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중부 고원지대 자라이(Gia Lai)성에서 올해 상반기 기독교인 119명이 종교·소수민족 자결을 주장하는 단체와 연계됐다는 이유로 당국의 단속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기독교 박해감시단체 세계기독연대(CSW)는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째(Tuổi Trẻ)를 인용해 베트남 경찰이 기독교인 119명을 확인·조사해 조치했으며, 피고인 4명을 대상으로 한 형사사건 2건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당국이 문제 삼은 단체는 피압박민족해방통일전선(FULRO)과 정부가 ‘데가 개신교(De Ga Protestantism)’로 규정하는 운동이다.
이 같은 수치는 자라이성 경찰청장인 레 꽝 난(Le Quang Nhan) 소장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공안부 장관 르엉 땀 꽝(Luong Tam Quang)과의 회의에서 공개한 내용이다.
CSW에 따르면 베트남 국영매체는 이들 두 단체와 관련된 활동을 중부 고원지대의 분리주의를 조장하려는 시도로 규정하고 있다.
FULRO는 1960년대 창설된 단체로, 중부 고원지대의 몽타냐르(Montagnard)족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자치권 확대를 목표로 무장투쟁을 벌였다. 군사 활동은 수십 년 전 사실상 종료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국가안보와 분리주의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FULRO와 그 후신 조직을 거론하고 있다.
‘데가 개신교(Tin Lanh De Ga)’는 베트남 정부가 개신교 신앙과 FULRO 및 소수민족 자결 요구를 결합한 정치운동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를 지칭하는 용어다. 정부는 이를 합법적인 종교단체로 인정하지 않고 국가 통합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다수의 인권단체는 ‘데가 개신교’라는 표현이 소수민족과 종교 공동체의 신앙을 정당하지 않은 것으로 낙인찍기 위한 용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CSW는 전했다. 정부는 이들 공동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공안부 장관의 자라이성 공식 방문 기간에 이뤄졌다. 현지 당국은 FULRO 관련 인물들을 관리하고 재교육하는 내용의 성(省) 차원의 결의안도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 4월 보도된 별도의 사건에 이은 것이다. 당시 자라이성 경찰은 바나(Ba Na)족 공동체 내에서 FULRO와 연계된 조직망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 조직이 6개의 하부 조직과 200여 명의 구성원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4명을 기소하도록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들이 FULRO를 재건하고 데가 개신교를 확산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CSW의 머빈 토머스(Mervyn Thomas) 대표는 “베트남은 종교 공동체를 다루는 방식에서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며 “합법적인 예배 공동체를 ‘데가’나 ‘FULRO’로 낙인찍는 것은 신앙 활동을 정치화하고 악마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베트남 정부는 종교 또는 신앙의 자유와 기타 기본적 자유를 지속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몽타냐르족의 대다수는 개신교 신자다. 이들은 2023년 6월 닥락(Dak Lak)성 공산당 사무소를 겨냥한 무장 공격 이후 정부와의 긴장이 더욱 고조된 상태다. 당시 사건으로 지방 당 간부와 경찰관을 포함해 9명이 사망했다.
국제 기독교 박해감시단체 오픈도어(Open Doors)는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1년 동안 베트남 내 기독교인들에 대한 압박이 다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오픈도어는 “특히 중부 고원지대의 비전통적 개신교 공동체와 소수민족이 지방 당국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다”며 “공산당 정부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종교 박해 문제에 침묵하는 한편, 종교사무위원회를 통해 등록 교회와 모든 종교 활동을 계속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