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럼에는 유용원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영국 의회 북한 관련 초당파 의원그룹 공동의장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이 온라인 축사를 전했으며, 외른 바이서트 주한독일대사관 대사대리와 오니 얄링크 주한네덜란드대사관 공관차석이 개회사를 했다. 제임스 히난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장은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s)을 주제로 발표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고위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강제노동이 단순한 인권침해를 넘어 제재 회피와 불투명한 무역·금융 네트워크, 국제 분쟁과 연결되며 한국 기업과 시장에도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북한의 강제노동이 가발과 속눈썹 등 소비재뿐 아니라 석탄과 광물 생산·수출과도 연계돼 있으며, 이러한 상품과 수익이 중국과 러시아의 중개 구조를 거쳐 국제 공급망에 편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국 데이터 데스크(Data Desk)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 ‘제재를 순항하는 북한 광물’을 소개하며 북한산 석탄·광물 거래와 북한·중국·러시아 간 선박 이동 증가가 해상 제재 회피와 공급망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샘 리온 데이터 데스크 공동창립자는 위성사진과 선박 추적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 남포·청진·원산·라선·김책 등 5개 주요 항구의 선박 활동이 코로나19 이후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80m 이상 상업용 선박 활동은 2019년 783건에서 2025년 3,756건으로 약 5배 증가했다.
일리야 슈마노프 국제투명성기구 러시아지부 이사는 러시아산 석유류의 북한 유입 사례를 소개하며, 한 기업의 거래에도 28개의 중개 주체가 관여하는 복잡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구조는 세관 자료나 위성사진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독립적인 조사와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크 위켄든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 에너지·제재 분석관은 한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약 260억 달러 규모의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수입했으며 세계 4위의 러시아산 석탄 구매국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산 석탄 판매업체 상당수가 제재 대상인 만큼, 석탄 수입은 에너지 문제를 넘어 제재 준수와 금융, 기업 평판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아눅 웨어 차이나 레이버 워치 연구·개발 담당관은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취약한 노동권 보호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인기 완구와 전기차 공급망에서 미성년 노동과 장시간 노동, 하청 구조를 통한 책임 회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주헤르 일함 위구르강제노역종식연합 공동의장은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이 면화와 태양광, 자동차, 광물 산업 등 다양한 공급망과 연결돼 있지만 강력한 감시 체계로 인해 신뢰할 수 있는 실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국제 규범과 국내 제도, 책임 규명 방안이 논의됐다.
김미경 주한유럽연합대표부 통상담당관은 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과 강제노동 금지규정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고, 안건형 경기대학교 교수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국가연락사무소(NCP)를 통한 비사법적 구제 절차를 설명했다.
김현민 대한상공회의소 ESG경영팀장은 한국 기업들이 직면한 공급망 인권·환경 리스크를 짚었으며, 양현준 기업과인권네트워크 사무국장은 공급망책임법 제정과 이해관계자 참여, 피해자 구제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안 린치 Integrity Initiatives International 사무국장은 국제반부패법원(IACC)을 권력형 부패와 인권침해 책임 규명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했고,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파트너변호사는 국군포로 강제노동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사례로 국가가 가해자인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 구제 과제를 설명했다.
티나틴 체르츠바제 오픈소사이어티재단 애드보커시 자문관은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재 회피 추적과 국제 공조, 집행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번 포럼을 계기로 새 이니셔티브인 ‘윤리무역 & 투명성 허브(Ethical Trade & Transparency Hub)’를 공식 출범했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출범한 이 허브는 강제노동과 국가 연계 인권침해가 제재 회피, 불투명한 무역·금융 구조, 분쟁 및 전쟁범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분석하고, 사례 기반 증거를 토대로 공급망 투명성과 기업 인권실사, 인권 제재 집행, 피해자 중심 책임 규명을 위한 정책 논의를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북한 등 고위험 공급망 문제는 더 이상 특정 국가 내부의 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무역과 안보, 금융, 제재 이행, 기업 책임이 맞물린 사안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윤리무역 & 투명성 허브’가 정부와 기업, 의회, 시민사회가 함께 책임 있는 대응을 모색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