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신군부 시절 국군보안사령부(보안사)가 주도한 이른바 ‘서울제일교회 탄압 사건’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항소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2부(강경표·박원철·박해빈 고법판사)는 지난달 9일 서울제일교회와 소속 교인 등 89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동일하게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배상 규모를 대부분 유지하면서도, 고(故) 박형규 목사의 자녀 4명에 대한 위자료를 1심의 각 1875만 원에서 2175만 원으로 일부 상향 조정했다. 앞서 1심은 1983년부터 1986년까지 발생한 국가의 불법행위를 인정하며 교회에 4000만 원, 교인 및 유족들에게는 각각 62만~1875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가가 국민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를 위반해 불법행위를 자행했다”며 국가배상법에 따른 위자료 지급 책임을 명시했다. 이어 불법 공작 종료 후에도 교인 간의 갈등과 불신으로 인해 교회가 정상화되기까지 피해자들이 겪은 장기적인 정신적 고통을 위자료 산정의 근거로 삼았다.
이 사건은 1982년 보안사가 종교계 민주화 운동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세운 대책에서 비롯됐다. 당시 보안사는 서울제일교회를 ‘문제 교회’로, 담임이었던 박 목사를 ‘A급 문제 인물’로 분류하고 교회 내분을 유도했다.
보안사의 공작에 따라 1983년 8월부터 반대파 교인과 외부 세력이 동원되어 예배 중 찬송가를 크게 부르거나 집기를 두드리는 등의 방해 행위가 지속됐다. 1984년 9월에는 박 목사와 일부 교인들이 폭력배 등에 의해 감금 및 폭행을 당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결국 박 목사 측은 교회 밖으로 밀려나 1984년 12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약 7년간 경찰서 앞 노상 예배를 진행했다.
해당 사건은 2022년 11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를 인정하고 사과 및 명예 회복 조치를 권고하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