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숙면 취하는 한국인 7%뿐… 중장년층 수면장애, 치매·우울증 앞당겨
약 없이 치료하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 등 다학제적·통합적 접근 필요
수면의 질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장기적인 수면 부족은 뇌 기능 저하, 기억력 감퇴, 집중력 약화 등 인지적 손상뿐 아니라 우울·불안·감정 기복 같은 정서적 불균형도 심화시킨다.
국제뇌치유상담학회(IBPS, 회장 손매남 박사)는 지난 5월 29일 온라인 줌(ZOOM)으로 진행한 5월 월례세미나에서 수면 문제, 특히 중장년층 수면장애의 심각성과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심도 있게 다뤘다. 이날 김신종 박사(코헨대 Ph.D)가 나서 ‘중장년층의 수면 문제가 뇌 인지기능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했다.
◇증가하는 수면장애, 특히 중장년층에 집중
대한수면연구학회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OECD 평균보다 약 18% 부족했고, ‘매일 숙면을 취한다’는 응답도 7%에 불과했다. 수면장애 및 불면증 환자도 2010년 약 27만 8천 명에서 최근 약 90만 명 이상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50~60대 중장년층의 수면 문제 유병률이 현저히 높게 나타났다.
김 박사는 “중장년층은 수면의 질과 양 모두에서 두드러진 변화를 겪으며, 잠들기까지 시간이 길어지고 자주 깨거나 이른 새벽에 깨어 다시 잠들기 어려워한다”며 “여성은 폐경 이후 안면홍조와 야간 발한으로 수면 중 각성이 빈번하며, 남성 또한 전립선 문제로 야간뇨가 증가하며 수면의 연속성이 깨지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수면 문제는 특히 인지적 손상, 정서적 불균형 심화 등 뇌 기능 및 정서 안정성과 직접 연결되는 만큼 심층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수면장애분류(ICSD-3)는 불면증, 수면 호흡장애, 수면과다증,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사건수면, 수면 중 이상 운동 등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유형은 불면증(입면 장애, 수면 유지 장애, 조기 각성),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등이었다.
중장년층의 수면 발병은 생리적 요인분 아니라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 심리적 요인, 교육 수준, 배우자 부재, 고용 불안정, 가구 월 소득 등 사회적 요인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체 활동의 부족, 과도한 음주, 흡연, 카페인 섭취 등 생활 습관 요인도 수면 방해 및 불면증을 악화시켰다.
◇“수면 문제와 정신건강은 상호작용 관계”
특히 이날 수면 부족이 뇌의 대사 노폐물 청소와 인지기능 유지에 미치는 영향이 집중 조명됐다. 김신종 박사는 “수면 부족은 뇌의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의 기능을 약화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의 주요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Aβ) 플라크를 형성한다”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야간 저산소증은 타우 단백질의 과인산화를 유도해 신경세포의 축삭 기능 저하, 대뇌 아밀로이드증 진행을 촉진하여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만성 불면증은 신경가소성, 시냅스 강화, 학습 및 기억 등 인지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수치를 감소시켜 인지적 결손과 연결될 수 있다”며 “또 서파수면(깊은 잠)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단기 기억의 장기 기억 전환(기억 공고화)을 방해하고, 중장년층은 해마 위축, 피질 두께 감소 등 치매의 전구 증상과 유사한 신경 구조적 이상이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면 문제와 정신건강 문제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아닌 ‘양방향적 상호작용 관계’라고 했다. 김 박사는 “불면증은 우울증 위험을 높이며, 수면 부족은 뇌의 감정 조절 중추인 편도체의 과활성화와 전전두피질의 기능 저하, 감정 조절 능력 저하, 충동 통제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만성 수면 문제는 직장과 가정에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중장년기의 작업적 수행능력 저하, 대인관계 갈등 등으로 이어져 삶의 질 전반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장년층 수면장애 극복 방안은?
세미나에서는 중장년층 수면장애 해결을 위한 임상 개입 방안도 제시돼 주목받았다. 현재 가장 과학적 효과가 입증된 것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로, 침대를 ‘불면의 장소’로 인식하는 부정적 학습을 끊어내는 ‘자극조절 요법’, 실제 자는 시간만 침대에 머무는 ‘수면제한 요법’ 등을 소개했다. 규칙적인 수면, 수면 전 카페인·알코올 회피, 수면 환경 최적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 ‘수면위생 교육’도 언급됐다. 김 박사는 “특히 중장년층에게는 낮잠 시간 조절, 이완 기법 훈련, 취침 전 전자기기 노출 최소화가 강조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장년층의 수면 문제는 단일 원인에서 비롯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수면의학, 정신건강의학, 신경과, 내과, 심리상담이 협력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효과적이다”며 “동반 질환(우울증, 불안장애, 만성 통증, 대사증후군)에 대한 병행 치료와 함께 사회적 지지 체계의 강화가 수면 문제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미나를 마무리하며 김신종 박사는 “중장년층의 수면 문제는 단순한 피로감, 생활의 불편을 넘어 뇌의 신경독성 물질 축적, BDNF 감소, 기억 공고화 장애, 편도체 과활성화로 이어지는 심각한 신경생리학적 연쇄 반응을 유발한다”며 “장기적으로 치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신경퇴행성 및 정신건강 장애로 발전할 위험을 높이므로 조기 발견과 체계적 개입이 필요한 공중보건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CBT-I를 비롯한 근거 기반 치료와 함께 다학제적·통합적 접근을 통해 개인의 인지 건강 및 정신적 웰빙을 보호하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IBPS 회원 권미선 박사(코헨대 Ph.D)는 “수면이 뇌 건강과 정신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며 “CBT-I 불면증 치료법이 매우 효과적인 것이 인상 깊었고, 약물 치료가 아닌 방식으로 수면을 개선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회원 임장순 박사(코헨대 Ph.D)는 “수면장애가 신경독성물질 배출을 저해하고 뇌 기능 저하와 인지적 손상을 초래한다는 심각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며 “수면을 그저 삶의 자투리 시간이나 소모적인 시간으로 여겼던 인식에서 벗어나, 남은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삶의 핵심 영역으로 가꾸어 나가기로 다짐했다”고 말했다.
상임이사 이은영 박사(코헨대 Ph.D)는 “수면과 기억력, 치매 예방까지 연결되는 내용을 뇌과학적으로 쉽게 설명해 주셔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특히 중장년기의 건강한 삶을 위해 수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과 임상,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귀한 통찰을 나누어주신 박사님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IBPS(International Brain Psychotherapy Society)는 미국 코헨대학교, 코헨신학대학 상담대학원 뇌치유상담학 석박사 과정 학생들의 학문적 연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손매남 박사(코헨대학교 국제총장, 한국상담개발원 원장)의 주도로 2012년 설립했다. 지난 10여 년간 뇌과학의 학술적 이론을 치유상담 이론과 융합해 임상 현장에 적용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서 왔다. 현재 매월 셋째 주 금요일 오전 10시 30분에 온라인 월례세미나를 코헨대학교 상담대학원, 코헨대학교 국제부 후원으로 진행하고 있다.