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바르트와 니버의 애국신앙에 비추어 본 6·3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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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사랑하되 하나님의 나라를 먼저 구하라

양기성 박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감사한다. 동시에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의 의미도 깊이 생각하게 된다. 최근 6·3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여러 평가와 논란,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때에 그리스도인은 어떤 시각으로 선거를 바라보아야 할까? 20세기 대표적 신학자인 칼 바르트(Karl Barth)와 라인홀드 니버(Reinhold Niebuhr)의 애국신앙은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하나님보다 큰 나라는 없다

칼 바르트는 나치 독일의 광풍 속에서 국가를 절대화하는 것을 강력하게 거부하였다. 당시 독일교회 상당수는 민족과 국가를 강조하며 권력에 협력했지만,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유일한 주님"이라고 선언하였다. 그는 조국 독일을 사랑했지만 하나님보다 독일을 앞세우지 않았다. 국가가 아무리 중요해도 하나님을 대신할 수 없다고 믿었다. 바르트에게 참된 애국은 국가를 우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아래 국가를 세우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그리스도인은 6·3 지방선거를 바라볼 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하나님보다 앞서는 정치세력은 존재할 수 없다.

선거 결과를 무조건 절대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하고, 반대로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부정하는 태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하나님의 진리와 공의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민주주의에는 끊임없는 점검이 필요하다 라인홀드 니버는 인간의 죄성을 깊이 통찰한 신학자였다. 그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인간의 정의를 향한 능력이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지만 인간의 불의를 향한 경향이 민주주의를 필요하게 만든다.“

니버는 국가도 죄를 범할 수 있고, 제도도 실수할 수 있으며, 권력도 부패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그리고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니버의 관점에서 볼 때 선거제도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만일 국민들 사이에 선거 절차나 개표 과정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존재한다면, 이를 무시하거나 조롱할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설명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반대로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충분한 사실과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책임 있게 주장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감정이 아니라 사실 위에서 건강하게 발전하기 때문이다.

애국은 침묵이 아니라 책임이다. 바르트와 니버는 모두 나라를 사랑한 애국자였다. 그러나 그들의 애국은 맹목적인 충성이 아니었다.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잘못된 점을 말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참된 애국은 침묵이 아니라 책임이며,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라 비판적 사랑이다. 오늘 대한민국 역시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국민 모두가 결과를 존중할 수 있도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이러한 과정 속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이 아니라 화해와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나님 나라를 먼저 구하라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태복음 6:33) 이 말씀은 오늘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기준이 된다. 하나님의 나라는 특정 정당보다 크고, 특정 이념보다 높으며, 특정 지도자보다 영원하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정치에 참여하되 정치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공정한 선거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배워야 할 교훈 무엇일까?

대한민국은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수많은 국군 장병과 유엔군의 희생 위에 오늘의 자유와 번영이 세워졌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를 소중히 여기고 국가 안보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 동시에 어떤 정치세력도 절대화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Abraham Lincoln)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우리 편에 계신가보다 우리가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 말은 바르트와 니버의 애국신앙을 가장 잘 요약해 준다.

6·3 지방선거를 바라보며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누구의 편인가를 묻기 전에 먼저 "우리가 하나님의 편에 서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진실을 사랑하고, 공의를 추구하며, 자유를 지키고, 화평을 이루는 것. 이것이 성경이 말하는 애국의 길이다.

맺음말

칼 바르트와 니버는 우리에게 국가를 사랑하되 국가를 우상화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또한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되 끊임없이 정의와 진실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6·3 지방선거 이후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분열과 증오가 아니라 진실과 신뢰의 회복이다. 교회는 어느 한 편의 정치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의 편에 서야 한다.

"복 있는 나라는 여호와를 자기 하나님으로 삼은 나라요." (시편 33:12)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한민국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나라로 더욱 굳게 서고, 한국교회가 바르트와 니버가 보여준 성경적 애국신앙을 실천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양기성 교수(Ph.D., Hon. Th.D.)
서울신학대학교 교회행정학 특임교수
웨슬리언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세계 웨슬리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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