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은 의료행위 아닌 삶의 전환… 새내기 엄마 위한 사회적 지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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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어머니가 되는 과정은 단순한 출산을 넘어 정서적·사회적·영적 변화를 동반하는 중요한 삶의 전환인 만큼, 이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발표됐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에 따르면, 영국 기독교 싱크탱크 테오스(Theos)와 성서공회(Bible Society)가 공동 발간한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모성(Motherhood, Inside Out)’ 보고서는 ‘마트레센스(matrescence·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 개념을 중심으로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는 여성들의 삶을 분석하며, 많은 어머니들이 충분한 지원 없이 이 중대한 변화를 홀로 감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2025년 3월부터 9월까지 영국 전역의 어머니 91명과 모성의료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으며, 2026년 4~5월에는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를 통해 영국 여성 4,4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보고서 서문을 쓴 저자 루시 존스(Lucy Jones)는 “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가장 중요한 삶의 사건 중 하나인 ‘어머니가 되는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제대로 연구되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잘 드러나지 않으며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일, 그리고 가장 연약한 시기의 아이를 양육하는 고도의 돌봄 노동은 아버지와 다른 보호자들도 함께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어머니들이 담당하고 있음에도 사회는 그 무게와 복잡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산후 정신질환과 고립감이 증가하고 산후 돌봄이 충분하지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여성들이 인생에서 가장 취약한 시기 가운데 하나를 준비하고 지원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는 모성을 하나의 동일한 경험으로 규정하지 않고 여성마다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부 여성들은 어머니가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답한 반면, 다른 이들은 이를 “삶 전체를 뒤흔든 개인적인 지진”에 비유하며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출산 이후 많은 여성들이 삶의 우선순위와 인간관계, 직업, 삶의 목적 등을 새롭게 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또 종교 유무와 관계없이 많은 어머니들이 자녀를 낳은 뒤 신앙과 죽음, 삶의 의미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하게 됐으며, 자녀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경이로움과 연결감, 초월적 경험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65%는 자녀를 낳은 뒤 죽음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자주 생각하게 됐다고 답했으며, 이는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자녀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염려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기독교인 어머니들의 경우에는 모성이 신앙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

영유아를 돌보면서 예배 참석과 개인 기도, 성경 읽기가 어려워졌지만, 일부는 아이를 돌보는 중에 기도하는 등 새로운 신앙생활의 리듬을 만들어 갔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모성이 여성들의 사회 참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교육과 환경, 기술 정책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신적 안정을 위해 일부러 부정적인 뉴스를 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한 많은 어머니들이 출산 이후 자신이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거나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수면 부족으로 인한 신체적·정신적 피로, 외모에 대한 사회적 압박, 높은 양육비 부담, 지역사회와의 연결 부족으로 인한 고립감을 주요 어려움으로 꼽았다.

소셜미디어는 비현실적인 육아 모습을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왓츠앱(WhatsApp) 모임 등 또래 부모들과 연결되는 창구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연구 참여자들은 무엇보다 지역사회에서 직접 만나는 인간관계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보고서는 교회가 유아 모임과 식사 지원, 세대 간 교제 등을 통해 새내기 엄마들에게 공동체, 즉 ‘마을(village)’과 같은 역할을 하는 몇 안 되는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진은 교회 역시 어머니들의 영적 필요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의료진이 산후 정신질환 여부만 판단하는 데 그치지 말고,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서적·영적 변화를 이해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산후 6주 건강검진을 아기뿐 아니라 산모의 전반적인 건강과 삶을 함께 살피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출산 이후 지속적인 돌봄 체계를 마련하며, 배우자가 병원에 더 오래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회를 향해서는 부모들을 위한 실질적·영적 지원을 확대하고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한편, 기도와 예식을 통해 어머니가 되는 삶의 전환을 의미 있게 기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권고했다.

보고서는 “어머니들을 지원하는 일은 의료기관이나 교회만의 책임이 아니라 직장과 가정, 지역사회, 언론, 정책 입안자 등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앙공동체와 교회가 운영하는 다양한 모임이 새내기 엄마들에게 중요한 공간과 지원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와 정부 정책 차원에서 훨씬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며 “삶의 중요한 전환기에 있는 여성들을 위해 핵심적인 접점에서 작은 변화만 이뤄져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