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데일리인터내셔널(CDI)은 브루스 배런의 기고글인 '예술로 소금과 빛이 되어 문화를 변화시키는 그리스도인들'(Christians being salt and light via the arts to positively influence culture)을 8월 13일(현지시각) 게재했다.
브루스 배런은 은사주의 운동, 지배신학(Dominion Theology), 미국의 정치 캠페인과 공공정책 등을 연구하며 다양한 경력을 쌓아왔다. 그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에서 커뮤니케이션 보조 역할로 자원봉사했으며,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세계복음주의연맹 신학 저널의 편집총괄을 맡았다. 또한 현재는 기독교학자협회(Society of Christian Scholars)의 편집 서비스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많은 그리스도인이 대중문화를 이미 ‘가망 없는(lost cause)’ 영역으로 여긴다. 실제로 기독교인이 최고 영화상이나 대중음악상의 주요 부문 수상자로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얼마나 자주 보게 되는가. 그래미나 라틴 그래미처럼 기독교 음악 부문이 따로 마련된 경우를 제외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마크 로저스(Mark Rodgers)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창의적인 기독교인들과 협력하며 문화를 형성하는 일에 헌신해 왔다. 리드 기타리스트가 기독교인이라고 고백한 유명 헤비메탈 밴드 메가데스(Megadeth)를 미국 상원 식당으로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그 말고 또 얼마나 있을까.
로저스는 가정에서 깊은 기독교적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가장 복음주의적인 성향을 띤 성공회 신학교의 학장이자 총장이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계기는 따로 있었다. 1984년, 영국의 노예제 폐지를 이끈 위대한 기독교 정치인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에 관한 설교를 들었을 때였다.
로저스는 미국 국회의사당(Capitol Hill)에서 16년간 고위 보좌관으로 일한 뒤 2007년 ‘클래펌 그룹(Clapham Group)’을 설립했다. 이름은 윌버포스와 함께 사회개혁에 헌신했던 ‘클래펌 파(Clapham Sect)’에서 따왔다. 동물 학대에도 반대했던 윌버포스의 정신을 이어, 로저스의 초기 고객 가운데 하나는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Humane Society)였다. 그는 하나님과 동물을 함께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신앙 기반의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구축하는 데 힘을 보탰다.
최근에는 2015년 이슬람국가(ISIS)에 의해 기독교 신앙을 부인하기를 거부하다 순교한 콥트교 기독교인들을 다룬 그의 영화 <더 21(The 21)>이 2024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15개 예비후보작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문화를 변화시킬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면, 최근 인터뷰에 응한 로저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볼 만하다.
브루스(Bruce): 당신은 1991년부터 2006년까지 16년 동안 국회의사당 보좌관으로 일했습니다. 그곳에서 사역과 영향력을 펼치려는 당신의 비전을 지지해 줄, 뜻을 같이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디에서 찾았습니까?
마크 로저스(Mark Rodgers): 기독교 성향의 정책 옹호 단체들은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영역을 스스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의제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동물 학대 같은 문제는 그들의 관심 영역에 잘 포함되지 않죠. 반면 국회의사당 안의 기독교 사역 단체들은 대부분 전도와 개인적인 제자훈련에 집중합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좀 더 폭넓은 차원의 도전을 원했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큰 매력을 느꼈던 곳은 1983년에 설립된 ‘신앙과 법(Faith and Law)’이라는 단체였습니다. 그곳에서 처음 들은 강연 가운데 하나는 개혁주의 신학자 R. C. 스프롤(R. C. Sproul)이 자연법의 역할에 대해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작가이자 공공신학자인 오스 기니스(Os Guinness)도 그 모임에서 자주 강연했습니다.
2001년경 이 단체는 저명한 사회학자 제임스 데이비슨 헌터(James Davison Hunter)를 초청했습니다. 그는 훗날 자신의 저서 『세상을 바꾸려면(To Change the World)』의 뼈대가 될 논문을 막 완성한 때였습니다. 우리는 기독교인들이 사람들의 세계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학계, 언론, 정치, 엔터테인먼트 같은 영역에서 어떻게 ‘신실한 임재(faithful presence)’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깊이 논의했습니다.
우리는 또한 진리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고 이성마저 주관적인 것으로 치부되는 포스트모던 문화 속에서, 진리와 의미를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이야기(story)’가 지닌 중요성에 주목했습니다. 당시에는 비디오 스트리밍이 막 태동하던 시기였고, 저는 스토리텔링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방식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직감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제가 ‘예술이 문화를 어떻게 형성하는가’를 더 깊이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연락했던 예술가 가운데 한 명은 록 밴드 U2의 보컬 보노(Bono)였습니다. 보노는 2000년 당시 가난한 국가들의 부채 탕감을 촉구하는 희년(Jubilee) 캠페인을 지지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는 친구가 됐고, 이후 함께 에이즈(AIDS)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쏟았습니다.
참고로 로저스와 당시 그의 상사였던 릭 산토룸(Rick Santorum) 상원의원은 2003년 ‘대통령 에이즈 구호 긴급계획(PEPFAR)’ 제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01년부터 우리는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어떤 숨은 의도도 없이 수많은 기독교 음악가들과 만났습니다. 우리는 정치가 문화의 ‘하류’에 불과하고, 문화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상류’라는 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예술가들이 결혼의 중요성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다루기에 매우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점도 나눴습니다.
예술계에서 활동하는 많은 그리스도인은 교회 안에서 사용되는 예배 음악이나 기독교 소설, 혹은 직접적인 전도를 목적으로 한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사회의 공익을 위해 봉사하는 방향으로 직업적 소명을 확장하도록 격려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이면서도 큰 용기를 불어넣는 일이었습니다.
브루스: 기독교 예술가들을 국회의사당으로 초청하는 일은 꽤 흥미로웠을 것 같습니다.
마크 로저스: 가장 즐거웠던 기억 가운데 하나는 예술가들을 상원 식당으로 데려가 함께 아침 식사를 했던 일입니다. 그곳은 재킷과 넥타이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은 종종 편안하고 격식 없는 차림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제가 직접 복장을 갖추도록 도와줘야 했습니다.
그런데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예술가가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메가데스의 데이브 머스테인(Dave Mustaine)이었습니다. 저는 그가 혼자 올 줄 알았는데 밴드 전체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모두 검은 가죽 재킷에 쇠사슬 장식까지 하고 있었죠. 도저히 복장 규정에 맞출 수 없어 식당 직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직원들은 오히려 메가데스를 당장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데이브는 헌신적인 신자입니다. 저는 그가 자신의 대중적 영향력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온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브루스: 국회의사당을 떠난 뒤에는 그리스도인들의 창의성을 지원하는 일에 어떻게 집중하게 됐습니까?
마크 로저스: 2007년 클래펌 그룹을 시작하면서 투자자들과, 공익을 위해 ‘선하고 참되며 아름다운’ 엔터테인먼트를 창조하려는 예술가·경영자·기업가들을 연결하는 웨지우드 서클(Wedgwood Circle)도 설립했습니다.
이후에는 현장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웨지우드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윌버포스와 함께 클래펌 파에서 활동했던 극작가이자 시인 해나 모어(Hannah More)의 이름을 딴 ‘모어 프로덕션(More Productions)’을 세웠습니다.
우리는 보노가 참여한 영화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프로젝트는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의 2016년 영화 <사일런스(Silence)>일 것입니다. 이 영화는 17세기 일본에서 박해받던 가톨릭 신자들의 이야기를 무겁게 다룹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버라이어티(Variety)」는 스코세이지의 영화 26편을 순위로 다룬 기사에서 <사일런스>를 1위에 올리며,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육체적 한계가 그분을 이해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뛰어난 묵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 영화는 복음주의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신학적으로 복잡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저는 일본계 미국인 시각예술가 마코토 후지무라(Makoto Fujimura)를 영화의 홍보대사로 영입했습니다. 또한 영화와 맥을 같이해 인터바시티(InterVarsity)에서 출간된 그의 책 『침묵과 아름다움(Silence and Beauty: Hidden Faith Born of Suffering)』의 출판 에이전트로도 일했습니다.
브루스: 윌버포스에게 받은 영감을 오늘날 문화 속에서 어떻게 이어가고 있습니까?
마크 로저스: 윌버포스에게는 두 가지 큰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노예제 폐지였고, 다른 하나는 ‘풍속의 개혁(reformation of manners)’이었습니다. 그에게 후자는 사회가 잃어버린 미덕을 회복하기 위한 폭넓은 틀이었습니다.
그의 동료였던 해나 모어는 『위대한 자들의 풍속(Manners of the Great)』에서 관습의 개혁이 실제적인 효과를 내려면 윗선, 즉 당시의 귀족과 오늘날의 엘리트 계층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중의 성품과 습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원천이 바로 엘리트 계층이라는 점을 꿰뚫어 본 것입니다.
오늘날 그 막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엘리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예술가와 스토리텔러들입니다.
브루스: 당신의 비전에 공감하는 그리스도인들, 특히 다수세계(Majority World)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떤 제안과 영감을 주고 싶습니까?
마크 로저스: 주류 대중문화 안에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강한 소명을 느끼는 많은 기독교 예술가들이, 직업적 신실함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이 너무도 외롭고 힘들다고 저희에게 털어놓았습니다. 이들은 종종 교회로부터 자신의 소명에 대한 충분한 신학적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교회 지도자들에게 자신이 속한 국가에서 활동하는 저명한 기독교 예술가와 퍼포머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들을 단순히 직접적인 전도를 위한 도구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들의 훌륭한 작품이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나님을 섬기고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기독교 예술가들의 소명은 반드시 ‘기독교 콘텐츠’를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탁월한 영화와 음악, 문학과 예술을 통해 사회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아름답다고 여기며, 무엇을 선하다고 생각하는지를 형성하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문화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