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수욕장 개장식에 등장한 민간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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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 관내 해수욕장 개장식에서 ‘안전기원제’를 열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기독교계가 크게 반발하자 시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포항시는 위탁 관리를 맡은 지역 번영회 측에 개장식 제례 의식 자제를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나 이미 시 예산이 들어간 제사가 관내 8개 해수욕장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뒷북 행정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수신제’와 ‘어룡제’라는 이름의 ‘안전기원제’는 이미 영일대, 송도, 도구, 칠포, 월포, 화진, 구룡포, 신창 등 8개 포항시 관내 해수욕장에서 지난 11일 개장식과 함께 진행됐다. 포항시는 이 제례 행사에 각 해수욕장별로 300만원씩 예산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져지자 포항시 기독교가 크게 반발했다.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시설에서 어떻게 미신적인 제례 의식을, 그것도 시가 예산을 지원해 행할 수 있냐는 항의성 민원이 쇄도했다. 시 측은 예산 지원이 ‘안전기원제’만을 위한 게 아니고 개장식 전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시민 반발이 거세지자 앞으로 자제하도록 권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국의 해수욕장을 “모든 국민의 자산”으로 공공의 목적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규정에 의거,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해수욕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종합적인 시책을 세우고 추진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포항시 관내 해수욕장에서 민간 신앙제례 의식이 버젓이 행해진 건 해수욕장 관리·운영업무의 일부를 위탁받은 번영회와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도 감독해야 할 행정 당국의 책임 의무 소홀로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제례에 시민들이 낸 세금이 쓰였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포항시기독교회연합회등 포항 교계는 ‘해수욕장 제사를 금지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고 7,8월 중 지역 400여개 교회에 서명지를 배포하기로 했다. 올해는 어쩔 수 없어도 내년부턴 해수욕장 개장식에 제사를 전면 금지하도록 시에 강력한 요청을 하겠다는 거다.

‘수신제’와 ‘어룡제’는 어부들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갈 때 무사귀환을 비는 토속 신앙에 뿌리를 둔 제사를 뜻한다. 어부들이 배를 처음 바다에 띄울 때나 어업활동을 개시할 때 그런 고사를 지낸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시민들이 이용하는 해수욕장에서 그와 비슷한 제사를 드린 다는 건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런 무속 행위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하는 건 시민을 기만하는 거다.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