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정군오 박사가 그의 전공인 경제학에 신학을 접목한 신간 3부작, 「우주적 성령론과 이타적 파악」, 「청지기적 거버넌스」, 「SEE: 항복으로 얻은 영적 만사형통」을 펴냈다. 이에 정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Q. 경제학 교수로서 40여 년간 봉직하다, 정년퇴임 이후 신학박사 학위(Ph.D.)를 취득하시며 본 3부작 총서를 집필하신 근본적인 동기는 무엇입니까?
A. 저는 평생 계량경제학적 분석을 기반으로 미시·거시경제의 수리적 모델링을 연구해 왔습니다. 그러나 자산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여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시장의 구조적 모순(r>g)과 인류세의 소외 위기는 세속 경제학의 기능적 처방만으로는 절대 치유될 수 없는 '존재론적 파산'이었습니다. 위기의 본질은 인간이 창조주의 절대적 소유권을 찬탈하고 스스로를 세계의 주권자로 세우려는 ‘자아 중력(Ego-gravity)’에 있었습니다.
저는 성경 연구를 통해 성부에게 주권을 반환(SEE)하고, 성자의 비움으로 뇌 신경망을 사랑의 회로로 재배선(Energetic)하며, 성령의 사귐으로 데이터 공의를 제도화(Enjoy)하는 삼위일체론적 구속의 설계도만이 자본주의의 내생적 모순을 치유할 유일한 해답임을 발견하고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Q. 저서의 핵심 기제인 'S·E·E 모델'에 담긴 문법적 품사 전이(Noun-Adjective-Verb) 구조가 매우 독창적입니다. 여기에 어떤 학술적·신학적 함의가 숨겨져 있습니까?
A. 주님께서 친히 계시해 주신 품사 구조는 존재의 ‘상태’에서 시작해 성품의 ‘성질’ 변화를 거쳐 역사적 ‘실천’으로 나아가고, 최종적으로 ‘초월적 통합’에 이르는 존재론적 전회(Ontological Turn)의 압축 도표입니다. 1단계인 명사 ‘Shalom’은 구속의 시발점이 인간의 노력이 아닌 하나님이 정초하신 원초적 실재의 평강임을 선포합니다. 2단계인 형용사 ‘Energetic’은 내면의 평강이 주체의 성품과 신체적 실제성으로 육화되어 신성한 추진력을 획득함을 뜻합니다. 3단계인 동사 ‘Enjoy’는 변혁된 성품이 역사 속에서 데이터 공의를 실현하는 역동적 실천으로 폭발함을 명시합니다. 이 세 축이 삼위일체론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우리는 만유를 은혜의 역장으로 응시하고 집행하는 최종 통합 동사인 ‘SEE’의 구속적 행격(Redemptive Agency)에 도달하게 됩니다.
Q. ‘영적 만사형통’이라는 용어는 자칫 기복주의 신앙이나 번영신학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해 보입니다. 기존 세속적 번영 담론과 교수님이 정립하신 만사형통은 어떻게 다릅니까?
A. 제가 역설하는 ‘영적 만사형통’은 나의 이익을 위해 신을 조종하려는 무속적 기복주의나 세속적 부의 축적을 정당화하는 번영신학과 정반대의 궤적을 그립니다. S·E·E 모델에서의 형통은 그리스도의 ‘케노시스(자기 비움)’에 동참하여 자아의 소유 집착과 생존 본능을 십자가에 온전히 못 박는 역설적 ‘창조적 항복(Surrender)’에서 출발합니다. 소유권을 창조주께 반환하여 나를 비울 때, 주체는 비로소 하나님의 무한한 성령의 자원과 연결됩니다. 즉, 내가 자산을 소유하여 얻는 만족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산을 위탁받아 만유와 함께 공적으로 누리는 ‘수탁적 복락의 향유’가 진정한 만사형통의 본질입니다.
Q. 신학적 변증을 위해 화이트헤드(A. N. Whitehead)의 과정철학적 개념인 ‘파악(Prehension)’을 도입하셨습니다. 개혁주의 신학과 유기체 철학의 결합에 이단적 시비나 학문적 충돌은 없었습니까?
A. 화이트헤드의 범재신론적 한계를 정통 개혁주의의 ‘하나님의 절대 주권’과 ‘성령론적 은혜’를 통해 기독교적으로 철저히 개조하여 수용했습니다. 화이트헤드는 만물이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를 통해 완성되는 과정이라 보았고, 타자의 실제성을 나의 일부로 영접하는 것을 ‘파악’이라 불렀습니다. 저는 이를 그리스도의 구속 은혜와 결합하여 ‘이타적 파악(Altruistic Prehension)’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즉, 인간이 성령의 설득적 주권에 항복할 때 타자의 고통과 실재성을 자신의 일부로 영접하는 청지기적 본성을 지니게 됨을 철학적으로 변증하기 위함이며, 이는 개혁주의의 영역주권론을 현대 유기체적 세계관 속에서 가장 고차원적으로 확장한 학제적 성과입니다.
Q. 2단계인 ‘Energetic’ 단계에서 인지과학의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과 뇌 신경망의 ‘재배선(Rewiring)’을 언급하신 층위는 매우 새롭습니다. 신앙의 변화가 생물학적 실제를 바꾼다는 뜻입니까?
A. 그렇습니다. 기독교의 신앙과 구속은 영지주의적인 관념의 유희나 죽어서만 가는 내세의 안식에 머물지 않습니다. 죄악된 본성과 각자도생의 생존 모드에 고착되어 ‘자아 중력’만을 강화하던 인간의 편도체 중심 뇌 회로는, 그리스도의 구속적 은혜와 연합하는 ‘창조적 항복’을 통과할 때 물리적인 변화를 겪습니다. 성령의 주권에 정렬될 때 인간의 신경 가소성은 구속적으로 작동하여 사랑과 공감의 회로로 물리적 재배선(Rewiring)을 이룹니다. 이 생물학적 육화가 전제되어야만 인간은 당위적 의무감을 넘어 타자를 본성적으로 사랑하는 청지기적 주체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Q. 3단계 ‘Enjoy’ 층위에서 제시하신 ‘데이터 공의(Data Mishpat)’와 ‘희년적 시스템 리셋’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며, 이것이 세속 경제 질서에 어떻게 실천적으로 적용됩니까?
A. 현대 문명의 가장 큰 부는 데이터와 기술 자산의 독점론에서 나옵니다. ‘데이터 공의(Mishpat)’는 기술세의 거대 플랫폼들이 독점하고 있는 자산을 사적 축재의 수단이 아닌, 모든 피조물의 생존과 존엄을 위한 ‘관계적 공유 자산(Relational Commons)’으로 재배치하는 제도적 수선입니다. 성령의 코이노니아(Koinonia)를 거시 경제 질서 속에 투사하여, 축적된 부의 편중을 데이터 배당과 희년적 제도를 통해 사회 시스템적으로 리셋(환원)하는 것입니다. 자본의 독점적 소유권을 내려놓고 만유가 성령의 풍요를 공적으로 향유할 때, 자본주의의 내생적 모순은 치유되며 공적 샬롬이 성취됩니다.
Q. 기독교 신앙을 가진 지성인들이 흔히 겪는 ‘신앙과 학문의 분리’ 혹은 ‘신앙과 실천적 세속 삶의 괴리’ 문제를 본 3부작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A. 본 저술은 ‘안목(Vision)-신경(Nerve)-제도(Institution)’로 이어지는 거대한 구속의 사슬을 통해 신앙과 세속의 이분법적 단절을 완전히 종식시킵니다. 성부의 주권적 안목(SEE)이 성자의 케노시스를 통해 신경계에 생물학적으로 육화(Energetic)되고, 성령의 코이노니아를 통해 사회경제적 제도의 현성(Enjoy)으로 열매 맺는 전 과정의 유기적 통일성을 증명하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관념적 응시가 아니라, 뇌 신경망을 재배선하여 내면의 평강을 공적 영역의 공의로 육화시키는 총체적 문명 수선의 원동력입니다. 따라서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세속을 떠나는 자가 아니라, 청지기 거버넌스를 통해 세속의 질서를 수선하는 자입니다.
Q. 3부작 총서의 각 권(「청지기 거버넌스」, 「우주적 성령론과 이타적 파악」, 「SEE: 항복으로 얻어낸 영적 만사형통」)이 유기적으로 타깃으로 삼는 구체적인 분석 층위들을 소개해 주십시오.
A. 제1권 「SEE: 항복으로 얻어낸 영적 만사형통」은 ‘인식 층위’를 다루며, 자아 중력의 해체와 창조주 소유권의 인정을 통해 존재론적 평강(Shalom)을 정초하는 개혁의 서막입니다. 제2권 「우주적 성령론과 이타적 파악」은 ‘생물 층위’를 분석하며, 신경 가소성의 구속적 재배선과 이타적 본성의 신체적 육화를 고도의 형이상학으로 규명합니다. 제3권 「청지기적 거버넌스: 자율성에서 청지기성으로」는 ‘제도 층위’를 타깃으로 삼아, 지구 위탁 관리와 데이터 공의(Mishpat)를 통해 매몰된 거시 경제 질서와 문명을 수선하는 최종적 설계도를 제시합니다.
Q. 교수님은 과거에 Practiced Martial Art인 ‘심검도(Sim-geom-do)’를 수련하신 이색적인 경력이 있으십니다. 이러한 동양적 정신 신체 수련의 경험이 본 3부작의 사상적 정립에 정신학적으로 기여한 바가 있습니까?
A. 대학 시절 심검도를 수련하며 몸과 마음, 지성과 신체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역동적 유기체로 융합되는 몸의 실제성을 깊이 체감했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신학을 연구할 때 관념론적 영지주의를 배격하고, 주님의 계시가 인간의 실제적인 신체적 세포와 뇌 신경망 수준까지 투사되어야 한다는 ‘생물학적 육화’ 담론의 소중한 직관적 토대가 되었습니다. 마음의 각성이 신체의 움직임으로 전이되듯, 성부의 은혜에 대한 ‘창조적 항복’이 신경망을 재구성(Energetic)하고 거시적 제도의 실천(Enjoy)으로 이어지는 S·E·E 모델의 유기적 사슬을 통찰하는 데 심검도의 통합적 사유가 영감을 주었습니다.
Q. 국내외 학생들, 특히 60여 명의 글로벌 석·박사 제자들과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으신 청지기적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A. 학문의 종착지는 자아의 확장이나 세속적 명예의 축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을 대리하는 ‘청지기적 주체성’의 회복에 있습니다. 외국인 제자들과 신학 대학원의 석·박사 과정 동역자들은 도구적 이성의 황무지에 하나님의 공의를 육화시킬 수탁 사명자들입니다. 국경과 학문의 경계를 넘어, 여러분 모두가 자아 중력을 이탈해 삼위일체 하나님의 상호내재적 사귐 속에서 문명을 수선하는 거룩한 대리인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Q. 마지막으로, 이 3부작 총서가 현대 기독교 신학계와 한국교회, 그리고 방황하는 현대 지성인들에게 던지는 궁극적인 선언은 무엇입니까?
A.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적 위안의 도구가 아니라 온 우주와 문명을 치유하는 ‘무한한 실재의 진리’라는 선언입니다. 인간의 자율적 이성이 초래한 존재론적 파산은 오직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속 원형을 통해서만 내생적으로 교정될 수 있습니다. 자아의 중력에서 벗어나 성령의 공적 역장(Field)에 정렬되십시오. 안목의 전향이 신경의 재배선을 거쳐 제도의 수선으로 결실을 맺을 때, 우리는 태초에 선포된 ‘보시기에 좋았더라’는 참된 샬롬의 실제성을 온전히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 설계도가 기술 지배 문명의 종말을 고하고, 삼위일체적 샬롬을 현성하는 결정적 이정표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