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인가, 경찰공화국인가, 아니면 국민의 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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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국민을 위한 정부인가

양기성 박사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선언한다. 이 조항은 단순한 법률 문장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 운영의 철학이며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다.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며, 국민을 위해 행사될 때 정당성을 가진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검찰공화국', '경찰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고, 경찰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타난다. 이러한 논쟁은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가기관은 과연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있는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검찰과 경찰은 국가의 주인이 아니다. 두 기관 모두 법률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권력이다. 그런데, 어느 한 기관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권력 남용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반대로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작동할 때 국민의 권리도 더욱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다. 이것이 헌법이 권력분립과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행정학에서도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에 대한 봉사이다. 정부는 국민을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는 조직이다.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복은 국민의 주인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권력기관이 얼마나 강한가가 아니라 국민이 얼마나 안전한가, 법이 얼마나 공정하게 적용되는가, 사회적 약자가 얼마나 보호받는가를 본다. 국민이 신뢰하는 국가는 권력이 큰 국가가 아니라 정의가 살아 있는 국가이다.

성경 역시 권력의 본질을 '섬김'에서 찾는다. 예수께서는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한다"(마태복음 23:11)고 말씀하셨다. 이는 교회 지도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의 자세를 일깨우는 원리이기도 하다. 또한 로마서 13장은 국가 권력이란 악을 억제하고 선을 장려하는 책임을 맡고 있음을 가르친다.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며, 국민을 위한 봉사일 때 비로소 정당성을 얻는다. 역사를 돌아보면 권력기관이 국민 위에 군림했던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반대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성숙했던 국가는 국민의 신뢰를 얻으며 지속적으로 발전하였다. 대한민국 역시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며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경제 규모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품격에서도 세계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검찰의 승리도, 경찰의 승리도 아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공정한 수사와 재판, 부정부패 없는 사회, 안전한 일상,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권력기관은 서로 경쟁하는 조직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협력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검찰과 경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때 국민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민주주의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고 정의하였다. 이 정신은 오늘의 대한민국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는 특정 기관이나 특정 세력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정부가 되어야 한다.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선을 행하라(Do all the good you can.)"고 권면하였다. 이 정신은 공직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 국민에게 선을 행하고, 정의를 세우며, 약자를 보호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검찰이 강한 나라, 경찰이 강한 나라에 달려 있지 않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치국가, 공정한 행정, 책임 있는 정치, 그리고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국가 시스템에 달려 있다.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을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

헌법이 선언한 것처럼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모습은 '검찰공화국'도, '경찰공화국'도 아닌 “국민의 공화국이다.” 국가의 모든 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지키는 데 사용될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해질 것이며 세계 속에서 더욱 존경받는 나라가 될 것이다.

“권력은 국민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섬기기 위해 위임된 책임이다."(에이브러햄 링컨)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아모스 5:24)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 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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