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보-트럼프 면담과 스틸 대사의 기도로 본 ‘정교분리’

종교의 정치 참여를 막는 것인가, 종교 자유 보장하려는 것인가
손현보 목사와 가족이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접견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악관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정교분리’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정치권과 공직사회에서 나타난 최근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새로 부임한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가 한국에 도착한 첫날 교회를 찾아 기도로 일정을 시작하면서다.

두 사례는 미국에서 종교와 국가의 관계가 한국에서 흔히 이해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손현보 목사는 지난 7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약 1시간 동안 면담했다. 면담에는 백악관 신앙사무국 제니 콘 국장과 폴라 화이트 수석고문, 롭 맥코이 목사 등이 함께했다. 손 목사 측은 대한민국과 한국교회, 자유와 신앙의 가치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미셸 박 스틸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30일 한국에 도착한 직후 서울 영락교회를 찾아 기도했다. 스틸 대사는 한국에서의 새로운 여정을 기도로 시작하게 돼 기쁘다는 뜻을 밝혔으며, 이어 첫 주일에도 영락교회서 예배를 드렸다.

이런 사례들에서 미국이 정교분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교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교분리는 ‘종교를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는 원칙’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 수정헌법 제1조는 “국교를 수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행사를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국교설립금지조항(Establishment Clause)과 종교자유행사조항(Free Exercise Clause)이 함께 규정돼 있다.

손현보 목사와 가족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백악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원칙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다.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정하거나 특정 종교를 국민에게 강요해서는 안 되지만, 동시에 국민이 자신의 종교를 자유롭게 믿고 실천하고 표현하는 것 역시 보장해야 한다는 구조다.

따라서 미국에서 ‘정교분리’는 종교와 정치가 서로 아무런 접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 대신 종교인이 시민으로서 자신의 신앙에 근거해 말하고 행동하는 자유를 보장하는 데 초점이 있다.

이 차이는 한국의 최근 정교분리 논쟁을 바라보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한국에서는 정교분리를 정치와 종교의 ‘분리’라는 의미로 단순화해 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회나 종교인이 정치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거나 선거와 관련된 활동에 참여할 경우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실제 ‘종교법인 해산법’으로도 불리는 법이 발의되면서 종교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종교단체 내에서 직무상 행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상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쟁점 가운데 하나는 ‘종교의 정치 참여’와 ‘종교의 자유로운 정치적 표현’을 어디까지 구분할 것인가였다.

지난 6월 세계로교회를 방문한 미 국무부 대표단이 손현보 목사(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계로교회

미국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종교의 정치적 목소리’ 자체를 정교분리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영준 변호사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미국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은 정부에 의한 종교 강요를 금지하는 동시에 종교에 대한 적대가 아니라 국가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개념”이라며, 종교적 표현이 다른 표현보다 불리하게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입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22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케네디 대 브레머턴(Kennedy v. Bremerton) 판결 취지를 언급하며 “해당 판결이 정교분리원칙을 종교의 공적 영역 배제가 아니라 국가의 종교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원칙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에 신앙사무국 둔 미국

현재 미국의 상황은 이 점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2월 백악관 신앙사무국(White House Faith Office)을 공식 설치했다. 백악관은 이 조직이 신앙 기반 단체와 예배 공동체가 가정과 지역사회를 섬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또한 종교 자유와 관련된 정책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고 연방정부의 종교 자유 보호 업무를 지원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종교자유의 날’(Religious Freedom Day) 선언문에서도 미국의 공적 영역에 신앙을 다시 가져오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종교의 자유를 ‘탄압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종교를 공개적으로 자랑스럽게 실천할 자유’로 표현했다. 백악관은 종교자유위원회와 반기독교 편견 근절을 위한 태스크포스 등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손현보 목사의 백악관 면담을 단순히 ‘목사가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건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백악관에 신앙사무국이 설치돼 있고 종교계 인사들이 행정부와 공식적으로 소통하는 미국의 현재 정치문화 속에서 발생한 사례라는 점을 함께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미국 정부가 기독교와 동일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헌법은 여전히 국가가 특정 종교를 국교로 세우는 것을 금지한다. 오히려 핵심은 국가가 종교를 장악하지 않는 것과 종교가 시민으로서 공적 영역에 참여하는 것을 구별하는 데 있다.

스틸 대사의 ‘기도로 시작한 외교 업무’가 보여주는 것

미셸 스틸 대사가 한국 부임 후 첫 주일이었던 지난 8월 2일 영락교회를 찾아 김운성 담임목사와 대화하고 있다. ©독자 제공

미셸 스틸 대사의 사례는 이 문제를 또 다른 차원에서 보여준다. 스틸 대사는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지만, 한국 부임 첫날 교회를 찾아 기도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특정 종교의 예배를 강요했다는 사례가 아니라 공직자가 자신의 신앙을 가지고 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사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식 정교분리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공직자는 종교인이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공직자는 자신의 종교를 국가의 공식 종교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만약 기독교 신앙을 가진 대통령이 목회자를 만나는 것, 신앙을 가진 공직자가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 종교 지도자가 국가의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 자체를 정교분리 위반으로 본다면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좁아질 수 있다.

반대로 국가가 특정 종교를 공식적으로 우대하거나 다른 종교의 자유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 헌법의 정교분리는 바로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경계한다. 국가의 종교 지배도 막고, 종교의 자유로운 활동에 대한 국가의 부당한 간섭도 막는 구조다.

한국의 정교분리 논쟁에 던지는 질문

이런 점에서 정교분리의 대상이 ‘종교’ 자체인지, 아니면 ‘국가권력에 의한 종교의 지배 또는 특정 종교의 강제’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으며, 종교인이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는 것과 종교단체가 국가권력과 부당하게 결탁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정교분리를 이유로 종교인의 공적 발언을 위축시키는 것은 오히려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김정수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은 국가를 제한하는 원칙이면서 동시에 종교를 보호하는 원칙이기도 하다”고 했다.

미셸 스틸 대사(가운데)가 영락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편인 숀 스틸 변호사(맨 오른쪽)와 함께 기도하고 있다. ©독자 제공

물론 미국의 모델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미국의 헌법과 정치문화, 종교사, 정당체계가 한국과 다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종교정책을 둘러싸고 미국 내부에서도 다양한 평가와 논쟁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에서 나타난 손현보 목사의 백악관 면담과 스틸 대사의 기도는 한국에서 정교분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하나의 비교 사례를 제공한다.

정교분리의 핵심은 종교를 정치에서 몰아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종교를 지배하지 않고, 동시에 모든 시민과 종교가 자신의 신앙과 양심에 따라 공적 영역에서 말하고 행동할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국운 교수(한동대 법학부)는 “헌법 제20조가 규정하는 정교분리 원칙의 근본적인 목적은 국가를 종교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 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신앙과 양심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하는 데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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