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불씨를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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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

한국교회는 기도의 불이 꺼졌다! 얼마 전 잘 알려진 기도원에 가서 집회를 인도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기도원 직원을 포함해서 고작 20여 명만 앉아 있었다. 정말 썰렁했다. 필자는 1980년대 천마산 기도원을 비롯해서 몇몇 기도원 집회를 인도했었다. 그때는 수천 명의 성도들이 기도원에 몰려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시는 교회가 부흥의 시기였고, 정치적 불안도 있었고, 경제적 갈구도 많았다. 그 시절 교회의 강단은 ‘기도 만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 받을 수 있다!’라고 선포했다. 그래서 성도들은 ‘기도하면 응답받는다’는 것이 신앙의 핵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성도들은 산 기도, 금식 기도, 40일 작정 기도 등이 그 시대의 흐름이었다.

하지만 국가의 산업 발달과 경제가 발전되고 소득이 늘어나고 아파트가 쏟아지고, 먹거리가 풍부해지고 나라가 부유해 지기 시작했었다. 그러자 인간의 욕망은 끝도, 한도 없었다. 세속화가 교회를 잠식하기 시작하더니, 목회자들은 교회의 건물을 크게 짓는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헌금이 여러 형태로 강조되었다. 그래서 목회자들도, 부흥사들도 강단에 오르기만 하면 ‘복 받는 비결’이라는 제목의 설교가 가장 많았고, 하나님께 드릴수록 복에 복이 넘친다는 매우 ‘기복적이고’ ‘이기주의적’ 설교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 강단이 그러니, 성도들도 기도가 하나님을 향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소원 성취’를 핵심으로 믿게 되었다. 그러나 기독교는 소원 성취의 종교가 아니고, 창조주요, 구속주요, 심판주 되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결국 사람들은 ‘하나님만이 나의 도움이요’라는 절박함은 사라지고, 편리한 주거환경이 주어지고, 잘 먹고 잘살게 되자, 눈물이 사라지고 기도할 이유가 점점 사라졌다. 여기에 노인들의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자녀 생산이 곤두박질하면서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자, 외국인 근로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또 농촌에는 일손이 없어서 동남아시아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가 안될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정치는 삼류인 데, 한국의 경제는 수직 상승해서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인 선진국에 올랐다. 그러나 신앙적으로 몇몇 대형 교회만 숫자가 늘어날 뿐, 거의 모든 교회는 코로나19 이후에 큰 타격을 입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문제는 사람들이 탈종교화되면서 갈급한 신앙이 없어졌다. 그러니 기도할 이유가 사라졌다. 결국 한국교회의 쇠락은 기도의 쇠락과 맞물려 있다.

포스트 모던(post modern) 시대에 세계인들은 신앙을 갖지 않는다. 신앙이 있다 해도 간절함도 없고, 적극성도 없다. 1980년대만 해도 신학생들 중에 해외선교의 불이 붙어 선교사 지원생이 넘치고 넘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가슴에 사명도 없고, 열정도 식어 선교사로 지원하는 청년들이 손꼽을 정도 밖에 없다. 복음으로 가장 뜨거워야 할 신학생의 가슴은 냉랭하고, 몇몇 신학교 외에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 막상 졸업해도 사역지가 없고, 사명을 위해 눈물 뿌려 기도하는 젊은이가 없다. 목사들도 설교 작성에 ‘기도’보다, 제미나이, 챗Gpt를 이용해서 설교를 작성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다. 그러니 목회자들도 영혼을 향한 타는 듯한 눈물의 기도가 없어졌다. 그저 AI를 통한 지식습득만 할 뿐, 성도들을 향한 회개의 선포가 진작 사라지고, 성도들의 귀만 즐겁게 하는 인문학적 설교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설교가 아니다.

기도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소통이다.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도의 내용이 변질되어 오직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주의적인 기도와 소원 성취만을 위한 기도만 하고 있다. 그러니 타 종교와 무엇이 다른가! 한국 선교 운동의 대 지도자인 조동진 목사님의 설교와 기도문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하나님! 저의 기도를 들어 주지 마옵소서! 저의 기도에는 언제나 이기주의와 욕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는 기도문이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다.

기도가 한국교회의 당면 과제인 것이 맞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이용해 먹거나, 하나님을 빚쟁이처럼 조르듯이 졸라서 내 뜻을 관철하거나, 자기 죄를 합리화하는 것은 아니다. 교회사에 죠지 뮐러는 5만 번 기도에 응답을 받았고, 수 많은 성도들이 기도 응답의 체험을 존중하지만, 칼빈은 “언제나 ‘말씀’과 ‘성령’이 더불어 역사해야 하고, ‘경건’과 ‘학문’이 함께 해야 건강한 교회, 건강한 신앙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오래 전에 네덜란드 어느 교회를 방문해서, 강단에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한바 있다.

“신학(Theologie) 없는 신앙(geloof)도 문제지만, 신앙(geloof) 없는 신학(Theologie)이 더 큰 문제다!”

#정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