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걸어 들어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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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식 선교사(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총연) 캐나다 노회 파송, 세계 순회 의료복음 선교사)
주재식 선교사

남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 흰 눈을 고깔처럼 뒤집어쓴 안데스산맥 아래, 겨울의 문턱에 선 어느 날이었다. 두꺼운 옷에 몸을 감싼 한 청년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진료소로 들어왔다. 앳된 얼굴의 그는 고개조차 스스로 가누기 어려워 보였다. 태어날 때부터 안고 살아온 고통 때문인지, 두 다리에는 부목이 덧대어져 있었고, 혼자 힘으로 서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의 눈빛에는 오래된 체념과 함께 아직 꺼지지 않은 작은 기다림이 남아있었다. 어쩌면 주님께서 여전히 그를 부르고 계시다는 희미한 소망이 그의 걸음을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그를 바라보는 순간, 내 마음은 먼저 주님 앞에 엎드려졌다. “주님, 우리를 깨워 주옵소서. 이 손을 도구로만 사용하여 주옵소서.” 나는 침자루를 붙든 채 조심스럽게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천천히 물었다. “예수님을 구주로 믿습니까?” 그는 쉽게 반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흔들리는 눈망울 속에서 작은 대답이 느껴졌다. 다시 물었다. “걷기를 원합니까?” 말보다 먼저 그의 눈빛이 “예”라고 대답하는 듯했다.

치료를 마칠 즈음, 나는 그의 어머니 곁에서 천천히 입 모양을 가르쳐 주며 따라 하게 했다. “엄… 마…” 굳게 닫혀있던 입술이 조심스럽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다시 천천히 말했다. “하… 나… 님…” 서툴고 느린 혀놀림 사이로 한 음절씩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순간, 어머니의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부목 없이 두 다리로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의 부축을 받으며 떨리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할렐루야…” 그 외에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며칠 뒤였다. 진료소 밖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박수 소리와 환호가 들려왔다. 문 쪽을 바라보던 순간, 나는 다시 눈물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 청년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자유롭게 말을 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미소가 피어 있었다. 부모님의 눈빛에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향한 감사가 가득했다. 나는 마치 새신랑의 손을 붙드는 사람처럼 그의 손을 꼭 잡고 진료소 밖을 함께 걸었다.

안데스산맥 아래 작은 진료소에서 들려온 그날의 할렐루야는, 지금도 내 마음에 살아 있다. 나는 그날 한 청년이 걸어오는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사람을 일으키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다시 바라보았다. 선교지는 인간의 능력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전능하심 앞에 종이 무릎 꿇는 자리임을 그날 다시 배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주님이 여시는 다음 순종의 길 앞에 조용히 서 본다.

#주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