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논란 역시 단순히 전술이나 경기 결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신뢰와 공정성, 그리고 소통의 부족이다. 국가대표 감독은 선수들만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의 기대와 희망을 함께 이끄는 자리이다. 그래서 감독은 경기력뿐 아니라 공정한 선수 선발, 책임 있는 결정, 국민과의 소통까지 평가받는다. 세계적인 명장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특징이 있다. 알렉스 퍼거슨은 강한 원칙과 공정한 기준으로 선수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었다. 세계 최고의 스타 선수라도 팀의 원칙 앞에서는 예외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수들은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으로 그를 따랐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뛰어난 전술가이면서도 선수들의 마음을 얻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는 선수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며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그의 가장 뛰어난 전술은 사람을 이해하는 능력이었다.
거스 히딩크는 2002년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공정한 경쟁과 철저한 준비, 그리고 선수들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만들었다. 국민들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까지 신뢰했기에 끝까지 응원할 수 있었다. 또한 펩 과르디올라는 "좋은 팀은 뛰어난 선수들의 집합이 아니라 서로 신뢰하는 공동체"라고 강조한다. 현대 축구가 아무리 전술적으로 발전해도 결국 승리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이들 세계적인 명장들의 공통점은 화려한 전술보다 신뢰를 세우는 리더십이었다. 반대로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아무리 뛰어난 전략을 가지고 있어도 조직을 하나로 만들 수 없다. 선수들이 마음으로 따르지 않고 국민이 지도자를 믿지 못하면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다. 리더십의 핵심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신뢰는 실력보다 우선한다. 둘째, 공정성은 리더십의 생명이다. 셋째, 소통은 신뢰를 쌓는 가장 중요한 통로이다. 넷째, 책임지는 용기가 지도자의 품격을 완성한다.
성경은 지도자의 자격을 분명하게 말씀한다.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린도전서 4:2) 또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 중에 큰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리라."(마태복음 20:26) 진정한 지도자는 권력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섬김과 희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사람이다. 존 웨슬리 역시 지도자의 권위는 직함이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인격과 신뢰받는 삶에서 나온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평생 자신의 삶으로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 주었고, 그 영향력은 오늘날까지 세계 교회를 움직이고 있다.
월드컵은 단순히 축구 실력을 겨루는 대회가 아니다. 감독의 리더십과 국민의 신뢰가 함께 시험받는 무대이다. 전술은 한 경기를 바꿀 수 있지만, 신뢰는 한 시대를 바꾼다. 능력은 사람을 감탄하게 만들지만, 신뢰는 사람을 끝까지 따르게 만든다. 오늘 대한민국 축구만이 아니다. 정치와 경제, 교육과 교회 역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우리는 능력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가, 아니면 신뢰받는 지도자를 원하는가?" 성경은 이렇게 말씀한다. "사람은 외모를 보거니와 여호와는 중심을 보시느니라."(사무엘상 16:7) 하나님께서 찾으시는 지도자는 화려한 능력만 가진 사람이 아니라, 정직과 겸손으로 신뢰를 쌓는 사람이다. 그런 지도자가 세워질 때 공동체는 하나 되고, 위기는 기회로 바뀌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미국의 제34대 대통령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는 "리더십이란 사람들에게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하고 싶도록 영감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력은 경기를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신뢰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얻는 지도자만이 팀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며, 교회를 새롭게 세울 수 있다. 오늘 우리 시대가 가장 절실히 기다리는 지도자는 뛰어난 전략가가 아니라, 국민과 구성원으로부터 끝까지 신뢰받는 참된 리더일 것이다.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양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