슬람적이고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금지됐다고 밝혔다. 또 이른바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것으로 지목된 여성들이 살해돼 강에 버려지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국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축출됐지만, 20년에 걸친 반군 활동 끝에 미군이 철수한 2021년 다시 정권을 장악했다.

파슨스에 따르면 현재의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보다 상대적으로 잔혹성이 낮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심각한 위험에 놓여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히 파슨스는 탈레반의 배교법(apostasy law)을 주요 위협으로 꼽았다. 이 법에 따르면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성인 남성은 3일간 ‘회개’할 기회를 받은 뒤 개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처형될 수 있다. 같은 행위를 한 여성은 종신형과 반복적인 구타에 처해지며, 어린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구금된 뒤 해당 처벌을 받게 된다.

이슬람권 일부 국가에서도 이슬람교에서 다른 종교로 개종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란의 경우 기독교 신앙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 행위에는 공식적으로 사형이 선고될 수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에는 약 1만 명의 기독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파슨스는 이들이 다른 종교적 소수자들보다 더욱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은 다른 종교적 소수자들과 달리 2001년 탈레반 축출 이후 2021년 재집권까지 존재했던 서방의 지원을 받은 어떤 정부에서도 그 존재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독특하게 취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들을 이슬람에서 배교한 사람들로 취급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2~3대째 기독교 신앙을 이어온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규모 집단 처형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슨스는 그 배경으로 탈레반 지도부 내부의 갈등을 지목했다.

그는 일부 탈레반 세력이 1990년대 통치 방식으로 회귀하기를 원하는 반면, 다른 지도부 인사들은 국제사회의 일정 수준의 인정과 수용을 얻기 위해 극단적인 종교법 집행을 당분간 늦추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파슨스는 “일부 아프간인들이 배교 혐의로 처형됐으며 기독교인에 대한 사법 외 살해 증거도 있지만, 현재까지 배교를 이유로 기독교인들을 대규모로 살해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탈레반 항소법원이 종교 관련 범죄에 대한 사형 판결을 여러 차례 징역형으로 감형한 사례도 있다”며 이는 탈레반 지도부 내부의 권력투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내 기독교인들의 신원과 거주지, 교류 관계 등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파슨스는 탈레반이 축적한 정보가 향후 기독교인들을 더욱 강력하게 탄압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이슬람 법학서인 ‘헤다야(Hedaya)’도 언급했다. 이 책을 비롯한 일부 이슬람 자료들이 비무슬림에 대한 노예화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슨스는 “헤다야와 탈레반의 법령에 배교자로 간주된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는 명확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은 의도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기독교인들은 집단학살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