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국회의원이자 전 내무장관인 파이비 라사넨(Päivi Räsänen) 의원이 기독교의 결혼관과 성윤리에 관한 신앙적 견해를 담은 2004년 교회 소책자 발간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 유럽인권재판소(European Court of Human Rights)에 항소했다고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이 밝혔다.
라사넨 의원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하급심에서 만장일치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검찰이 상고하면서 핀란드 대법원은 지난 3월 26일(이하 현지시간) 3대 2의 의견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국제 자유수호연맹에 따르면 대법원은 라사넨 의원과 유하나 포욜라(Juhana Pohjola) 루터교 주교, 루터재단 핀란드(Luther Foundation Finland)가 2004년 해당 소책자를 출판한 행위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이들에게 수천 유로의 벌금을 부과했으며, 소책자에 담긴 관련 내용을 공개 접근이 가능한 곳에서 삭제하고 폐기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사건은 2021년 검찰이 라사넨 의원을 핀란드 형법의 ‘전쟁범죄 및 반인도적 범죄’ 장에 포함된 ‘소수집단 선동’ 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2019년 라사넨 의원이 성경 구절을 인용해 올린 SNS 게시물과 결혼 및 인간의 성에 관한 기독교적 견해를 밝힌 라디오 생방송 토론, 그리고 2004년 발간된 소책자를 문제 삼았다.
검찰은 상고심에서도 2019년 SNS 게시물과 2004년 소책자를 쟁점으로 삼았으며,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심리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무죄를 유지했지만 소책자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했다.
라디오 토론과 관련한 혐의는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번 사건은 2021년 기소 이후 약 7년에 걸쳐 여러 사법 절차를 거치며 이어졌다.
특히 대법원은 해당 소책자가 출간된 이후 제정된 법률을 소급 적용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법치주의와 법적 안정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해당 소책자가 “폭력 선동이나 이에 준하는 증오 조장”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의사 출신으로 12명의 손주를 둔 라사넨 의원은 약 7년간 이어진 형사 절차를 겪어왔으며, 지난 2월에는 유럽 내 표현의 자유 위협 문제와 관련해 미국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종교의 자유 옹호 단체들로부터 국제적인 관심을 받아왔으며, 이들은 핀란드의 이번 판결이 유럽에서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우려스러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인권재판소 제소는 라사넨 의원이 이번 유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법적 절차다.
이번 재판은 일부 유럽 국가들이 광범위한 혐오표현 관련 법률을 적용해 특정 종교적 신념의 평화로운 표현까지 형사처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 진행된다.
재판 결과는 혐오표현 규제와 종교적 표현 및 양심의 자유 보호 사이에서 유럽 사법부가 어떠한 기준을 제시할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라사넨 의원은 지난 7월 영국 전자여행허가(ETA)가 6월 승인 이후 돌연 취소됐으며, 포욜라 주교 역시 영국 입국 승인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영국 당국은 두 사람 모두 “ETA 발급 대상이 아니다”라는 설명 외에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라사넨 의원은 오는 8월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열리는 종교 자유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으나 참석이 불가능하게 됐다.
라사넨 의원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주제로 연설하도록 초청받았지만, 보호받아야 할 표현을 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받아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것은 충격적이며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밝혔다.
라사넨 의원의 변호를 맡고 있는 국제 자유수호연맹(ADF)의 로컨 프라이스(Lorcán Price) 변호사는 영국의 입국 제한 조치를 “과도하고 불필요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평화롭게 표현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고, 이어 여행까지 제한된 것은 유럽에서 종교적 표현을 둘러싼 검열 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