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OM “우크라이나 교회, 러 드론 공습으로 전소”

발라클리야시에 있는 복음의 빛 교회. 지난 5월 23일, 러시아의 샤헤드 드론의 폭격을 받아 불타고 있는 모습. ©한국VOM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구호와 복음 전파의 중심지 역할을 해오던 한 복음주의 교회가 러시아군의 드론 공습을 받아 건물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해당 교회의 담임 목사는 과거 러시아군 점령 당시 납치되어 모진 고문을 당했던 인물로 알려져, 이번 공습이 기독교 세력을 겨냥한 의도적인 표적 타격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한국 순교자의 소리(한국VOM, 대표 현숙 폴리)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토요일 오후 우크라이나 동부 발라클리야(Balakliia)시에 위치한 ‘복음의 빛 교회(The Light of the Gospel Church)’에 러시아군의 샤헤드(Shahed) 자살 드론이 정밀 격돌했다. 이 공습으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교회 시설 대부분이 무너져 내렸으나, 천행으로 당시 건물 내에서 세례 교육을 진행 중이던 알렉산더 살페트니코프(Alexander Salfetnikov) 목사와 소수의 신도들은 인명 피해를 면했다.

국제 사회와 종교계는 이번 공습의 배후에 단순한 군사적 오폭이 아닌, 개신교 신앙 공동체를 와해하려는 러시아 당국의 조직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공습을 받은 ‘복음의 빛 교회’는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드넓은 공터에 홀로 세워진 건물”이라며 “주변 전경을 고려할 때 군사 시설로 오인해 실수로 폭격했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최근 몇 주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복음주의 교회 세 곳을 잇달아 파괴한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교회는 매주 200여 명의 주민이 출석하는 지역 최대 규모의 신앙 공동체다. 특히 전쟁 발발 이후 아동·청소년 돌봄 사역은 물론, 전쟁 이재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무상 급식 및 구호물품 배급을 전담하며 최전방 지역의 ‘구호 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심지어 러시아군이 통제하는 도네츠크 격전지 인근 마을까지 구호 범위를 넓혀가던 중이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이 이 교회가 지닌 지역 사회 내 정신적·물질적 영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폭격을 감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회를 이끄는 살페트니코프 목사와 러시아군 사이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러시아가 발라클리야시를 8개월간 강제 점령했을 당시, 점령 당국은 복음의 빛 교회 건물을 무단으로 몰수하고 내부 집기를 전방위적으로 약탈했다.

이 과정에서 살페트니코프 목사는 러시아 보안 세력에 체포되어 이틀 동안 밀실에서 잔혹한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구사일생으로 석방된 후 아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 지역으로 피신했던 그는,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도시를 탈환하고 해방하자마자 가장 먼저 교회로 복귀해 사역을 재개하는 투혼을 발휘한 바 있다.

살페트니코프 목사는 이번 드론 피격 직후 “원수의 공격은 멈추지 않지만 주님의 권능은 더욱 강하시다”라며 “건물은 뼈대만 남았을지언정 하나님께서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담담히 심경을 밝혔다.

폭격 바로 다음 날인 일요일 아침, 교회 본당은 유독가스와 화재 잔해로 가득 찼지만 살페트니코프 목사와 수십 명의 성도들은 예정대로 주일 예배를 강행했다. 신도들은 깨진 벽돌과 그을린 비품을 걷어내며 “악의 모든 권세로부터 교회를 보호하신다”는 내용의 찬송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회의 피해 상황은 심각하다. 약 1,300m²(약 400평) 규모의 대형 지붕 전체가 전소되어 내려앉았고, 예배용 음향 장비와 가구는 물론 최근 전 세계에서 답지했던 민간 구호물품까지 모두 불타 없어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당장 임시 예배와 구호 사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가올 우기를 대비해 비가 새지 않도록 지붕을 긴급히 올리는 작업이 시급하다”며 “전기 배선 시스템을 전면 재시공하고 내부 비품을 새로 마련해야 해 국제 사회의 온정과 기도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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